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은 왜 '억까'라고 말했나? 韓 부동산의 한계와 모순
부동산 억까의 경제학 1편
“비거주 1주택 실거주 의무 유예”
갭투자 용인 비난, 李 대통령 “억까”
강남 3구 하락 전환 성과
매물 증가로 하락 유도해
‘억까’ 당하기 쉬운 韓 시장
선분양제 등 원초적 문제 많아
# 미국 주택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구축構築 가격이 신축新築보다 비싸지는 일이 지난 6개월 동안 무려 3번이나 발생했다. 신규 주택 공급자들이 구축 매물 잠김 현상에 맞서 가격을 내린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정부가 매물 확보를 통한 가격 안정화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비난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은 무리한 공격(속칭 억까)이라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걸까. 2편에 걸쳐 알아봤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관련 비판에 '억까'라는 심경을 밝혔다.[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2/thescoop1/20260512134114106doaf.jpg)
그러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엑스) 계정에 "'사실상 갭투자 허용' 주장은 소위 억까에 가깝습니다"라며 이렇게 반박했다. "매수자가 2년 이내에 보증금 포함 매매대금 전액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가지고 '갭투자 허용'이라고 하는 것은 과해 보인다".
먼저 억까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부동산 시장의 속성을 잘 나타내주는 적확한 단어여서다. 억까는 상대방을 억지로 비난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2010년대 신조어다. 억까라는 말은 온라인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실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이른바 '가불기(가드불능기술)'에 당하는 데서 유래했다.
대통령의 주장처럼 최근 부동산 관련 비난 중에는 '억까'라고 느낄 만한 '가불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은 본질적으로 좋은 평가를 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대통령과 정부가 부동산 보유의 실질적인 비용이 늘어날 것을 예고해 다주택자의 서울 구축 아파트 매도 물량이 대폭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최고가 수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에서 신고가 거래를 실종시켰고, 심지어 하락세를 유도했다. 부인할 수 없는 상당한 성과다.
무엇보다 실제 매물, 이를테면 구축構築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는 게 가격 안정화를 끌어내는 진짜 공급이란 이번 정부의 기조도 상당한 신빙성을 갖고 있다. 오랜 기간 우리 부동산 시장에서는 '택지 조성조차 안 된 물량을 포함한 미래의 분양 계획'이 마치 유일한 공급대책인 것처럼 대접받았지만,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 수보다 우리 옆집이나 윗집 등이 부동산에 매물로 등록된 건수가 더 많아야 우리 집 가격이 내려가는 법이다
![[사진 | 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2/thescoop1/20260512134115398nrux.jpg)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 물량을 신축新築 입주와 구축 거래량으로 구분해 보면, 주택 공급론자들의 주장처럼 입주 물량의 많고 적음이 가격 등락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실제로는 수요라는 시장의 상황에 따라서 입주 물량이 결정된다고 볼 수도 있다.
신·구축 거래량(입주)이 4만 건대로 최근 5년간 가장 적었던 2022년 서울 아파트의 전년 대비 가격 하락률은 무려 7.20%에 달했다. 하지만 신·구축 거래량이 11만건대로 가장 많았던 2025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무려 8.71%나 상승했다(서울시·KB부동산·프롭티어).
이재명 정부는 강남3구 아파트 가격 하락을 유도하면서 미래가치의 자본화라는 정교한 정책을 썼다.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 부동산 보유세인 재산세 증세 언급 등은 부동산을 보유하는 데 드는 비용을 증가시켜 수익률과 가격을 떨어뜨릴 것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 부동산 증세는 반드시 해당 자산의 미래 수익률을 끌어내리고, 이는 현재의 가격을 하락시킨다. 부동산의 미래가치를 기대수익률만큼 할인한 것이 현재 부동산 시세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보유에 드는 비용과 예상 수익률 문제를 현실에서 확인하려면, 현재 미국 주택시장을 보면 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신축 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이 구축 주택보다 낮아졌다.
2025년 10월 미국 신축 주택의 중간 매매가격은 40만4200달러인데, 구축 주택은 41만4900달러로 이보다 높았다. 중간 매매가격은 전체 매매에서 중간에 위치한 매매가격을 뜻한다. 2026년 3월에도 구축 주택 중간 매매가격이 40만8800달러로 신축 중간값인 38만7400달러보다 높았다. 지난 6개월 동안 미국에서 구축이 신축 주택 가격보다 비쌌던 건 무려 3개월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사상 최초로 지난 6개월 중 3번이나 신축 주택 중간 매매가격이 구축보다 낮았다. 콜로라도주의 주택 신축 현장.[사진 | 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2/thescoop1/20260512134116706vxth.jpg)
구축 공급자인 기존 주택 소유주들은 가격 하락은 물론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문제로도 이사를 망설이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생겼다. 과거 낮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에서 현재 7%에 가까운 대출금리를 감수하고, 이사 갈 생각이 없는 주택 소유주들이 증가하니까 이들이 시중에 내놓는 매도 물량도 줄어든 셈이다. 물량의 축소는 곧 가격의 상승을 뜻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신축을 만들어서 파는, 이른바 신축 공급자인 건설업자들의 대응은 달랐다. 이들은 주담대 금리가 4%에서 7%대로 뛰면서 매수자들의 월평균 상환금이 약 1000달러 이상 차이가 나자, 현재 신축 주택의 매매가를 낮추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주택 매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신축 주택 판매는 증가했고, 가격은 하락했다. 그 결과가 바로 신축보다 비싼 구축 주택이 늘어난 요인 중 하나다.
여기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가불기'가 작동한다. 일종의 불공평하고, 경직된 사전분양제도다. 사전분양은 청약, 착공, 준공 및 입주를 거친다. 청약에 당첨되고 평균 3~6개월 후 공사를 시작하고(착공), 3~4년씩 걸려 주택 사용승인(준공)을 받으며, 조정대상지역의 실거주 1주택자가 매매차익에 내는 세금인 양도세를 면제받는 2년 보유 및 거주 기간을 거쳐야 시중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
선분양제도에서 신축 아파트 공급은 당첨을 거쳐야 하므로 시중 거래가격이 없으니 빨라야 5년, 길면 7년이 지나야 구축 매매시장에 매물로 등장해 매매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참고: 8년 후에나 매물로 나올 '가짜 공급' 무의미: 부동산의 본질과 과세·더스쿠프·2025년 6월 24일.]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에는 사실상 신축 주택 시장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축 공급자들이 매매가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경쟁할 수 없고, 이는 구축 물량의 무조건적인 상승 압박으로 이어진다.
![[사진 |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2/thescoop1/20260512134118004hdno.jpg)
이에 따라 키맞추기는 보유세 증세 등 비용을 늘려야만 해결할 수 있다. 보유 비용 증가 없이 물량으로만 가격을 조정하려 하면, 이른바 '가불기'에 걸려 '억까'를 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부동산의 과세는 자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편에서 답을 찾아보자.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