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가 줄 선다”⋯ 세계 AI•반도체 공급망 틀어 쥔 ‘삼성·SK’

정수연 기자 2026. 5. 1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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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같은 을’⋯ 달라진 K-반도체 위상
올 초 AMD·퀄컴등 빅테크 줄 방한
UAE 정부단도 방한해 투자처 모색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급부상하면서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객사 중심이었던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 메모리 공급망을 쥔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올 들어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해외 정부까지 직접 한국 반도체 기업을 찾으면서 K-반도체의 전략적 위상도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갑을 관계 역전’이란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12일 아랍에미리트(UAE) 정부 대표단이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다. 올해 초부터 AMD와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경영진이 잇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찾은 데 이어 UAE 정부 방한단까지 가세하며 K-반도체의 ‘확’ 달라진 위상을 증명하고 있다.

UAE의 이번 방한은 AI·반도체 공급망 확보와 자국 반도체 생태계 구축 전략과 맞물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UAE가 한국의 제조 역량과 반도체 생태계에 주목, 대규모 국부펀드 자금을 활용한 투자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UAE가 메모리뿐 아니라 국내 팹리스 및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전반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UAE는 강력한 자본력과 에너지·항공 물류 경쟁력을 기반으로 자국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중동과 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물류 허브 역할까지 포함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에서 자국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규복 인하대 특임교수(전 반도체공학회장)는 “해외를 통틀어 봐도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딥엑스, 모빌린트, 하이퍼엑셀 등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많이 등장한 국가가 한국밖에 없다”며 “UAE 입장에서 장기 투자 가치와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연합뉴스

이 같은 국내 메모리 업계의 달라진 위상은 해외에서도 재조명 받고 있다. 최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빅테크들로부터 신규 생산라인 투자와 장비 구매 지원 제안을 받았다.

일부 고객사는 특정 메모리 생산라인에 직접 투자 방안을 제안했고,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구매 비용까지 부담해 주는 방식이 거론됐다. EUV 장비는 첨단 메모리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장비로, 한 대당 15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AI 시대 반도체 공급망 권력 구조가 급변하고 있는 방증으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 고객사가 가격과 물량 협상에서 우위를 점했다면, 현재는 제한된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객사가 장기계약은 물론 투자 제안까지 내놓는 등 갑을관계가 역전됐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들의 천문학적인 AI 투자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적 가치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이던 AI 경쟁이 고성능 메모리 확보 경쟁으로 확장되면서 벌어진 반도체 공급난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과거 메모리 업체들은 전형적인 ‘을’의 위치였다면, 지금은 AI 시대 핵심 인프라를 쥔 ‘갑 같은 을’이 된 상황”이라며 “AI 반도체든 일반 CPU·GPU 기반 시스템이든 이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HBM을 포함한 고성능 메모리가 필수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낸 지위 역전현상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결국 글로벌 기업이나 해외 정부 입장에서도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기업과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UAE 역시 먼저 SK하이닉스 공장을 방문하고, 이를 계기로 국내 AI 기업 투자와 협력까지 연계하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정수연 기자 ssu@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