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트럼프, 이란 설득 요구할 듯… 習, ‘관세·기술통제·대만’ 제기 전망

이규화 2026. 5. 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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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영향력 中에 '무역 당근' 주고 지원 요청 관측
中, 관세유예 연장과 AI반도체 기술통제 완화 제기
트럼프 "시진핑과 대만 무기수출 문제 논의할 것"
中 '이란 설득' 대가로 전기차 관세 완화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오는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지난해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이 관세와 희토류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한 이후 처음 열리는 본격 양자 정상회담이다.

'이란전쟁 종결'이란 현안에 잡혀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회담이 무역 협상 이상의 의미를 띠고 있다. 미국이 이란 전쟁의 장기화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외교적 영향력을 가진 사실상 유일한 강대국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對)이란 설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작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란 전쟁이 길어지며 미국 내 피로감과 정치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의 협조를 통한 외교적 돌파구 마련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은 사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측에 이란 문제와 관련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제재를 받는 이란산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해 왔고, 미국은 중국 기업들이 이란의 드론·무기 생산을 지원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8일 이란의 무기·드론 생산 지원에 연루된 중국 및 홍콩 기업·개인 10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1일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영향력을 활용하려 하지만, 중국 역시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시진핑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 자체가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의 또 다른 핵심은 양국 간 무역전쟁의 '휴전 연장' 여부다. 양국은 지난해 부산 회담에서 미국의 대중 관세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각각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일부를 위법이라 판단하며 중국에 대한 관세 압박 수단은 상당 부분 약해졌다. 블룸버그는 최근 시 주석이 "관세 카드 약화로 협상 우위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양국 모두 당장 갈등을 확대하기보다는 현상 유지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대중 관세 전쟁을 원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역시 이란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과 내수 침체 속에서 대미 무역 갈등 확대를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다. AP통신은 양국이 "불안정하지만 관리 가능한 관계 유지"를 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협조 요청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처음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AI 규제·통제 논의를 할 예정인데,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미국의 대 중국 AI 반도체 기술 통제가 이슈로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문제 역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백악관에서 "시진핑이 대만 문제를 다룰 것"이라며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문제가 회담 의제가 될 것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NYT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이 현재 사용하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 대신 "반대한다"는 표현으로 공식 입장을 바꾸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의회는 여전히 강경하다. 미 상원의 초당파 의원들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 140억달러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 승인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공화·민주 양당 모두 중국 견제에 대해서는 초당적 공감대가 강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대만 문제에서 큰 양보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이 보다 공격적인 경제 요구를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기차다. 중국은 현재 심각한 전기차 공급과잉 문제를 앓고 있다. 현재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이 일부라도 관세 완화에 나설 경우 글로벌 자동차산업 질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과 일본 자동차 업계 역시 직접적인 타격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대외적으로 대 이란 강경 메시지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최근 핵잠수함 위치와 관련된 기밀성 발언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였고, 중국·이란 연계 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이자, 미국의 강경파를 의식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이란 전쟁에서 벗어나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영향력을 필요로 하고, 시 주석은 이를 활용해 기술 통제 완화와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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