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3세대 ETF’에 상투잡는 개미들... 먹통 된 LP에 괴리율 커져

박지윤 기자 2026. 5. 12. 14:0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일 장 초·후반 5~10분 LP 호가 공백 사례 속출
LP 호가 제출 면제 때 매수세 몰리면 ‘가격 왜곡’
일러스트= ChatGPT 달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장 초반과 후반 유동성 공급자(LP)의 호가 관리 소홀을 틈탄 ‘오버슈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극심한 틈을 타 개인 투자자들이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매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의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는 지난 4일 순자산 1조원을 돌파하며 메가 ETF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지난 6일 코스피 프로그램 매수 호가 일시 효력 정지(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시장이 급등하자 운용 효율성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날 개장 후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ETF는 개장 1분 만에 21.3% 폭등했으나 2분이 지난 뒤 상승폭이 5.5%로 줄어들었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 IT레버리지’ 역시 장 초반 매수세가 몰리며 유사한 호가 공백과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났다. TIGER 200 IT레버리지는 이날 개장 후 1분여 동안 전일 종가 대비 29.8% 오른 가격에 거래됐지만, 이로부터 5분 뒤 오름폭이 16.3%로 감소했다.

두 ETF는 모두 주요 반도체 기업 비중이 큰 상품이다. 지난 6일 기준 SOL AI반도체TOP2플러스에 담긴 구성 종목과 비중은 ▲SK하이닉스 24.6% ▲SK스퀘어 19.4% ▲삼성전자 18.9% 등이다. TIGER 200 IT레버리지는 100% 비중 기준으로 ▲SK하이닉스 20.3% ▲SK스퀘어 18.6% ▲삼성전자 16.8% 등이 담겨 있다. 이날 개장 후 3분여 동안 삼성전자는 전일 종가 대비 8.5%, SK하이닉스는 12.2%, SK스퀘어는 20.9% 각각 상승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 6일 국내 증시는 일부 증권사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정도로 거래량이 폭증했다”며 “주요 편입 종목인 SK스퀘어가 변동성 완화 장치(VI)에 들어가며 적정 가격 산출이 어려워지면서 이 종목을 많이 담은 ETF들의 호가 관리가 장 초반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매수세가 장 초반 한꺼번에 쏠리면서 LP가 보유한 물량 자체가 바닥난 점도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국내 ETF 시장은 다음과 같은 세대교체를 거쳐왔다. 1세대는 시장 지수 추종형 ETF로 KODEX 200, KODEX 나스닥 등이 대표적이다. 2세대는 KODEX 반도체, KODEX 증권 등 업종별 섹터형 ETF다. 3세대의 경우 특정 핵심 종목 집중 투자형 또는 커버드콜 전략 ETF로 구분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특정 종목 비중이 높은 ETF의 특성과 장 초반 주문 폭주가 맞물리면서 LP의 대응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기초 자산과 ETF 가격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6일 삼전(삼성전자), 닉스(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주가 상승분에 비해 관련 ETF 상승률과 괴리율이 심하다“며 “이날 장 초반에 시장가로 매수한 투자자들은 상투를 잡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매수 쏠림으로 인한 일시적 과열 사태를 계기로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장 시작 전 LP의 재고 물량을 사전에 체크하고, 메인 LP 증권사 숫자를 늘려 특정 증권사의 시스템 오류에 대비할 것”이라며 “거래소 규정상 장 초반 5분과 장 마감 10분 전이 호가 제출 면제 기간이라 하더라도 인적 인프라를 동원해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덩치만 커진 국내 ETF 시장이 내실 있는 운용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면 투자자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가격 변동성이 큰 장 초반 5분과 장 종료 전 10분은 종종 LP의 호가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가격이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며 “이 시간대에는 시장가 매수보다는 실시간 지표 가치(iNAV)를 확인한 뒤 가격을 지정해 주문하는 지정가 매매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만간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등 특정 종목 주가를 2배 추종하는 ETF가 출시될 예정이라 투자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ETF 괴리율 초과 공시는 총 135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급증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