"나이 탓만 하다간 늦어"…갱년기 적극 치료해야
女 호르몬 감소로 신체·정신 변화
골다공증·대사질환 등 위험 증가
폐경 초기에 호르몬 치료 효과 커
"운동 등 생활습관 관리 병행해야"

얼굴이 갑자기 달아오르고, 밤마다 식은땀에 잠을 설치고, 이유를 알 수 없이 온몸이 쑤신다. 갱년기 증상은 이처럼 다양한 얼굴로 찾아오기 때문에, 정작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진료실을 찾는 50대 전후 여성 환자들의 호소는 다양하면서도 일관된다. "중요한 모임이나 회의 중에 얼굴이 갑자기 달아올라 당황스럽고 사람 만나기가 두려워요", "밤마다 식은땀이 나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하루 종일 피곤합니다", "여기저기 관절이 다 쑤셔서 정형외과에 갔는데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네요"라는 이야기들이다.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다 보니 내과, 정형외과, 심지어 정신건강의학과를 전전하다가 뒤늦게 산부인과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매년 70만 명을 넘는 여성이 갱년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빈도는 이보다 훨씬 높다. '나이 들면 으레 그런 것'이라며 내원하지 않는 여성들까지 포함하면 실제 고통받는 환자의 수는 통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갱년기는 모든 여성이 겪는 자연스러운 생애 과정이지만, 그 고통은 결코 가볍지 않다. 침묵하고 감내하기보다는 이 시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에 허수민 조선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갱년기 치료법'에 대해 들어본다.
◇여성 건강 유지 호르몬 감소·연쇄적 신체 변화
갱년기는 단일한 질병이 아니다. 임신 가능한 시기에서 그렇지 않은 시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전환점이다. 40대 중후반부터 난소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전신 수용체에 작용하던 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우리 몸은 연쇄적인 변화를 겪는다.

◇잃어버린 균형 되찾는 호르몬 치료 적응증·효과
갱년기 증상으로 일상이 크게 힘들어졌다면 무작정 견디기보다 의학적 개입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까지 임상적으로 알려진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부족해진 호르몬을 보충해 주는 호르몬 대체 요법이다. 과거에는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이나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막연한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확립된 산부인과 임상 지침에 따르면, 폐경 임박 시기나 폐경 후 10년 이내, 또는 60세 이전의 비교적 젊은 폐경 여성에게 시행하는 적절한 호르몬 치료는 부작용보다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
호르몬 치료는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홍조와 불면증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뿐만 아니라, 골절 예방과 대사 건강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다만 환자의 연령, 폐경 시기, 유방암·혈전증 가족력, 기저 질환 등을 산부인과 전문의와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해 가장 안전한 제제와 투여 경로를 결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호르몬 치료가 적합하지 않은 환자라도, 비호르몬성 약제나 국소 치료제를 활용해 증상을 안전하게 조절할 대안이 충분히 마련돼 있다.
◇적극적인 생활 관리와 적기의 치료로 준비해야
의학적 치료 못지않게 생활 습관 교정도 중요하다. 골손실을 줄이고 근력을 유지하려면 걷기, 조깅, 계단 오르기 같은 체중 부하 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칼슘과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고, 안면 홍조를 악화시킬 수 있는 맵고 자극적인 음식, 과도한 카페인과 알코올은 피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골밀도, 지질 대사, 유방 및 자궁 건강을 꼼꼼히 챙기는 선제적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허수민 조선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갱년기를 여성성의 상실이나 노화의 시작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기로 삼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전환점으로 받아들이길 권한다. 치료의 골든타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면서 "폐경 후 시간이 지날수록 호르몬 치료 효과는 줄어들고, 골다공증이나 심혈관 질환 같은 만성 질환의 위험은 조용히 쌓여간다. 수면 장애와 안면 홍조로 일상이 불편하거나 관련 증상이 2~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참지 말고 지금 바로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해 건강한 중년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
도움말/허수민 조선대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