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남극기지서 흉기 위협 사건…가해자와 3주 넘게 동거
곧바로 제지하고 별도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다행히 다친 사람 없어
극한의 환경 탓에 A씨 이송 교통편 마련에 3주 이상 소요
격리 공간도 없어 현지 책임자가 함께 생활하며 감시…대원들 공포감 호소
극지연구소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중…갈등 관리 등 예방 조치 강화"

해양수산부 산하 극지 연구 기관에서 동료 간 흉기 위협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자칫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대원들은 고립된 환경 탓에 한 달 가까이 가해자와 동거했던 것으로 드러나 강도 높은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오후 7시 20분쯤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 월동 연구 대원 A씨가 흉기를 들고 다른 대원을 위협했다. 당시 A씨가 흉기를 들고 이동하는 장면을 목격한 대원들이 이를 기지 내에 전파했고, 책임자들이 A씨를 설득한 뒤 제지하면서 다행히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기지는 A씨를 분리 조치하고 비상 이송을 결정했지만 남극이 겨울에 접어들어 기상 환경 악화 등으로 항공기 운항이 사실상 끊긴 상태였다. 결국 대원들은 A씨를 연구동과 50m가량 떨어진 비상대피동으로 옮겼다.
현장 책임자 중 한 명이 2차 범죄 등 만약의 위험에 대비해 A씨와 함께 지냈다. A씨를 국내로 이송하기 위한 항공기는 지난 7일에 확보됐다. A씨는 이 항공편으로 11일 입국했다. 경찰은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배당해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A씨가 국내로 이송되면서 현재 과학기지에는 대원 17명이 근무하고 있다. 연구 기지는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극한의 환경 탓에 교통편 확보에 시간이 걸리면서, 대원들은 3주 넘게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안고 생활해야 했다.
극지연구소가 운영하는 과학기지에서 대원 간 폭행 등의 사건은 있었지만, 흉기를 이용한 범죄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에는 세종과학기지에서 술에 취한 책임자가 대원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고, 최근에도 대원 간 폭행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다행히 인명피해 없이 수습됐지만, 사실상 고립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별도의 치안 전담 인력이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격리 가능 시설 등도 없어 책임자인 동료 대원이 이를 제지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점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극지연구소는 사건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2차 범죄 등 위험이 커질 것을 우려해 A씨가 국내로 이송될 때까지 비공개 방침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또 현지 대원에 대한 심리 상담과 함께 예방 조치와 대응력 강화 등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설명했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범행 동기는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야겠지만, (가해자가) 일부 대원에게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런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지 사례와 단계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이번 일이 개인의 문제인지, 구조적인 문제인지 등도 폭넓게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부분과 함께 예방력도 더 강화하는 쪽으로 대책을 수립 중"이라며 "고립된 환경 특수성을 고려해 대응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남극 파견 전 교육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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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송호재 기자 songa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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