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숨진 초등생, 탐방로 벗어난 계곡서 발견… "아이 눈엔 길로 보였을 것"
샛길로 빠져 400m나 들어가
6m 계곡 아래 바위 누워 있어
험한 지형에 시신 수습도 난항

가족과 함께 경북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을 찾았다가 실종된 강모(11·초6)군이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강군이 정규 탐방로를 벗어나 산속 샛길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12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강군은 이날 오전 10시 13분쯤 주왕산 주봉 인근 비지정 탐방로 아래 계곡에서 발견됐다. 경찰 과학수사대 수색견이 처음 발견했으며, 강군은 숨진 상태였다. 강군이 홀로 산행에 나선 기암교에서 주봉까지는 2.3㎞ 거리로, 성인 기준 1시간 20분가량 걸린다.
발견 지점은 주봉에서 왼쪽으로 300~40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정규 탐방로에서도 100m 이상 벗어난 험한 산비탈이었다. 바위와 얕은 물웅덩이가 이어진 급경사 지형에 수풀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일반 탐방객은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수색당국은 설명했다. 휴대폰 통화도 되지 않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강군은 발견 당시 계곡 아래 평평한 바위 위에 누운 상태였으며, 시신 훼손이나 외부 출혈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실족 가능성을 우선 염두에 두고 있으나, 저체온증 등 다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강군은 10일 정오쯤 부모와 함께 주왕산국립공원 내 대전사를 찾은 뒤 기암교에서 "조금만 산에 올라갔다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홀로 산행에 나섰다. 휴대폰은 갖고 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는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같은 날 오후 4시 10분쯤 국립공원공단에 도움을 요청했고, 오후 5시 53분쯤 119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흘 동안 헬기와 드론, 구조견 등 장비와 인력 350여 명을 투입해 기암교에서 주봉까지 이어지는 2.3㎞ 구간을 중심으로 수색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강군이 정규 탐방로를 벗어난 곳에 있어 발견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택수 청송경찰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실종 당일부터 이틀간 정식 탐방로를 중심으로 수색을 진행했다"며 "(강군이) 등산로에서 한참 떨어진 계곡 아래에 있어 조기 발견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강군은 주봉까지 올라간 뒤 원래 왔던 길로 되돌아오지 않고 칼등고개 방향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샛길로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주봉으로 향하는 길은 폭이 좁고 바위가 미끄러운 데다 급경사 구간이 많아 성인도 홀로 이동하기 쉽지 않은 곳으로 꼽힌다.
특히 강군이 들어간 곳은 주민들 사이에서 '다래밭골'로 불리는 계곡 인근이었다. 정식 탐방로는 아니지만 주민들이 송이를 채취하려고 드나들던 길로, 과거 추락 사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최영학(66)씨는 "다래가 많아 다래밭골이라 부르는데 주왕산에서 가장 험한 계곡 중 하나"라며 "정식 길은 아니지만 아이 눈에는 길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을 둘러본 민간산악구조대 관계자도 "샛길 입구 일부 구간은 울타리가 끊겨 있어 탐방객이 착각할 수 있는 상태였다"며 "수풀이 워낙 우거져 성인이라면 쉽게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라고 했다.
강군이 발견된 지점 인근 탐방로 일부에는 안전 울타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이후 탐방로 안전시설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탐방로 외 지역 출입을 막기 위해 안내판 등을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며 "실종 신고 직후 현장 인력을 모두 투입해 수색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시신 수습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에 접근하기 힘든 데다 이날 오후 천둥을 동반한 비까지 내리면서 헬기를 이용한 이송 작업이 한때 중단됐다. 소방과 국립공원 구조대는 인력을 추가 투입해 직접 수습 작업을 진행했다.

청송=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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