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해외 코인 거래소 거래 차단한다는데...다국적 거래소는 어쩌나?
“고위험 거래소가 어디인지 업계에서 더 잘 알 것”이라는 당국

금융 당국이 가상 화폐를 통한 자금 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고위험’ 해외 가상 화폐 거래소와의 거래를 전면 차단하겠다고 예고한 것을 두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선 “당국이 고위험 거래소 목록을 고시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당국은 “어떤 곳이 고위험에 해당하는지는 업계 현장에서 더 잘 알 것”이란 입장이다. 이 같은 업계와 당국 간 이견으로 국내 이용자 혼란만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2일 가상 화폐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공동 협의체인 닥사(DAXA)는 지난달 말 금융 당국에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및 감독 규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3월 30일 금융위원회는 가상 화폐 사업자의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여기엔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끼리 자산을 송·수신할 때 신원 정보를 의무적으로 기록하는 ‘트래블룰’을 100만원 미만 거래로 확대하고, 고위험 해외 가상 화폐 거래소와는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입법 예고 기간은 11일로 종료됐다.
닥사는 의견서에서 고위험 거래소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지정한 고위험 국가에 소재하거나, 국내 또는 해외에서 인허가 의무를 지키지 않은 가상 화폐 거래소를 고위험으로 보기로 했다. 닥사는 “세계 각국의 인허가 제도를 개별 사업자가 일일이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해외 거래소가 자국 인허가 신청을 하고 심사를 받고 있으면 의무를 다한 것인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뚜렷한 본사 소재지 없이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다국적 거래소의 경우 당국이 제시한 국적 중심의 고위험 판단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나 OKX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 규모나 업계 영향력을 따져서 고위험 거래소가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떠안는 건 업계”라고 했다. 국내 일부 거래소는 현재 바이낸스 등을 내부적으로 고위험군에 속하는 거래소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닥사는 적격 해외 거래소와 고위험 해외 거래소 목록을 고시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당국 입장은 강경하다.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업계에서 그간 쌓은 업력 등에 기반해 충분히 고위험 해외 거래소를 판단할 수 있다”며 “당국보다 오히려 업계에서 고위험 거래소가 어디인지 더 잘 알 것”이라고 했다.
고위험 거래소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할수록 이용자 불편은 커질 수 있다. 국내 거래소들이 고위험 기준을 보수적으로 잡아서 바이낸스를 포함한 대다수 해외 거래소와의 거래를 제한할 경우, 해외에 묶어뒀던 자금을 들여오기 어려워진다. 국내 가상 화폐 시장이 ‘갈라파고스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선·차·IT 노조도 “영업이익의 N% 달라”
- 위성락 “올해 전작권 로드맵 완성 추진”
- 트럼프 “中 개방 요구할 것”… 오늘 시진핑과 회담
- [팔면봉] 巨與, 국회의장 후보로 “협치보다 속도”라 했던 親明 조정식 선출. 외
- ‘공소취소 역풍’ 북상… 서울·강원 격차 좁혀
- 인텔, 美정부 등에 업고 추격전… 中업체는 물량 공세
- 반도체 파업 쇼크, 차원이 다르다… 자동차의 12.6배 손실
- “삼성 파업 땐 국민경제 타격… 긴급조정권 행사를”
- 삼바 20%, 현대차 30%, 카카오 13%… 성과급 요구 빗장 풀렸다
- “젠슨 황 태워라” 알래스카 들른 에어포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