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CBAM 탄소규제 ‘초비상’…포항시 ‘그린철강’ 대응 총력

김기태 2026. 5. 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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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AM 본격화…철강업계 ‘탄소비용’ 직격
원가 압박 3중고…전기요금 법제화 목소리도
포항시, 수소환원제철·저탄소특구 ‘두 축’ 대응
포항 산업 생태계 재편 불가피…새 기회도
그래픽=AI 생성.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탄소전환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자체가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 철강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런 가운데 포항시가 수소환원제철 지원과 저탄소철강특구 지정이라는 두 축으로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CBAM은 올해 1월부터 본격 시행 단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제품을 유럽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2027년부터는 이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제출해야 한다.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수익성과 직결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특히 포항제철소는 고로(高爐) 중심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로 방식은 철광석과 원료탄을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구조여서 탄소 배출량이 많다.

철강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고로 기반 조강 1t 생산 시 약 1.8~2.2t 수준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포항제철소의 연간 조강 생산능력이 약 1천500만t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탄소배출 규모도 막대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유럽 탄소배출권(EU ETS) 가격은 t당 70~80유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CBAM 비용이 본격 반영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 부담이 연간 수천억원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측은 유럽 시장 수출 물량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자동차강판 수출 비중이 높은 광양제철소와 달리 포항제철소의 유럽향 수출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홍보실 관계자는 "CBAM 규제가 오는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원료 가격과 전력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고로 운영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철광석 가격은 최근 t당 1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산업용 전기요금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탄소전환 과정에서 막대한 친환경 설비 투자까지 병행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철강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와 전기료 감면 제도의 법제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 철강사 한 임원은 "과거에는 철광석 가격이 핵심 변수였다면 이제는 탄소와 산업 전기요금이 새로운 원가가 되고 있다"며 "포항제철소의 탄소전환 성공 여부가 향후 포항 경제의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럽 철강업계에서는 이미 "탄소가 곧 가격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핀란드 철강업체 아웃오쿰푸(Outokumpu)는 최근 "저탄소 철강이 향후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위기감 속에서 포항시는 그린철강산업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정 지원에 팔을 걷고 나섰다.

포항시는 우선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전환 사업을 적극 측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철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현재 정부 승인을 얻어 절차에 따라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포항시가 동시에 공을 들이는 또 하나의 카드는 '저탄소철강특구' 지정이다. 이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의 시행규칙이 통과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K-스틸법 안에는 저탄소철강특구 지정 공모 제도가 포함돼 있으며,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연구 개발비와 설비 투자비 등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포항시는 특구 지정 공모가 시작되는 즉시 신청에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이상엽 포항시 일자리경제국장은 "저탄소철강특구로 지정될 경우 포항제철소는 물론 지역 내 철강 관련 중소기업들도 탄소전환에 필요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며 "수소환원제철 추진과 특구 지정이라는 두 가지 축을 동시에 성공시키는 것이 포항 철강산업 생존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포항 지역사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지역 건설·정비·물류·협력업체 생태계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향후 친환경 설비 투자 확대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기존 철강 중심 산업 구조 재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홀딩스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철강보다 리튬·2차전지 소재·글로벌 합작사업(JV) 등을 미래 성장축으로 제시했다. 포항상의 모 상임의원은 이를 두고 "탄소 시대 이후를 대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역철강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향후 친환경 제철 체제로 전환하는 데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후 고로 교체와 친환경 설비 구축, 수소 인프라 조성 등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행정·재정 지원 역량이 지역 산업 생태계 연착륙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