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만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
약국이라는 공간은 전통적으로 '기다림'의 장소였다. 정확한 조제와 빠른 서비스가 최고의 미덕이던 시기를 지나, 약사의 역할은 변화하고 있다. 이제 그 영역은 약국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구독자 3만7000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약사 이진수'를 운영 중인 이진수 약사는 '브랜딩(Brandin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선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그는 유튜브를 비롯해 인스타그램, 영양제 판매 플랫폼 '곰도리팜' 등을 운영하며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대한약사회 홍보위원이자 서울시약사회 디지털콘텐츠 위원, 그리고 스포츠약학회의 일원으로서 약사의 직능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약사공론 청년기자단이 묻고, 이진수 약사가 크리에이터 약사로서 쌓아온 통찰을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대형 창고형 약국이 들어서고 생성형 AI가 상담 영역까지 넘보는 시대.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그가 말하는 '약사만의 진짜 무기'는 무엇일까.
왜 '브랜딩'인가?
특히 이진수 약사는 약사의 브랜딩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고 보았다. 과거에는 환자가 병원 처방을 따라 약국을 찾는 구조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환자들이 영상이나 글을 통해 약국을 먼저 인식하고, 특정 약국과 약사를 신뢰해 찾아오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약사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문제를 잘 설명해 주는 사람인지가 환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며, 이제는 약국도 자신만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신뢰'이다. 그는 자극적인 표현이나 단정적인 결론으로 주목도를 높이기보다,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무조건 이것이 정답이다"와 같은 단정적 메시지는 경계해야 하며,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자극이 아닌 '정확성'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이러한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약사로서의 열정 역시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콘텐츠 한 편에 담긴 수많은 노력들
이진수 약사의 콘텐츠 제작은 약국 현장에서 시작된다. 상담 중 문득 '이걸 더 많은 분들이 알면 좋겠다' 싶은 순간이 오면 바로 메모한다. 감기몸살에 이마에 수건을 올리면 오히려 오한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 해열제를 체중과 연령에 맞게 정확히 복용하는 방법, 티눈·사마귀처럼 흔한 피부 트러블도 약국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일상 속 작은 발견들이 콘텐츠의 씨앗이 된다.
씨앗을 영상으로 키우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공부가 뒤따른다. 이진수 약사는 매주 콘텐츠를 하나씩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데일리팜 초보약사 클래스, 팜 아카데미, 대한약사회 발간 서적, 약사 모임의 일반약 스터디를 꾸준히 활용한다. 같은 강의를 반복해서 들으면서도 업데이트되는 가이드라인이나 새로운 내용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매주가 시험기간이다"는 말이 그의 루틴을 압축한다.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 '약사에 대한 신뢰'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의약 정보를 손쉽게 제공하는 시대가 됐다. 이진수 약사는 이 변화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본다. AI 도구를 직접 활용해 신뢰도 높은 논문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고, 콘텐츠 대본 작성에도 적극 사용한다. AI가 약사의 시간을 효율화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AI가 채울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소아과 귀가 길에 들른 보호자가 아이 해열제 용량을 물을 때, 화면 너머의 정보가 아닌 약사의 눈을 마주치며 얻는 안도감은 다르다. 복잡한 처방약을 받은 환자가 느끼는 불안을, 약사가 직접 설명하며 함께 해소하는 그 과정은 기술이 대신할 수 없다. '환자가 찾아오는 이유는 정보가 아니라 신뢰'라는 것이 그의 확신이다.
먼 곳에 있지 않은 브랜딩, 환자의 고민에 답하는 것부터
이진수 약사의 브랜딩 핵심은 결국 '신뢰'이다. 환자에게 신뢰받는 약사,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약사, 그리고 꾸준히 공부하는 약사. 그는 "약사는 자본이나 규모보다 신뢰로 오래 가는 직능"이라며, 환자를 오래 책임지는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약국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건강을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다. 그 안에서 약사의 역할은 환자와의 관계를 쌓고, 그 관계를 오래 이어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소통하는 데 있다.
이진수 약사의 행보는 약사가 콘텐츠를 통해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약국의 전문성과 생활밀착형 가치를 사회에 설명하는 일이다. 결국 그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 출발점은 언제나 환자에게 전하는 신뢰와 꾸준한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