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인데 왜 다르죠?"…건기식 명칭 체계에 약국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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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 의약품 사이에서 동일한 성분명이 혼용되는 현행 명칭 체계가 소비자 오인과 과다복용을 유발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약국 현장에서는 동일 명칭 제품에 대한 설명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일부 소비자는 처방의약품을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식품으로 대체하려는 사례까지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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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 의약품 사이에서 동일한 성분명이 혼용되는 현행 명칭 체계가 소비자 오인과 과다복용을 유발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약국 현장에서는 동일 명칭 제품에 대한 설명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일부 소비자는 처방의약품을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식품으로 대체하려는 사례까지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주경미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12일 열린 '2026 기능성 원료 과학·규제 포럼'에서 "같은 이름이 같은 과학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기능성 원료 명칭 체계의 구조적 모순이 소비자 혼란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현재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서로 다른 조성과 조건의 원료에 동일 명칭이 사용되면서 소비자가 이를 동일한 기능과 효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는 개발 조건과 과학적 근거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지만 시장에서는 명칭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멜라토닌 사례를 대표적 문제로 제시했다. 주 교수는 "2mg 처방의약품인데 식품 카테고리에서는 멜라토닌 5mg, 10mg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며 "환자들은 같은 멜라토닌인데 왜 다르냐고 묻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는 멜라토닌 처방 시 무한정 증량하지 않지만 소비자는 일반식품 형태의 멜라토닌을 10mg씩 복용하기도 한다"며 "다음날 낙상이나 일상생활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폴리코사놀 사례도 언급됐다. "약국에서는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5mg 제품을 설명하고 있는데 소비자는 시중 20mg 제품과 같은 것 아니냐고 묻는다"며 "원료 출처와 조성, 임상시험 조건이 전혀 다른데도 동일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루타치온과 태반 역시 문제 사례로 거론됐다. 주 교수는 "글루타치온은 처방의약품,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모두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고 태반 역시 돈태반·양태반·말태반 등이 혼재돼 있다"며 "개별인정 원료와 일반식품의 경계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구분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약국 현장에서 실제 소비자 혼란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틴 대신 폴리코사놀을 먹어도 되느냐", "양태반이 더 순하다고 들었다", "알부민 먹으면 혈중 알부민 수치가 올라가느냐"는 질문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주경미 교수는 이러한 구조가 결국 소비자의 과다섭취와 의약품 대체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능을 과신하고 가격 중심으로 선택하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같은 이름으로 다른 성분을 허가해 내준 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별인정형 원료는 특정 원료, 특정 조성, 특정 용량, 특정 조건에 대해 인정한 것"이라며 "단순 일반명처럼 동일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허가 조건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제도 개선 방안으로 기능성 원료의 고유 식별 체계 도입 필요성을 제안했다. 개별인정 원료에 별도 코드나 식별 체계를 부여하고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일반식품 구분 표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현재 제도는 기능성의 과학적 타당성은 확보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는 성분명이 시장 언어로 바뀌고 있다"며 "같은 이름이 같은 의미가 되는 순간 시장은 과학 기반이 아니라 소비자 인식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