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투숙객 대신 경호인력만 분주… 트럼프 방중 앞둔 특급호텔 가보니
무장경찰·군인·사설 경비업체까지 집결
일반 투숙객 드문 로비 곳곳서 동선 점검

지난 11일 오후 4시(현지시각) 베이징 대사관 밀집 지역의 한 5성급 호텔.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 오른쪽 가슴에 오성홍기(중국 국기)가 새겨진 검은 티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은 스포츠머리 남성 6명이 줄지어 나왔다.
출입문 대부분은 잠겨 있었고, 한 개만 개방된 상태였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큰 테이블에 둘러앉은 10명 남짓한 인원들이 눈에 띄었다. 중국과 미국의 경호 인력으로 보이는 이들은 서류와 건물 평면도를 펼쳐두고 동선 등을 논의하는 듯했다.

이곳은 베이징 방문을 하루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머물 것으로 추정되는 호텔이다. 이 호텔은 북미계 글로벌 체인으로, 전용 집무실과 다이닝룸 등이 갖춰진 로열 스위트룸은 1박에 10만위안(약 2171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미국대사관과 가까워 경호·의전 동선 확보에 용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는 인민대회당, 톈탄공원과는 각각 11km 떨어져 있다.
이날 호텔에선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 대신 팽팽한 긴장감과 분주함이 감돌았다. 15분 남짓 로비에 머무는 동안 일반 투숙객처럼 보이는 사람은 한 손에 꼽혔다. 대신 수십명의 경호 인력들이 손에 무전기와 검은 서류 파일 등을 든 채 삼삼오오 이동했다. 로비 한 켠에선 현지 경호 인력들이 브리핑 또는 회의를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직원들은 투숙객 서비스보다 각종 사전 준비 업무로 분주해 보였다.
주차장엔 공안 차량뿐 아니라 무장경찰 번호판을 달고 있는 지프 차량 여러 대가 세워져 있었다. 호텔 인근에선 군복 차림의 군인 5명이 현장 관계자들과 무언가를 논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들은 손가락으로 건물 외곽과 출입구 방향을 가리키며 대화를 이어갔다. 다만 아직 호텔 일대에 별도의 교통 통제나 보행 제한 관련 공지는 내려오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이 열리는 인민대회당과 더 가깝고 미국계 호텔들이 밀집한 왕푸징(王府井) 일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같은 날 방문한 왕푸징 주요 호텔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트럼프 대통령 방중 기간 예약이 막힌 대사관 인근 호텔과 달리 왕푸징의 미국계 호텔들은 전부 예약이 가능한 상태였다. 한 호텔은 기자가 방문한 시점에 해외 단체 관광객 수십명이 체크인을 진행하고 있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 참모진, 수행단 등을 비롯한 정·재계 인사가 대규모로 베이징을 찾는 만큼, 왕푸징 일대에도 현장 준비 작업이 조용히 진행 중인 분위기였다. 왕푸징의 한 대형 호텔 앞에는 유니폼을 입은 사설 보안업체 인력 10여명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해당 업체는 행사·시설 경비와 안전 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는 업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저녁 베이징에 도착한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오전 공식 환영행사를 마친 뒤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베이징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인 톈탄공원을 방문하고 국빈 만찬에 참석한다. 15일에는 티타임과 오찬이 예정돼 있다. 미국 대통령의 방중은 트럼프 행정부 1기였던 2017년 이후 약 9년 만이며, 미·중 정상회담은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계기 이후 반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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