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성의 인문기행 ] ① 너브내 한내 웅천이 흐르는 진충보국 만세보령

[<사람과 산> 박기성 전문기자] 내포기행(內浦紀行)… 가는 내내 뿌연 날씨였다. 봄안개라면 낭만적인 느낌이라도 있을 텐데 황사에 묻어온 흐리멍텅뿐이었다. 이런 공기를 뚫고 서해대교를 지나 송악인테체인지, 그리고 삽교천, 무한천을 거슬러 예당저수지에 이른다.
국내 최대의 농업용 저수지로 동서 5리, 남북 20리, 둘레 100리에 이르는 크기다. 1928년에 착공했다가 태평양전쟁, 1952년에 재개하는가 싶더니 6·25, 이어 4·19로 지지부진한 끝에 1964년 12월 31일 완공되었다. 이렇게 확보한 4700만톤의 저수량으로 'V 자를 이루는 금북정맥 말단부 오금'의 예당평야ー아산·예산·당진·서산들에 물을 대는 까닭에 예당저수지다.
한국산서회와 함께 하는 인문기행 대상지는 원래, 예당평야와 상관없는 보령이다. 그런데 우리는 초등학교 다닐 때 여기 예당평야를 포함한 충청남도 평야를 내포평야로 배웠다. 그래서 '육지 안으로 바다가 쑥 들어온 개' 내포의 대표로 여겨지는 삽교·무한천 유역으로 지나가면서 대표적 내포지방의 냄새를 맡아보고 싶어 이리 온 것이었다. <택리지>에는 "가야산 앞뒤 열 개 고을을 내포라 한다"고 되어있다.
백 리 둘레 저수지는 아스라이 넓었다. 호수 건너 산들과 점점이 섬이 어우러진 풍경이 꼭 남종화(南宗畵) 같았는데 황사로 흐리무리하니 더 환상적이다. 물 가운데 줄지어 서 있는, 허리까지 물에 잠긴 나무들은 중국 강남의 서호(西湖)를 방불케 하고 있다.
대흥면을 지나 광시면으로 접어들자 광정개들, 갯벌 간척지처럼 평평한 바둑판 땅이 펼쳐진다. 저거, 바로 저걸 확인하러 일없이 무한천을 거슬러 올라왔지~. <충청남도 누리집> '이재인의 물 따라 길 따라'에 의하면 더 상류 하장대리에 하장포구가 있었다 하니 분명 여기까지는 바닷물이 들어왔을 것이다. 지도를 보니 산 너머 같은 위도에 지난달 갔던 유구읍이 있다.
이제 서쪽으로 장곡면소, 금북정맥을 넘어 광천읍으로 향한다. 지금은 홍성군 소속이지만 1914년 이전에는 보령군이었던 너브내 광천(廣川)의 발원지로, '내[川]'라기보다는 '개[浦]'로 부르는 게 더 맞을 것 같은 내륙바다가 북쪽에 천북면(川北面), 남쪽에 청소면 (靑所面)과 충청도 수군절도사영 소재지 오천면(鰲川面)을 끼고 있다.
읍내 시장통에서 점심을 먹고 옹암리(瓮巖里)의 광천토굴새우젓 홍보전시관을 방문한다. 그리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새우젓 토굴로 들어가본다. 남북으로 길쭉한 언덕에 1호부터 40호까지 줄지어 있는바 우리가 살펴본 데는 마을 공용의 12호굴. "광천새우젓 토굴12호" 간판 아래 나무문에 자물쇠 고리가 달려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폭 1.5m, 높이 1.7~2m, 길이 100~200m라는 굴이 시원하면서도 콤콤하다. 이런 온도 14~16도와 85%의 습도 가운데서 새우젓이 가장 잘 숙성된다고 한다.
광천 남쪽 청소면의 김좌진 장군 묘를 찾아가다 뜻밖에 원홍주 등육군상무사(元洪州等六郡商務社) 임소(任所)를 만난다. 1851년에 결성된 오읍상계(五邑商稧)에 1901년 오천군 지역이 가입하면서 중앙상 무사로 편입이 된 홍주·보령·청양·대흥·결성 보부상 본부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ㄱ자집으로 황토색 흙벽이 눈길을 끈다.
집 뒤 밭 귀퉁이에 있는 '선고인(先故人) 합동위령비'에는 "도접주(都接主) 최항식, 부접장(副接長) 강원희·유창헌·김동은, 도본방(都本方) 김 용환, 도공원(都公圓) 김방삭, 도감사(都監査) 권오염, 도서기(都書記) 김낙구, 한산(閑山) 도공원 신태성"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접주는 지역 보부상 조직의 우두머리고 부접장은 각 장시에 있는 임방(任房)의 책임자며 본방은 본부 사무직, 공원은 임방 임원, 감사·서기·한산은 실무자인데… 이 간부급들이 합동위령비로 뭉뚱그려진 걸 보면 다들 집과 가족이 없었나?

글.사진 박기성 전문기자 l 사)한국山書會 회장이다. 서울大 문리대OB산악회장으로 〈사람과 산〉 편집장을 지냈다. 저서로 「삼국사기의 산을 가다」, 「명산」, 「울릉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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