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혐오 끊이지 않는데 의제 실종…목소리 낼 수 있어야” 이주인권단체 박동찬 [다른 목소리⑦]

이예슬 기자 2026. 5. 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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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 연구소장. 박 소장 제공
6·3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한 데다 전국 14곳에서 ‘미니 총선’을 방불케 하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까지 함께 치러지면서 선거는 거대 양당 간 구도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유력 정당과 후보의 목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소수의 목소리가 설 곳은 좁아지고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선거는 다양한 의견들이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기후활동가, 장애인, 청소년 등 소수의 목소리를 전하는 후보자와 유권자도 이번 선거의 주인공이다. 경향신문은 이 같은 ‘다른 목소리’를 릴레이로 싣는다.

2015년 한국에 이주한 중국동포 5세 박동찬 이주인권단체 ‘경계인의몫소리’ 연구소장(30)은 여전히 투표권이 없다. 이주민은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 이상이 지나야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얻을 수 있지만 영주권을 취득하려면 소득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박 소장은 12일 “이주민에 대한 폭행·혐오가 최근 반복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미봉책인 대책이 나오는 이유는 이주민의 참정권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책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이주민들도 지역사회의 구성원이자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실종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이주노동자를 유입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이주민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정책은 부족하다”고 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외국인 지방선거 선거권자의 투표율은 낮아지는 추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를 보면 이들의 지방선거 투표율은 2010년 35.2%, 2014년 17.6%, 2018년 13.5%, 2022년 13.3%로 하락했다.

박 소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주민을 위한 정책 제안이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했다. 그는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처럼 국가 단위 선거가 아니라 지역 민원과 민생을 위한 후보를 뽑는 선거이지 않나”라며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근거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정주하는 이들을 위해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12·3 내란 국면을 거치며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이주민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극단 세력을 중심으로 판사를 화교로 몰고, 부정선거가 중국의 선거 개입이라 주장하는 등 비상식적인 주장이 쏟아졌다”며 “보수 정치는 정치 실패에 대한 지지층의 분노를 중국 혐오를 통해 이주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진보 진영에서도 이주민 혐오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도 실용주의·실리주의를 강조하면서 차별금지법이 시급하지 않다고 하지 않나”라며 “진보 진영이 실리주의·실용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이주민 문제와 같은 소수자 의제는 끝없이 유예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소장은 최근 연달아 발생한 이주민 폭행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그는 “이주민 폭행 사건은 이주민이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할 수 없는 고용허가제의 제도적 폐단 때문”이라며 “정치가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 소장은 “한국 사회에서 무엇이 차별이고 혐오인지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이주민 문제의 근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주민이 겪는 차별·혐오 문제부터 산업재해·노동권 문제까지 결국에는 정치가 나서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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