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묻다]<상>“학생 지도도 겁난다” 교권 흔들리는 교실…교사·학부모 모두 지쳤다

권종민 기자 2026. 5. 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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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교실 풍경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선생님 말이라면 다 옳고, 믿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불신이 팽배해지는 등 교권은 매년 바닥을 치고 있다.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 교육공동체 갈등 속에서 교사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관계 회복 중심 교육을 통해 학교를 지켜내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일보는 다가오는 스승의 날을 맞아 흔들리는 교단의 현실과 변화하는 교실의 모습을 상·하편에 걸쳐 짚어본다.
"학생을 지도하는 순간부터 긴장하게 됩니다."

대구 수성구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10년차 교사 김모(36)씨는 최근 교단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학생 생활지도를 하거나 학부모 상담을 진행할 때마다 혹시 민원이나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예전에는 학생을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여졌던 일도 이제는 교사가 먼저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며 "학생을 위한 교육보다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에 더 신경 쓰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육활동 침해 심의건수 4년 새 4배 이상 늘어

오는 15일 '스승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육 현장의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손편지와 카네이션으로 대표되던 '존경의 날'은 이제 교사들에게 긴장과 부담의 상징으로 변했다.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이 학교 현장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교육활동 침해 심의건수는 2020년 1천197건에서 2021년 2천269건, 2022년 3천35건, 2023년 5천50건으로 급증했다. 4년 새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2024년에도 1·2학기를 합쳐 4천234건이 접수됐다.

현장 교사들은 학생 생활지도보다 민원 대응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호소한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면 교사는 교육적 해결보다 절차와 민원 대응부터 고민하게 된다"며 "수업 준비보다 사안 처리 스트레스가 더 크다는 교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 간 다툼이나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때 교사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절차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민원이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이 같은 학교 현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학교폭력 사안 처리과정을 통합 지원하는 온라인 플랫폼 '든든e'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폭력 사안의 접수부터 보고 및 처리과정까지 일원화해 교사들의 행정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또 사안 처리과정의 궁금증을 즉시 해결할 수 있도록 SNS 기반 '든든톡'과 전화상담 채널 '든든콜'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들이 행정처리보다 학생 관계 회복과 생활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와 학부모 간 신뢰 약화 우려

교단의 피로감은 학부모들도 체감하고 있다.

달서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박모(44)씨는 "예전에는 선생님 말씀을 믿고 맡긴다는 분위기가 강했다면, 지금은 교사와 학부모 모두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학교 상담도 점점 딱딱해지고, 관계 자체가 경직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와 학부모 간의 신뢰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국민신문고 민원처리 건수는 2021년 6천478건에서 2022년 1만2천965건으로 급증했다. 이후 2023년 3천574건, 2024년 4천86건, 2025년 3천657건으로 감소했지만 학교 신설과 통학구역, 통학로 등을 둘러싼 집단 민원은 반복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단순히 민원 숫자 자체보다 학교를 둘러싼 갈등구조가 일상화됐다는 점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대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 문제를 교육적으로 풀어가기보다 책임 소재부터 따지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며 "교사와 학부모 모두가 방어적으로 변하면서 아이들과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교사들의 심리적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지역의 한 저경력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자체는 좋지만, 감정 소모가 너무 크다"며 "학생·학부모·학교 사이에서 계속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최근 학교 현장을 둘러싼 갈등이 단순한 교권 문제를 넘어, 교육공동체 전반의 신뢰 약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 인권과 교권이 충돌하는 구조 속에서 교사와 학부모 모두 점점 방어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 교사들은 "학생을 이해하고 지도하는 과정 자체가 조심스러워졌다"며 "생활지도보다 민원 대응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입을 모은다. 스승의 날을 맞은 교단에서는 지금 '존경받는 교사'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교사가 안전하게 교육할 수 있는 교실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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