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빗장 풀렸다"…K-배터리, 장기 수익 방어막 구축 잰 걸음
단순 셀 제조 넘어 '대여·재사용' 아우르는 생애주기 관리 밸류체인 확장
K-배터리 3사, 데이터 기반 플랫폼 기업(BaaS) 도약…시장 주도권 타진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구독 관련 규제를 해제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단순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서비스 플랫폼으로 밸류체인을 확장할 수 있는 구조적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를 전기차와 분리해 대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캐즘(수요 둔화)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 보이며 기업들은 배터리의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BaaS(서비스형 배터리)' 생태계 선점을 위한 체질 개선에 돌입할 것으로 분석된다.

◆ 배터리 구독 특례 통과…EV 캐즘 돌파 새 판 열리나
이번 배터리 구독 서비스의 합법화는 전기차 구매 심리를 짓누르던 높은 초기 비용이란 시장 구조적 장벽을 허무는 핵심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기차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차량 구매가에서 덜어내고 매월 구독료 형태로 분납하게 함으로써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학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보조금 축소와 고금리 여파로 수요 정체에 시달리던 전기차 시장에 반등 작용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물량 공세에 밀려 고전하던 국내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의 열세를 금융 서비스 결합이란 새로운 시장 구조로 상쇄할 수 있는 무기를 얻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나아가 배터리를 단순한 소모성 하드웨어를 넘어 지속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금융 자산이자 서비스 재화로 격상시켰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 소유의 시대에서 공유와 구독의 시대로 전환하는 모빌리티 트렌드에 맞춰 배터리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 단순 제조 넘어 생애주기 관리 플랫폼 진화
규제 해소는 배터리 제조사들의 밸류체인을 출고장 밖으로 확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 셀을 납품하는 것으로 기업의 역할과 수익 창출이 끝났지만 구독 모델이 도입되면 배터리 생산부터 대여, 유지·보수,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아우르는 '생애주기 밸류체인'이 만들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는 단순히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화학 공학적 경쟁을 넘어, 수만 대의 전기차에서 쏟아지는 배터리 상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충방전 패턴과 잔존 수명(SoH)을 정밀하게 예측해 구독자에게 최적의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BaaS 사업 성패의 핵심 밸류체인으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직계열화는 배터리 제조사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구조적 진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회성 납품 마진에 의존하던 지위를 벗어나, 10년 이상의 배터리 수명 기간 내내 안정적인 구독료와 데이터를 확보하는 장기 수익 구조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사업 고도화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 완성차 종속 탈피…독자적 가격 결정력 모색
BaaS 생태계로의 진입은 배터리 제조사와 완성차 업체 간의 이해관계자 역학 구도를 완전히 재편하는 전략적 카드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의 단가 인하 압박에 노출되기 쉬웠던 배터리 업계가 소비자와 직접 구독 계약을 맺고 폐배터리 소유권까지 통제하게 되면서 시장 내 주도권(프라이싱 파워)을 확보할 수 있는 강력한 레버리지를 얻게 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이번 규제 특례를 지렛대 삼아 금융사 및 렌터카 업체들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거나 전용 구독 플랫폼 앱을 론칭하는 등 이종 산업 간의 합종연횡에 속도를 낼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 진단 및 평가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중고 전기차 시장과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규칙을 직접 설계하겠다는 공격적인 기업 전략이 가동될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구독의 법적 허용은 국내 배터리 3사가 제조업의 굴레를 벗고 빅데이터 기반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는 결정적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캐즘이라는 단기적 보릿고개를 넘는 것을 넘어 배터리의 생애주기 전반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BaaS 생태계를 선점해 중국 기업들이 넘볼 수 없는 진입 장벽을 쌓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