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기로에 선 NH투자증권

황정원 기자 2026. 5. 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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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원 마켓시그널부 부장
최대실적·IMA 등 성과낸 윤병운號
각자대표 전환…차기대표 인선 촉각
2년 전 낙하산 논란 막아낸 임추위
이번에도 독립성·전문성 관철 관건
황정원 마켓시그널부 부장

사석에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면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어떻게 됩니까”라는 걱정스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임기가 두 달가량 지난 상황에서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운영 체제가 12년간의 단독 대표를 끝내고 각자대표로 바뀐 탓이다.

NH투자증권은 NH농협금융지주가 최대주주로 농협중앙회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임원추천위원회가 주목받는 것은 2년 전 CEO 선임 과정에서의 논란 때문이다. 당시 3연임을 하며 6년간 NH투자증권의 전성시대를 이끈 정영채 전 사장이 용퇴를 밝힌 뒤 증권업 경험이 전무한 낙하산 인사 내정설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의 갈등이 확산됐고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이 나서기도 했다. 결국 기업금융(IB)과 커버리지 등 주요 분야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은 ‘증권맨’ 윤 사장이 낙점됐지만 이석준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자본시장 전문가를 선임한 결과로 1년 연임을 포기해야 했다. 본인의 임기보다 조직 발전을 위해 명예를 택한 것이다.

윤 사장은 정 전 사장과 20여 년을 같이 근무했고 후임자 자리에 올랐다. 이 때문에 간혹 ‘정영채 키즈’라며 평가 절하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는 2년간 자신만의 색깔을 내며 보란 듯이 성과를 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367억 원, 당기순이익 4757억 원으로 단일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인가도 따냈다. 조직 내에서 IB·리테일·운용 등 사업 파트별 유기적인 시너지 효과는 더 커졌고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생산적 금융’ 공급에도 속도를 냈다. 전 IB 대표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자 윤 사장은 아끼는 후배였음에도 선제적으로 직무 배제 조치를 내렸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바로잡는 계기로 만들었다.

윤 사장은 털털하면서도 업무에 있어서는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대외적으로는 금융투자 업계 마당발이기도 하다. 금융투자협회 이사회 멤버이면서 대형 증권사 사장단 모임에서 간사를 맡고 있다. 금투협 회장 선거에서도 그의 역할은 조용히 빛났다. ‘할 말은 하는’ 성격이어서 업계 이슈가 있을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 여론을 주도해왔다. 그런 스타일을 알다 보니 주변에서 그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은 것 같다.

NH투자증권은 NH 이름이 붙은 모든 자회사 중 가장 농협 색깔이 덜한 곳이다. 농협중앙회에서는 이 점이 불만일 수 있겠으나 여의도 바닥에서는 상장사이자 증권사로서는 당연히 증권업 특유의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014년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후 직원들에게 독립 경영을 보장했고 실제 농협에서 증권으로 넘어온 임원 수도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과거 LG투자증권의 DNA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제 NH투자증권은 IB 대표가 전략과 인사를, 자산관리(WM) 대표는 소비자보호와 리서치를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이 나뉘어지게 된다. 미래에셋증권·KB증권·메리츠증권·신영증권·교보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이 각자대표 체제를 운영하고 있고 단독 대표 시스템을 보완하는 효과만큼은 분명히 있다. 중요한 건 어떤 인물을 차기 대표로 선임하느냐에 따라 지속가능한 성장이 달렸다는 점이다.

흔히 증권사는 사람 장사라고 한다. 그만큼 증권사 간 인력 이동도 활발하고 성과가 좋으면 CEO보다 훨씬 연봉이 많은 케이스가 흔하다. 만약 부적합한 인물을 선임한다면 순식간에 인재풀이 싹 빠지고 조직을 망칠 수밖에 없다.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벌써부터 각종 비방이 쏟아져나오고 살생부까지 나돈다고 하니 염려된다. 증시 불장에 급변하는 자본시장을 두고 CEO 선임이 미뤄져 잠시나마 동력이 약해진 두 달이라는 시간이 아깝게도 느껴진다.

2년이 지나 그때와 다른 새 임추위가 꾸려졌다. 임추위가 “좋은 인사를 뽑기 위해 흔들림 없이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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