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A 옆 부촌도시 시장님... 알고보니 중국 스파이였다
中정부 지시 받고 친중 여론 형성
시장직 사퇴... FBI “영향력 뿌리 뽑을 것”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 교외의 부촌인 아카디아의 아일린 왕 시장이 11일 사임했다. 중국 정부의 미등록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으로 중국에 관한 선전을 조정했다는 혐의를 받아 검찰의 수사를 받던 중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은 외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일하게 될 경우 대리인으로 등록해 주요 활동 및 접촉 내역을 신고하게 돼 있다. 왕 시장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박해 사실을 부인하는 콘텐츠 등 중국 정부 지시를 받고 일부를 게시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LA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에서는 주요 인사를 포섭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끌고 가려는 중국의 이른바 ‘영향력 공작’이 횡행하고 있다. 아카디아는 시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시장을 맡는데, 2022년 시의원에 당선된 왕 시장은 2020~2022년 중국의 통제를 받아 미국 내 선전을 조장했다는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미국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은 더 가벼운 죄목으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줄여주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을 허용하고 있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유죄 인정 합의서를 보면 왕 시장은 전 약혼자와 함께 중국계 미국인을 위한 뉴스 매체를 운영하며 중국 정부로부터 요청을 받은 기사를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약혼자는 먼저 유죄를 인정해 4년 형을 받았다고 한다.
왕씨는 2021년 6월 중국 정부 관리로부터 ‘신장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란 메시지를 받았다. 여기에는 LA 주재 중국 총영사가 LA타임스에 보낸 독자 투고가 포함돼 있었는데, 구금·박해·학살 의혹이 제기된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면화에 대한 제품 불매를 지지하는 LA타임스 사설에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대만 문제와 더불어 국제 사회에서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이슈 중 하나다. “신장에는 집단 학살이 없고, 면화 생산을 포함한 어떤 생산 활동에서도 ‘강제 노동’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요지였는데, 왕 시장은 링크를 받은 지 몇 분 만에 기사를 자신의 매체에 게재했다. 피드백을 받은 중국 정부 인사가 “정말 빠르다” “훌륭하다”고 답할 정도였다.

다만 왕 시장 측 변호인단은 이런 행위가 시장 재임 전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은 “왕 시장이 미국에서 친(親)중국 선전물을 퍼뜨려 중국의 이익을 홍보하기 위해 개인들과 협력했다”며 “법정 최고 형량인 연방 교도소 10년 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이날 X(옛 트위터)에서 왕 시장에 대한 기소 사실을 전하며 “왕 시장은 미국에서 중국의 선전을 촉진하고, 중국의 지시에 따라 그들의 이익을 증진시켰다”며 “FBI와 우리의 연방 파트너들은 전국 곳곳의 미국 기관에서 이런 영향력을 뿌리를 뽑기 위해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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