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노조 ‘성과급 투쟁’은 잘못…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 상실[Deep Read]

2026. 5. 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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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준모의 Deep Read - 삼성전자 파업 예고
성과급, 고정인건비와는 달리 경영의 본질적 영역…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 아냐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 파업 땐 경쟁력 추락 → 금융·외환시장 충격 → 국가경제 휘청

오는 21일로 예고된 삼성전자 파업을 앞두고 노사가 11일부터 이틀간 정부 중재로 사후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조정이 실패한 뒤 노사 대립 속에 장기 파업 국면으로 진입하는 경우다. 삼성전자의 파업은 금융·외환시장 연쇄 충격으로 이어져, 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지금 노조의 파업 예고 상황은 2년 전 파업 국면과는 완전히 다르다. 당시에는 메모리 업황 침체와 재고 급증으로 반도체 기업들이 감산에 들어간 시기였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둔화와 경기 침체 우려 속에 D램 가격이 급락했고, 삼성전자 역시 실적 부진과 높은 재고 부담을 겪고 있었다. 즉 생산 축소 자체가 고민이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미 본격화하는 국면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메모리 공급망의 핵심축이다. 지금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단순히 한 분기 실적 감소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고객 신뢰와 기술 로드맵, 공급 안정성, 미래 투자까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한번 경쟁력이 흔들리면 다시 회복하기 쉽지 않다. 미국·중국·대만·일본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자금과 정책 역량을 반도체 산업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기술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산업 특성상 생산 차질과 공급 불안이 반복되면 고객은 언제든 다른 공급처를 찾게 된다. 한번 흔들린 경쟁력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특히 삼성전자의 파업은 단순한 HBM 생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생산라인은 물론,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첨단 패키징까지 연쇄적으로 연결된 종합 반도체 생산체계 전체에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생산라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총체적 마비 가능성까지 우려된다.

◇성과급이 고정인건비인가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을 고리로 한 파업 예고는 단순한 임금 협상의 차원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경쟁 환경 속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투자와 보상 체계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업 실적과 연동되는 성과급을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고정인건비’처럼 운영하는 방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성과급은 기업의 투자 재원과 미래 경영전략까지 반영되는 경영 판단 영역이라는 점에서, 일반 임금과 동일한 방식의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

나아가 경영 성과급 요구를 내세운 파업은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이라는 근본적 쟁점과도 직결된다. 성과급은 초과이익을 처분하는 것으로, 재투자나 배당 등 고도의 전략적 결단이 요구되는 경영권의 본질적 영역에 속한다.

확립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경영의 본질적 사항은 의무적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를 강제하기 위한 실력 행사는 노동법이 보호하는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을 상실한다. 따라서 이번 총파업 사태가 향후 어떻게 수습되든, 성과급 지급 같은 기업의 고유한 경영 판단을 파업의 볼모로 삼는 이번 시도가 과연 법적으로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라도 엄밀하고 심층적인 법리 검토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성과급을 보다 유연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대만의 TSMC는 성과급 규모를 기업 실적과 투자 여건에 따라 이사회 중심으로 결정한다. 성과가 좋을 때는 과감히 보상하되 업황 변화에 따라 조정 가능한 구조다. 기업 실적과 연동되는 변동 성격의 성과급은 미래 투자 여력과 직결된다. 노조 요구대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장기간 고정 지급하거나 성과급 상한까지 폐지할 경우, 그 부담은 결국 미래 투자 축소와 연구·개발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금융·외환시장 연쇄 충격

해외 주요 빅테크·반도체 기업들은 핵심 연구인력에게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나 스톡옵션 같은 장기 주식 기반 보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단기 현금 보상 비중이 높다. 반도체 경쟁력은 핵심 인력과 장기 기술 축적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핵심 인재 장기 인센티브와 일반 성과 보상을 구분하고, 단기 현금 배분보다 장기 가치 창출과 연계되는 방향으로 보상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파업으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것은 파업이 금융·외환시장으로 이어지는 연쇄 충격이다. 즉 파업→외국인 자금 이탈→원·달러 환율 상승→수입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다. 에너지·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는 환율 상승은 곧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진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노사 갈등을 넘어 외환 체력과 금융시장 안정성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나아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흔들릴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임기 내 잠재성장률 2% 회복, AI 주도 성장 전략 구상 역시 약화될 수 있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는 단순한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성장률·수출·증시·환율·외환 체력을 동시에 떠받치는 핵심축이기 때문이다.

파업에는 사회적 비용도 따른다. 특히 국가 핵심산업과 공급망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라면, 사회적 부담까지 고려해야 한다. 정부 역시 그동안 노사 자율 해결 원칙 아래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봐 왔지만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조정 역할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실제 과거 정부는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과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국가 경제와 공급망 충격 우려를 이유로 적극적인 조정에 나선 바 있다.

◇국가산업의 경쟁력

지금 삼성전자 갈등은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후조정이든 긴급조정이든 명확한 시간표와 대응 원칙을 초기에 제시하고, 노사 모두가 예측 가능한 틀 안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리에 나서야 한다.

삼성전자 노사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대국적 차원의 합리적 타협이 필요하다. AI 반도체 경쟁은 단순한 실적 경쟁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과 외환 체력·청년 일자리·미래 성장 기반이 모두 걸린 문제다. 그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전 한국노동경제학회장

■ 용어설명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반도체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며 업황이 호황으로 이어지는 것. 최근에는 AI 서버나 데이터센터 수요, HBM 메모리 수요 급증이 슈퍼사이클의 중심축으로 언급됨.

‘성과급’은 근로자가 업무 성과에 따라 추가로 받는 급여. 실적·목표 달성 시 일정 비율을 차등 지급하게 됨.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으며, 임금성이 부정될 수 있다는 판례를 남김.

■ 세줄 요약

반도체 슈퍼사이클: 삼성전자 노사가 노조의 파업 예고일(21일)을 앞두고 정부 중재로 사후조정 돌입. 지금은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는 국면. 반도체 산업은 한번 경쟁력이 흔들리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워.

성과급이 고정인건비인가: 성과급은 일반 임금과 동일한 방식의 단체교섭 대상 아냐. 성과급이 경영권의 본질적 영역에 속한다는 점에서, 성과급을 요구하는 노조 파업은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을 상실한 것.

금융·외환시장 연쇄 충격: 삼성전자 파업은 외국인 자금 이탈→원·달러 환율 상승→수입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것. 즉 금융·외환시장 연쇄 충격으로 이어지며, 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를 흔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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