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누누티비는 없다? 불법 사이트 막히자 SNS 파고드는 '꾼들'

이혁기 기자 2026. 5. 1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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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콘텐츠 불법 유통과의 전쟁②
정부 긴급 차단 제도 시행했지만
보란 듯 음지서 운영 재개한 꾼들
해외 불법 사이트도 골칫거리
정부, 최신 기술 적극 도입해야

# 정부가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긴급차단'이란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러자 불법 웹툰 유통의 대명사였던 '뉴토끼'가 꼬리를 내리는 등 시장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 하지만 싸움은 지금부터일지 모릅니다. 정부가 꺼내든 '긴급차단' 제도에 빈틈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불법 유통과의 전쟁' 2편에선 새 제도의 또다른 허점들과 대응책이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뉴토끼 운영진으로 추정되는 일당이 서비스 운영을 재개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1편에서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를 뿌리 뽑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새 제도를 살펴봤습니다. 5월 11일부터 시행한 '불법 사이트 긴급차단ㆍ접속차단 제도(이하 긴급차단 제도)'가 그것인데, 핵심은 속도입니다. 복잡한 심의 절차를 건너뛰고 불법 유통 사이트를 즉각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 '뉴토끼'가 최근 홈페이지 폐쇄를 선언하며 종적을 감춘 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 영향인지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 리디 등 주요 웹툰 앱 이용자도 최근 가파르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릅니다. 정부의 새 제도가 가진 빈틈이 꽤 크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제도는 '가상 사설망(VPN)'을 통한 우회 접속을 막을 수 없습니다. 현재의 차단 시스템은 '한국 IP(인터넷상고유주소)'에서만 작동합니다.

따라서 이용자가 VPN을 켜고 해외 IP로 위치를 변경하면 아무런 제재 없이 사이트를 드나들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접근을 차단하는 것만으론 불법 유통 사이트를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깁니다.

■ 한계② 음지화 = 빈틈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긴급차단 제도의 제재 대상이 '웹사이트'에만 국한해 있다는 것도 한계로 꼽힙니다. 콘텐츠를 불법 유통하는 꾼들이 웹사이트 외 플랫폼을 활용하면 막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불법 사이트 운영진이 정부 단속이 어려운 플랫폼으로 숨어드는 이른바 '음지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기우杞憂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뉴토끼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뉴토끼가 폐쇄를 선언한 4월 27일, 폐쇄형 메신저 '텔레그램'에선 뉴토끼 운영진 소유로 추정되는 계정이 '뉴토끼와 마나토끼(일본만화 불법유통 사이트), 북토끼(웹소설)를 재운영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해당 텔레그램 계정은 "현재 서버 침해와 악성 코드가 발생해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면서 "자료가 방대해 업로드에 어려움이 있지만, 기존과 똑같이 정상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이라면 "뉴토끼 등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겠다"는 말은 한낱 공염불에 그칩니다.

이 계정을 '친구추가'한 이들은 6900여명(5월 6일 기준)에 달했습니다. 폐쇄형 메신저를 기점으로 불법 유통 사이트가 명맥을 이을 조짐이 나타난 셈입니다.[※참고: 폐쇄형 메신저는 제한된 사람끼리 소통하는 비공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입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정부가 긴급차단 제도를 시행한 11일, 뉴토끼와 밤토끼, 마나토끼는 일제히 재운영을 시작했습니다. SNS를 창구로 사람들을 새로운 사이트로 모으고 있는 겁니다.

정부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접속 절차는 더 은밀해지고 까다로워졌습니다. 안내에 따라 여러개의 홈페이지를 거치고, 사람인지 정보를 수집하는 봇(BOT)인지 확인하는 인증도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접속한 최종 홈페이지엔 불법 유출한 웹툰과 일본만화, 웹소설들이 버젓이 진열돼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지만 현재의 긴급차단 제도로는 음지로 파고든 꾼들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문체부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VPN과 마찬가지로 제도의 규제 범위를 벗어나는 대상을 제재할 방법은 없다. 음지에서 자기들끼리 사이트를 없앴다가 다시 만드는 것까지 막진 못한다."

■ 한계③ 해외 유출 = 이번 긴급차단 제도가 '국내 인터넷망'에 국한한 조치라는 점도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른바 'K-콘텐츠'의 인기가 전세계로 뻗어나가면서 불법 유통의 주무대 역시 국경 밖으로 확장했지만 이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런 위험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웹툰이 집중 모니터링 중인 대형 불법 사이트들의 언어 분포를 살펴보면, 영어 기반 사이트가 전체의 40.0%로 비중이 가장 높고, 스페인어(37.0%)와 인도네시아어(11.0%)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한국어 서비스 비중은 12.0%에 불과합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불법 유통이 훨씬 더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처럼 정부의 긴급차단 제도엔 VPN을 통한 우회 접속, 제한적 규제 대상 등 '기술적인 빈틈'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한계는 극복하기 힘든 걸까요? 아닙니다. 불법 공유를 막는 새로운 기술들은 꾸준히 개발ㆍ개선되고 있습니다. 그중엔 단순한 접속차단을 넘어 유출의 '진원지'를 찾아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례로, 네이버웹툰은 자사 웹툰에 사람 눈엔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일종의 표식)'를 삽입하는 탐지 기술 '툰레이더'를 2017년 도입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툰레이더'는 웹툰이 불법 사이트에 유출되면, 고유의 워터마크 암호를 해독해 해당 웹툰을 최초로 캡처하고 유포한 네이버웹툰 계정을 역추적합니다. 2024년엔 모든 추적 과정을 인공지능(AI)이 진행하고 워터마크 패턴을 늘리는 등 성능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툰레이더는 효과도 좋습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인기 상위 50개 작품의 유출 건수가 전년 대비 80%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새로운 보안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ㆍ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김휘강 고려대학교(스마트보안학) 교수는 "불법 유통 사이트의 서버 IP를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은 이미 개발된 상황"이라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서버 IP를 폐쇄하면 도메인(홈페이지 주소)을 폐쇄하는 것보다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K-콘텐츠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한 만큼 최신 기술에 관심을 갖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동안 불법 사이트 근절에 소극적이었던 정부가 모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인 건 국내 콘텐츠 업계에 긍정적인 신호임에 분명합니다. 획기적으로 빨라진 차단 속도는 도메인을 수시로 바꾸며 법망을 조롱하던 불법 유통업자들의 숨통을 조이는 데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여기서 멈춰선 안 됩니다. VPN을 활용한 우회 접속과 음지화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K-콘텐츠'의 활동 무대가 전세계가 된 지금 시점에선 해외 국가의 공조도 중요해졌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꼬리를 자르는 데 만족해선 곤란하다는 겁니다. 불법 사이트와의 전쟁,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일지 모릅니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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