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 낀 매물’ 퇴로에도 집주인들 “안팔아요” [부동산360]

신혜원 2026. 5. 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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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용산·성동 등 매물 줄자, 호가 높여
“비거주 1주택 매물은 갈아타기 목적 대다수”
현장에선 “임차인이 결국 손해 볼 것”
서울 성동구 금호동 ‘e편한세상금호파크힐스’ 단지 전경. 신혜원 기자

[헤럴드경제=신혜원·홍승희·윤성현 기자] “비거주 1주택자 매물이 나오긴 했는데, 호가를 거의 신고가 수준으로 부르고 있어요. 시장에 물건이 부족해 더 오를 수 있다는 걸 집주인도 알고 있는거죠.” (송파구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강남 분들이 용산 주상복합을 많이 갖고 있는데 대부분 사업체를 운영 중이라 보유세를 감당할 수 있다고 보나봐요. 1주택자들은 팔 생각도 없고요.” (용산구 Z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이쪽 일대 비거주 1주택자들은 소득이 낮은 것도 아니라 버티려는 분들이 많아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을 예고했을 때처럼 매물이 많이 늘 것 같지 않아요.” (성동구 E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정부가 추가적인 매물 출회를 위해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낀 매물’ 매도를 12일부터 허용했지만 송파·용산·성동 등 서울 주요 현장에선 공급 확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집을 팔면 다시는 못 산다’는 인식이 강해 버티기를 하거나, 증여를 택하는 이들이 많다는 게 현장 중개사무소들의 이야기다.

비거주 1주택자가 매물을 내놓더라도 갈아타기 목적이 대다수라 정부가 기대하는 공급물량 순증 효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급하게 팔지 않겠다” 서울 아파트 매물 줄고, 호가 높아졌다

지난 11일 찾은 송파·용산·성동 일대 중개사무소들은 하루전 양도세 중과가 시행 이후 다주택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수개월 전부터 높은 호가에 내놨던 1주택자의 갈아타기용 매물만 남아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축소 등 세 부담 강화를 예고하며 송파 일대에선 지방 거주 소유주 매물이 일부 출회되긴 했지만 급하게 팔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호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6만3985건으로, 한 달 전(7만6093건)과 비교하면 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송파구는 5836건에서 4672건으로 20%, 용산구는 1846건에서 1727건으로 6.5%, 성동구는 2246건에서 1859건으로 17.3% 줄었다. 특히 성동구 금호동 ‘e편한세상금호파크힐스’는 102건에서 54건,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은 82건에서 42건 등으로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매물이 잠기자, 시장에 나오는 매물 호가는 계속해서 오르는 모습이다. 송파구 신천동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 또한 “파크리오나 엘스·리센츠·트리지움 같은 단지에는 전세를 놓고 지방으로 내려간 고령1주택자들이 있어 매도를 고민하지만 싸게 내놓지 않고 오히려 호가를 높여 내놓고 있다”며 “파크리오 84㎡(이하 전용면적) 기준 1단지 최고가가 32억2000만원이었는데 현재 호가가 31억원을 넘어섰다”고 했다. 다주택자 급매물이 나오던 때 거래가보다 3억원을 올린 매매가다.

서울 용산구 용산역 인근 아파트 단지 모습. 홍승희 기자
비거주 1주택자 중장년은 ‘더 똘똘한 한 채’ 고령층은 ‘다운사이징’ 수요 이동

정부가 올 연말까지 비거주 1주택자도 세 낀 매물을 매도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긴 했지만 ‘버티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게 중개사무소들의 중론이다. 아울러 일부 매물이 출회되더라도 이들이 기존 집을 팔고 무주택으로 세 들어 사는 것이 아닌 상급지로의 갈아타기 수요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e편한세상금호파크힐스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소유주들은 어차피 집값은 우상향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보유하거나 증여를 택하는 분위기”라며 “정부가 비거주 1주택 세 낀 매도를 허용해줘도 강남 급매가 나와서 그쪽으로 갈아타려는 분 아닌 이상 매물을 잘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지금 비거주하는 이유가 생활권이 달라서인데 내 집을 세 끼고 판다고 해도 본인이 살 집을 구하고, 입주기간을 맞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또한 용산구 H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고령 1주택자가 매물을 내놨는데 가격을 낮춰 팔 생각이 전혀 없다”며 “면적은 줄여가되 똘똘한 한 채로 가기 위해 현금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실제 고령층의 매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자녀들의 반대로 매도 의사를 접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송파구 신천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방에 거주하는 비거주 1주택자 5명이 매도 의뢰를 했지만 서울에 거주 중인 자녀들이 오히려 집을 계속 보유하라고 만류하는 상황”이라며 “보유세 부담을 느끼는 고령층이라 하더라도 집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해 다운사이징이나 서울 외곽 이동 정도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내 비거주1주택 중 지방 거주자들이 보유한 주택은 약 17만호 안팎으로 파악된다”며 “특히 지방에서 전문직 고소득자들이 자산형성을 위해 서울 아파트를 샀다면, 핵심입지 매물을 계속 보유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 주던 1주택자’ 매도해도, 실거주 택해도 결국 세입자 나가야…전세난 예고

문제는 전월세 등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 출회 유도를 위해 세 부담을 확대하는 안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안에서 보유 요건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비거주1주택자로선 세 낀 집에 실거주하는 것을 택할 수도 있다. 1주택자가 임대한 집을 매도하거나, 실거주하거나 임차인은 ‘새 집’을 구해야 한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비거주 1주택 세 낀 매매 허용은 매물이 나오게 만드는 장치일 뿐 결국 손해는 임차인이 볼 가능성이 크다”며 “임차인 의사와 관계없이 계약서만으로 거래가 가능해지면 새 매수자는 실거주를 해야하고 기존 임차인은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토허구역 내 ‘세 낀 매물’을 무주택자가 매수하기 때문에 임차 수요도 줄어, 전월세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보면 무주택자만 매수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기존에 전월세를 살던 무주택자가 물량을 가져가는 구조기 때문에 전월세 공급도 빠지지만 수요도 줄어 시장 밸런스에서는 총량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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