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만난 현대 사진의 결정적 순간들
인간·전쟁·사랑·사회 등
시대의 풍경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담았다
현대 사진의 4명의 거장, 파리에서 만나다
현대 사진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전시가 올봄 파리에서 잇달아 열리고 있다. 영국 사진계의 거장 마틴 파, 모델에서 종군기자로 변신한 리 밀러, 미국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낸 골딘, 그리고 사회 다큐멘터리 포토저널리스트 세바스티앙 살가도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방식으로 네 명의 사진작가는 인간과 사회, 전쟁과 자연, 사랑과 상실을 각자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마틴 파(Martin Parr) Global Warning, 죄드폼 국립미술관
마틴 파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던 중인 지난해 12월 6일 세상을 떠났다. 이번 전시에는 50여 년간 작업한 그의 작품 약 180점이 전시되었다. 전세계를 여행하며 현대 사회를 기록해온 그는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날카롭고 아이러니한 시선으로 포착해왔다. 그는 세계의 불균형과 일상 속의 왜곡된 삶의 모습을 피사체 속에 꾸준히 담아왔다. 그의 사진 속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전반적인 혼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중 관광의 혼란, 자동차 중심 사회, 과잉 소비, 그리고 자연과의 모순된 관계 같은 주제가 반복된다. 그의 작품은 영국인 특유의 가벼운 유머와 씁쓸한 비판이 함께 담겨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죄드폼 국립미술관(Jeu de Paume National Gallery), 2026년 5월 24일까지.
리 밀러(Lee Miller), 파리 현대미술관
이번 전시는 지난 20년 사이 프랑스에서 열린 리 밀러의 최대 규모 회고전이다. 미공개 작품을 포함한 약 250점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그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였다.
아방가르드의 핵심 인물인 리 밀러는 모델, 초현실주의 예술가, 초상 사진작가, 패션 사진작가, 그리고 미군 공식 종군기자로서 다양한 역할을 했다. 오랫동안 패션모델이었던 그녀는 오늘날 20세기 위대한 사진작가 중 한 명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1929년부터 파리에서 만 레이(Man Ray)와의 협업을 통해 사진의 실험성과 에로티시즘을 탐구하며 “솔라리제이션” 기법을 발전시켰다. 이후 독립 스튜디오를 열고, 패션 잡지 <보그(Vogue)>의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창작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이후 이집트로 이주하여 형태와 질감, 구도에 집중한 작업을 이어갔고, 1937년부터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초현실 주의자들과 교류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런던에서 전쟁과 폭격을 사진으로 기록했고, 1942년에는 미국 종군 사진작가로 승인받아 여성 참전자의 삶을 집중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전쟁 이후 리 밀러는 심리적 후유증 속에서 작업을 이어가며 점차 상업 사진을 줄이고, 가까운 이들을 촬영하며 개인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으로 돌아갔다.

*파리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of Paris), 2026년 8월 2일까지.
낸 골딘(Nan Goldin) This Will Not End Well, 그랑 팔레
낸 골딘의 이번 전시는 그녀의 삶과 인간 관계 그리고 사랑과 상실을 담은 영상·슬라이드 작업을 통해 사진과 영화를 결합한 독창적 세계를 보여준다. 가족, 젠더, 폭력, 약물 중독 등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대표작 <The Ballad of Sexual Dependency>를 포함한 6개의 주요 연작을 선보인다.
스톡홀름, 암스테르담, 베를린, 밀라노를 거쳐 파리에 도착한 이번 전시는 그랑팔레와 파리 13구의 살페트리에르 병원의 생 루이 성당에서 나누어 열리는데 생루이 성당에는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시스터스, 세인츠, 시빌스(Sisters, Saints, Sibyls)”가 설치되었다. 이 작품은 가족 간의 유대와 트라우마를 친밀하게 탐구한 작품으로 그녀의 내밀하면서도 강렬하고 인간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그랑 팔레(Grand Palais) / 살페트리에르 병원의 생 루이 성당(Saint-Louis Chapel of the Salpêtrière), 2026년 6월 21일까지.
세바스티앙 살가도(Sebastião Salgado) 추모 전시, 파리 시청
파리 시청은 작년 5월 23일,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사진작가 세바스티앙 살가도(Sebastião Salgado) 추모전을 기획했다. 그의 아내 렐리아 와닉 살가도(Lélia Wanick Salgado)와 살가도 스튜디오 팀이 함께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약 200점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그 중 114점은 유럽사진관(European House of Photography)에서 특별 대여한 작품들이다.

전시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 시리즈들을 통해 작가의 작업 여정을 되짚어보게 한다. 또한 생을 마감하기 전 몇 달 동안 그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파리 곳곳을 직접 카메라에 담아왔는데, 이는 1969년 브라질 군사독재를 피해 파리에 정착한 이후 50년 이상을 살아온 이 도시와의 깊은 인연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1990년대 말부터 시작한 대서양 숲 재조림 프로젝트와 인스티투토 테라(Instituto Terra) 재단의 활동도 소개했다. 그의 작품들은 삶의 다양한 순간들을 담아내며, 미래를 향한 따뜻한 숨결을 느끼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려온 아들 호드리고 살가도의 회화 작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파리 시청 내 생장 홀(Salle Saint-Jean, Hôtel de Ville), 2026년 5월 30일까지.
파리=정연아 패션&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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