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넘어 ‘생존’으로…은행권, 이자로 원금 갚고 대출 리스크 나눈다
카뱅•부산은행 ‘공동대출’ 맞손…플랫폼 역량 결합해 리스크 분산
연 5% 초과 저신용 사업자 1만 명 혜택…부동산·연체 차주는 제외
“이자 감면으론 한계”…부실 예방 위해 사후 지원서 사전 관리로

고금리 장기화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실 우려가 커지자, 은행권이 단순 이자 감면을 넘어선 선제적 방어에 돌입했다. KB국민은행이 이자 일부를 원금 상환으로 돌리는 모델을 도입하고, 카카오뱅크와 부산은행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손을 잡는 등 금융권의 상생 전략이 사후지원에서 사전 부실 예방으로 재편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개인사업자대출 연장 시 금리가 연 5%를 초과할 경우 초과 이자분을 대출원금 상환에 자동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이달 중 시행한다. KB금융의 ‘KB국민행복 희망프로젝트’ 일환이다.
대상은 연 5% 초과 금리의 원화 대출을 보유한 저신용등급 개인사업자로, 부동산 관련 업종과 연체 고객 등 일부 차주는 제외된다. 은행 측은 약 1만명 이상의 개인사업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 이자 감면과는 구조가 다르다. 연 9% 금리 대출을 예로 들면, 5%를 초과하는 4%포인트 구간의 이자를 은행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고 원금 상환 재원으로 돌리는 방식이다. 차주 입장에서는 실제 채무 규모가 줄어드는 효과를 얻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취약차주 지원과 부실 예방 효과를 동시에 겨냥한 구조로 해석하고 있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이자만 장기간 납부하고 원금은 줄지 않는 사례가 많은 만큼, 원금 감소 속도를 높이면 향후 연체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건전성 관리 움직임은 공동대출 확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BNK부산은행은 최근 기업 공동대출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대상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공동대출 상품 출시와 금융서비스 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카카오뱅크의 디지털 플랫폼 역량과 BNK부산은행의 기업금융 노하우를 결합해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의 고객 기반과 BNK부산은행의 지역 기업금융 인프라를 활용해 중소기업 금융 접근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금융권에서는 공동대출 역시 외형 확대보다 리스크 분산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대출 자산을 함께 취급하면 특정 금융회사에 리스크가 집중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디지털 기반 신용평가와 지역 밀착형 기업심사를 결합해 부실 가능성을 낮추려는 목적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들은 원금 상환 조건부 만기연장, 장기 분할상환 유도, 고위험 업종 심사 강화 등 선제적 관리 기조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취약차주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어, 이러한 상생금융 전략도 단순 지원에서 ‘부실 예방형 관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체 발생 이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연체 이전 단계에서 원금 규모와 리스크 자체를 줄이려는 방향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상생금융과 건전성 관리가 동시에 요구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