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단골’ 거장들의 귀환…韓영화 ‘호프’, 황금종려상 가능성은? [79th 칸영화제]
작가주의 대표 거장들의 합류…유럽 강세
고레에다·하마구치 등 日 감독 존재감
장르 영화 약세…독립·예술영화 ‘올스타전’
![영화 ‘호프’ 포스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2/ned/20260512091406227lxdf.jpg)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12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둘러싼 경쟁 레이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4년 만에 한국 영화의 칸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올해 경쟁 부문의 흐름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거장 감독들의 귀환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부재, 그리고 장르 영화의 약세다.
올해 칸 경쟁 부문 진출작은 총 22편이다. 수상작은 박찬욱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9인의 심사위원단이 비공개 토론과 평가를 거쳐 오는 23일 열리는 폐막식에서 발표된다. 심사위원에는 미국의 배우 데미 무어와 아카데미 수상 감독 클로이 자오, ‘듄’으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이 참여한다.
![한 행인이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리는 제79회 칸국제영화제를 앞두고 영화제 안내 표지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2/ned/20260512091406496pxir.jpg)
경쟁부문 라인업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아스가르 파르하디,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칸 단골’ 거장들의 복귀다.
그중에서도 유럽 출신 감독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스페인 대표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비터 크리스마스’로 황금종려상에 8번째로 도전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지 못한 주인공이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두 차례 아카데미를 수상한 바 있는 이란 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는 프랑스어 영화 ‘패러렐 테일즈’로 돌아온다. 그의 다섯 번째 칸 경쟁 진출작이다.
또한 2018년 칸 감독상 수상자인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는 부녀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독일을 여행하는 여정을 그린 ‘파더랜드’로 황금종려상에 도전한다. 헝가리 감독 라슬로 네메스는 프랑스 레지스탕스 지도자 물랭을 다룬 전기영화 ‘물랭’으로 돌아온다. 네메스는 데뷔작 ‘사울의 아들’(2015)로 68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비터 크리스마스’ [EL DESEO]](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2/ned/20260512091406791jcem.jpg)
여기에 크리스티안 문지우는 가족의 균열을 그린 ‘피오르’로, 벨기에의 루카스 돈트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겁쟁이’로 칸을 찾는다.
국가별로는 프랑스와 일본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올해 황금종려상 경쟁 진출한 프랑스 감독은 5명으로 가장 많다. 영화제 개막작도 비경쟁부문 초청작인 프랑스 감독 피에르 살바도리의 ‘일렉트릭 키스’가 선정됐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 영화가 칸 영화제 중심에 섰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레아 미수스 감독은 모니카 벨루치 주연의 ‘더 버스데이 파티’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샤를린 부르주아-타케의 ‘여자의 일생’, 엠마누엘 마르의 ‘우리의 구원’, 아르튀르 아라리의 ‘디 언노운’, 잔 에리의 ‘가랑스’도 황금종려상 레이스에 참가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상자 속의 양’ 포스터 [미디어캐슬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2/ned/20260512091407043eoke.jpg)
독립 영화를 중심으로 꾸준히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높여온 일본 영화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4인의 아시아 감독 중 나홍진 감독을 제외한 3인은 모두 일본 감독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일본 영화계의 작가주의를 이끄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상자 속의 양’으로, 현대적 거장으로 불리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로 나란히 경쟁에 참여한다.
고레에다는 ‘어느 가족’(2018)으로 칸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하마구치는 2021년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 각본상을 받은 바 있다. 코지 후카다 감독의 ‘나기 일지’도 황금종려상 레이스에 함께한다.
![라미 말렉 주연의 영화 ‘더 맨 아이 러브’ [MK2]](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2/ned/20260512091407459wher.jpg)
반면 주요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제작하거나 공동 제작한 영화는 초청작에서 모습을 감췄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비경쟁 부문 초청작에 포함시키며, 톰 크루즈를 앞세운 화려한 레드카펫을 선보였던 지난해와는 대조적이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79회 칸영화제 초청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위험 감수를 꺼리고, 제작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최근 할리우드의 움직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미국은 지금 과도기에 있다”면서 “분명히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고, 우리는 그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물론 칸을 찾는 미국 영화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경쟁 진출작 중에는 라미 말렉이 주연하는 아이라 잭스의 ‘더 맨 아이러브’와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하는 제임스 그레이의 ‘페이퍼 타이거’가 포함됐다. 비경쟁 부문에서는 존 트라볼타가 ‘프로펠러 원-웨이 나이트 코치’로 감독 데뷔를 알린다.
![아르튀르 아라리 감독의 ‘디 언노운’ [PATHÉ FILMS]](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2/ned/20260512091407702modi.jpg)
이처럼 미국의 상업 영화들의 공백과 독립·예술영화의 부상의 영향으로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장르 영화의 비중도 상대적으로 줄었다. 경쟁 진출작 중 장르 영화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은 SF(Science Fiction) 스릴러인 ‘호프’와 ‘디 언노운’ 정도가 전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칸 영화제가 ‘작가주의’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면서, 올해 수상작 역시 대중성보다는 작가주의적 연출과 동시대적 메시지, 영화적 완성도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독일 매체 도이체 벨레는 “칸의 전통적인 작가주의 영화들과 균형을 이뤘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초청작에서) 빠지며 작가주의 영화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라고 짚었고, 가디언 역시 “이번 칸 라인업은 세계 영화계 작가주의 감독들이 다시 주도권을 잡는 방향으로 기울어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호프의 수상 가능성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만은 없다. 영화계에서는 황금종려상 외에도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 심사위원상, 감독상, 각본상, 남·여주연상 등에서 수상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칸 일정에 맞춰서 호프가 준비를 서두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칸에서도 호프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이라면서 “주요 부문에서 호프의 이름이 불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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