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류세 ‘94년 만에 처음’ 면제 검토…전쟁발 고물가 잡기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종전 협상이 실마리를 못찾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치솟는 국내 물가 다잡기에 나섰다. 반도체 종목이 주식시장 상승을 이끌며 증시는 호황이지만, 유가 급등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다수 의석이 흔들릴 수 있다는 공화당 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류세 부과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시점까지” 유류세 부과를 일시 유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2달러로, 1년 전 3.14달러보다 1.38달러가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류세가 유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돈”이라고 덧붙였다. 휘발유 갤런당 18.4센트(0.18달러) 정도가 유류세다.
유류세 일시 면제엔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민주당도 찬성 기류가 커 초당적 지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방 고속도로 및 대중교통 프로그램의 최대 재원인 유류세 감면(230억달러·약 34조원 규모)으로 인해 재정 적자가 증가할 것이며, 유류세 감면 혜택이 소매 단계 소비자들에게까지 미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류세는 1932년 도입 뒤 한 번도 면제된 적이 없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90일간의 연방 유류세 중단을 추진했지만 의회에서 막혔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비싼 쇠고기 가격을 낮추는 차원에서 수입쇠고기 관세도 일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축산농가의 반발에 밀려 연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최근 미국 축산농가의 소 사육두수는 7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며 쇠고기값이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12일 주요 인플레이션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나왔다. 경제학자들은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물가 급등이 제조업과 농업 전반에 파급되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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