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나무호 외부 공격 확인…더욱 깊어지는 이 대통령 고뇌

일요일이던 지난 10일 오후 7시를 넘긴 시간에 갑자기 ‘속보’가 쏟아졌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정박 중 발생한 HMM 나무호의 화재 원인에 관한 정부 합동조사단 발표였습니다. 일요일 오후 7시 정부 발표는 아주 이례적입니다.
더 이례적인 것은 발표 내용입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4일 발생한 나무호 화재 원인이 외부 공격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했습니다. 한때 피격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관측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재 직후 이란 공격이라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신중했습니다.
일단 정부 발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4일 오후 3시 30분께 미상 비행체 2기가 나무호 선미 좌현 평형수 탱크 외판을 약 1분 간격으로 타격했습니다. 타격으로 인한 충격 후 진동을 동반한 화염과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화재는 비행체 1차 타격으로 발화했고 이어 2차 타격으로 규모가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타격 부위 외판에는 폭 약 5m, 선체 내부로 깊이 약 7m 크기의 파공이 발생했습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파손 부위는 해수면보다 1∼1.5m 높은 부분이고, 폭발 압력으로 인한 파손 패턴과 반구형 관통 형상 부위 등을 고려할 때 기뢰 및 어뢰 피격 가능성은 낮은 걸로 보인다”고 ‘비행체 타격’ 추정 근거를 설명했습니다.
정부 발표는 애매모호합니다. 외부 공격은 인정했지만 정작 누가, 무엇으로 공격했는지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미상 비행체’란 표현을 썼습니다.
전문가들은 자폭 드론이나 대함미사일이 사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둡니다. 나무호의 상태, 공격받은 부분 등을 감안하면 두 가지 모두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박 대변인은 ‘미상의 비행체는 드론이라고 생각하면 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확한 발사체에 대한 정보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그것이 드론인지, 미사일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남았습니다. 공격 주체입니다. 정황상 이란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정부는 섣부른 판단을 경계합니다.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나무호가 공격받은 지난 4일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박들을 안전 지역으로 유도하는 군사 작전을 개시한 날이었습니다. 당시 이란은 미국 작전을 휴전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이란과 협의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행하려는 선박을 무력으로 저지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 당일 미국과 이란 간에 소규모 무력 충돌이 있었고, 이란이 주변 아랍국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기 때문에 나무호도 공격당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는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외교부 청사에서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에게 조사 결과를 설명했습니다.
모든 가능성이 한곳으로 모이지만 정작 정부 입장은 한결같이 신중합니다. 정부도 나름 사정이 있습니다. 이란 정규군이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혹은 예멘 후티 반군과 같은 친이란 무장세력 등 공격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또 의도적 공격인지 아니면 오인 폭격 등 의도치 않은 사고인지에 따라 정부의 대응 방식과 수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신중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습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정부는 나무호 등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은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번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뭔가 허전하지 않습니까.
위 실장의 말에서 아주 중요한 게 빠졌습니다. 규탄의 대상입니다. 즉 공격 주체입니다. 정부는 대상도 없이 규탄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지금 공격의 주체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 특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단계”라며 “판단이 서는 대로 적절한 수위의 대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정도면 정부가 왜 이렇게 극도로 신중하게 움직이는지 ‘느낌 아닌 느낌’이 오지 않습니까.
공격 주체가 이란으로 확인되면 정부는 상당한 압력에 시달릴 게 눈에 보듯 선합니다. 특히 노골적으로 한국의 기여를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 공격’을 고리로 더욱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이 제안한 다국적 연합체 ‘해양 자유 연합’(Maritime Freedom Construct·MFC)이나 종전 이후를 전제로 한 영국·프랑스 주도의 다국적군 구상 등에 참여해야 한다는 압력이나 목소리도 커질 게 뻔합니다.
반면 그동안 정부는 당사자로 참여하기를 주저했습니다. 미국·이란 등 전쟁 당사국의 입장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항행의 자유’라는 가치에 초점을 두고 국제사회의 해결책 마련 움직임에 발걸음을 맞추는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이젠 더는 신중할 수도, 거리를 둘 수도 없습니다. 공격 주체가 확인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이재명 대통령의 고뇌는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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