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안봐요’ 30억명 시장 中·印… 월드컵 한달 앞인데 중계권 협상 제자리

유진우 기자 2026. 5. 1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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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CTV 제시액, FIFA 당초 요구 대비 5분의 1
印 제안액, 2022년 대비 3분의 1 토막
“인구 프리미엄 거품 신호”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딱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이 중국과 인도에서 공식 중계권 계약을 매듭짓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나라 인구를 합치면 약 29억명으로, 세계 인구 대비 35%에 이른다. 두 국가는 모두 FIFA가 본선 확대를 단행하면서 새로 끌어안으려 했던 핵심 목표였다.

그러나 FIFA는 본선 진출 무대는커녕 안방 시청자들조차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처지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월드컵 인기가 시들해져 벌어진 사태가 아니라, 인구 대국을 겨냥한 FIFA측 천문학적 중계료 요구와 수익성을 냉정하게 따지는 현지 방송사 계산이 충돌한 결과로 풀이했다.

3월 14일 호주 퍼스 HBF 파크에서 열린 AFC 여자 아시안컵 8강전 중국과 대만 경기에서 중국 서포터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각) 기준 FIFA는 전 세계 175개 국가들과 중계권 계약을 마무리했다. 사실상 주요국들과 협상을 마친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중국·인도 협상만 표류 중이다. FIFA는 이날 공식 성명에서 “2026 FIFA 월드컵 미디어 권리 판매와 관련해 중국 및 인도와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현재 단계에서는 기밀 유지 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했다.

월드컵은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스포츠 행사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2018년과 2022년 대회 당시 수개월 전 권리를 미리 확보해 대회 전부터 스폰서 광고를 대대적으로 돌렸다. 이번 월드컵처럼 개막이 한달 앞인데 공식 계약 발표가 없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중계권 계약이 지금 바로 이뤄져도, 기업들이 중계 인프라를 구축하고 광고 판매를 마칠 시간은 5주뿐이다.

중국 차이나데일리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FIFA는 당초 CCTV 측에 2억 5000만 달러에서 3억 달러(약 3650억~4360억 원)를 중계권료로 요구했다. CCTV 자체 예산은 6000만~8000만 달러(약 870억~1160억 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격차가 워낙 커 FIFA가 이후 1억 2000만~1억 5000만 달러(약 1750억~2200억 원)까지 요구액을 낮췄지만 합의점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중국 내 월드컵 중계권료는 2010·2014년 두 대회 묶음 약 1억 1500만 달러(약 1670억 원)에서 2018·2022년 묶음 약 3억 달러(약 4360억 원)로 가파르게 뛰었다. CCTV로서는 내부 승인 한도를 훌쩍 넘어선 중계권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8일 뉴델리 아룬 자이틀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델리 캐피탈스와 콜카타 나이트 라이더스의 2026 인디언 프리미어 리그(IPL) T20 경기. /연합뉴스

FIFA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전 세계 디지털·소셜 플랫폼 시청 시간의 49.8%를 차지한 압도적인 시장이다. 유선 TV 도달률에서도 세계 1위, 시청자 5억1000만명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열렸던 지난 대회와 달리 이번 월드컵은 주요 경기 상당수가 북미 개최 일정에 따라 중국 기준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새벽 생중계에 붙는 광고는 단가가 크게 깎인다.

FIFA는 이번 대회부터 본선 진출국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경기 수를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늘렸다. 중국 같은 신흥 축구 시장 대표팀을 본선에 끌어들여 글로벌 외연을 넓히겠다는 포석이었다. 정작 약 2억명 축구 팬을 보유한 중국 대표팀은 이번 확장 본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국가적 응원 이벤트로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현장 취재진 비자 발급 지연까지 겹쳐 방송 품질 저하 우려도 제기된다.

인도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합병을 거쳐 거대 플랫폼으로 거듭난 릴라이언스-디즈니 합작 지오스타(JioStar)는 이번 월드컵 중계권으로 단 2000만 달러(약 290억 원)를 제안했다. 2022년 카타르 대회 당시 릴라이언스 계열 미디어 부문이 약 6000만 달러(약 870억 원)에 권리를 확보했던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토막 난 금액이다. FIFA가 인도 시장에 기대한 액수는 6000만~1억달러 수준이었다.

인도는 중국처럼 축구를 콘텐츠로 소비하지 않는다. 인도 스포츠 미디어 시장은 철저히 크리켓 중심으로 굴러간다. 인도 크리켓 프리미어리그(IPL) 2023~2027년 중계권은 총 62억달러(약 9조원) 규모로 거래됐다. 여기에 북미 개최로 인도 기준 상당수 경기가 자정 이후에 잡힌다는 점이 광고 수익성 평가를 더 끌어내렸다. 지오스타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일찌감치 입찰을 포기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월드컵 인도 중계권은 사실상 구매자 측이 거래를 주도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FIFA는 권리료 단가를 지키려다 가장 큰 시장을 통째로 잃을 위험에 처했다. FIFA는 2026년 한 해 월드컵을 포함해 전체 수입을 89억 달러로 잡았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9억 달러가 방송권 판매 수입 목표다. 직전 대회였던 카타르 월드컵 대비 약 3분의 1 많은 야심 찬 수치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에 막대한 중계권료 할인을 주면 다른 신흥 시장들이 연쇄적으로 가격 인하를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

반대로 끝까지 버티다 이번 월드컵 중계가 무산되면 후원사 노출 타격이 막대하다. 중국에서는 멍뉴, 하이센스 같은 스폰서 기업이 이번 월드컵에 합산 약 5억 달러(약 7270억 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아디다스나 코카콜라 같은 글로벌 후원사 역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인도에 노출될 기회가 사라지는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로이터는 전문가를 인용해 “FIFA가 아시아 수요를 과대평가한 결과 자책골(own goal)을 넣을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CCTV가 가격을 일정 수준 올리고 FIFA가 1억달러 안팎으로 눈높이를 낮추거나, 인도 릴라이언스가 제안가를 소폭 인상하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을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단독 중계권과 하이라이트 편집 권한을 분리해서 파는 카드도 거론된다. 중국 스포츠 미디어 전문가 옌창은 “FIFA도 글로벌 시장 상업화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고, 중국도 월드컵에 대한 여론 중요성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양측이 결국 타협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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