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박근형’ 이 조합 또 만났다···연극 ‘베니스의 상인’으로 다시 뭉친 두 거장

“67년 만에 샤일록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젊었을 땐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샤일록이었다면 지금은 진정한 배우, 한 명의 예술가로서 그때보다 완숙한 샤일록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박근형)
“<고도를 기다리며> 전국 공연을 하며 매진을 기록했는데 국립극장도 어떻게든 만석을 만들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신구)
연극계의 두 거장 신구(90)와 박근형(86)이 연극 <베니스의 상인>으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12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NOL 서경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은 셰익스피어의 고전으로 무대에 서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오경택 연출을 비롯해 이상윤, 최수영, 원진아, 카이, 김슬기, 조달환, 박명훈 등 출연진이 참석했다.
<베니스의 상인>은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과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 사이에 맺어진 ‘살 1파운드 계약’을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과 차별, 복수와 자비를 그려낸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이번 무대는 단순한 고전 재현보다 동시대적 질문에 방점을 찍는다.

오경택 연출은 “희극으로 시작해 비극의 질문으로 끝나는 법정극”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그는 “과거에는 샤일록을 탐욕스러운 악인처럼 바라봤다면 현대에는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없다. 돈과 사랑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결국 자비와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이라며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고전”이라고 말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신구와 박근형의 재회다. 2023~2025년 <고도를 기다리며>에 동반 출연하며 전국 공연 매진 행렬을 기록했던 두 배우는 이번엔 오경택 연출과 셰익스피어 고전으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박근형이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역을, 신구가 베니스의 법과 질서를 상징하는 공작 역을 맡았다. 특히 박근형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시절 이후 무려 67년 만에 다시 샤일록 역을 맡아 화제다.
박근형은 “얼마나 시간이 오래 흘렀나 보니 60년이 넘었더라”며 “학생 시절 ‘샤일록’ 역할을 했을 때는 내 마음대로 표현했다. 이제는 완전하다곤 할 수 없지만, 정말 좋은 연극을 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후배들의 부축을 받으며 등장한 신구는 종종 기자들의 질문을 되묻기도 했지만, 특유의 유머와 여유는 여전했다. 그는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게 새삼스럽다며 “공연하기엔 극장이 너무 크다. 전체 좌석을 만석으로 만들려면 3만명은 와야겠더라. 서울시가 1000만 도시인데 3만 명이 동원 안 되는 건 우스운 일이라 어떻게든 채워보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최근 건강 문제와 심부전 투병 사실이 알려진 그는 “나이가 드니 내 몸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면서도 “연극 연습과 공연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배우는 정통극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진솔한 이야기를 꺼냈다. 박근형은 “(신구) 형님과 제가 고전을 계속 공연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창작극이 적어서 그렇다”며 “소설은 노벨상도 받는데 연극계는 그런 것이 없다. 희곡을 일으켜 세우려는 움직임이 너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좋은 연극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하다가 되도록이면 정통극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형님과 같이 하면서 4년 가까이 무대에 서고 있다. 아직까지는 실패하지 않고 잘하고 있다는 격려의 말을 많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근형은 “저희가 가장 바라는 것은 우리의 창작 희곡이다. 꼭 좋은 창작 희곡이 나오게 해 주시라”고 당부했다.
이번 작품에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젊은 얼굴들이 대거 합류했다. 베니스의 상인이자 친구를 위해 목숨까지 내거는 ‘안토니오’ 역은 이승주와 카이가, 지혜와 재치로 법정의 흐름을 뒤바꾸는 ‘포셔’ 역은 최수영과 원진아가 맡았다. 이상윤은 사랑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바사니오’를, 김슬기와 김아영은 샤일록의 딸 ‘제시카’를 연기한다.
연극 <베니스의 상인>은 오는 7월 8일부터 8월 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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