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대부' SMIC 창업자, "첨단 공정 집착 말고 틈새시장 노려야"

나신혜 기자 2026. 5. 1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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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C 창업자 장루징 전 회장, "수요 80% 이상 성숙공정"
실리콘 커패시티·분산형 AI 맞춤 솔루션 등 틈새 시장 강조
중국 상하이 SMIC 본사 (사진=SMIC)

[더구루=나신혜 기자] 중국 1위 파운드리 기업 SMIC의 창업자 장루징(張汝京) 전 회장이 "기회는 틈새시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고성능의 첨단 공정이 필요한 칩에 투자하기보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분산형 인공지능(AI) 솔루션 등 세부 분야를 노려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작은 거인 프로젝트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12일 중국의 경제 매체 과창반일보(科创板日报)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기 있는 분야에 몰려드는 동질적 경쟁보다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부족한 부분과 틈새시장을 육성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돌파구"라고 말했다. 또한 "많은 사람이 3나노미터(nm)나 2nm 공정을 달성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장 수요의 80% 이상은 성숙 공정과 특수 기술에서 비롯된다"며 "틈새시장에서 탁월함을 달성하고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게 업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산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AI 시장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하나는 대규모 클라우드 모델과 초고성능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는 AI 산업이다. 다른 하나는 분산형 AI 시장이다. 전자는 국가급 플랫폼이나 초대형 자본의 장기적이고 강도 높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후자는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다 대량의 자본이 필요하지 않아 중국 강소기업들에 이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장 전 회장은 "대규모 클라우드 모델의 경쟁 장벽은 매우 높아 기존 기업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면서 "산업 제어, 자동차 전자 장치,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분산형 AI 시나리오에 적합한 반도체 소자나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말했다. 고성능칩에 무작정 투자하기보다 차별화된 경로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대기업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으로는 작은 거인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짚었다. 작은 거인 프로젝트는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강소기업을 '작은 거인'으로 지정한다. 작은 거인에 선정되면 세금 감면이나 대출 우대 등 각종 혜택을 받는다. 장 전 회장은 "세부 분야의 작은 거인 프로젝트를 통해 자립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가오유 경제개발지구에 위치한 실리콘 커패시터 제조 기업 시첸반도체(矽谦半导体)를 꼽았다. 시첸반도체는 고성능 3D 실리콘 커패시터 집적 소자를 연구·개발해 제조하는 기업이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기존의 다층 세라믹 커패시터(MLCC)과 비교해 △소형화 △대용량화 △높은 신뢰성 △온도 안정성 △고주파 특성 등에서 장점이 있다. 현재 △차량용 장비 △통신장비 △AI 단말 △태양광 에너지 저장장치 등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장 전 회장은 "시첸의 고급 3D 실리콘 기반 커패시터 솔루션은 분산형 AI 응용 수요와 매우 잘 맞는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단지 건설에 대해서도 솔루션을 내놨다.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방식에서 벗어야 한다는 것. 대부분 웨이퍼 제조와 첨단 패키징을 핵심 분야로 삼고 있지만 높은 투자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자본 압박이 심하고 리스크도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 반도체 생태계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장에서 최고 수준을 달성하고 글로벌 선두 주자가 된 다음 그 기반 위에 산업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2·3선 도시들이 1선 도시의 전략을 맹목적으로 모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에 관한 질문에는 인재 부족이라고 답했다. 장 전 회장은 "반도체는 극도의 정밀 제조 산업이기에 최정상급 현장 장인이 실제로 구현하지 못한다면 안정적인 수율과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은 나오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정교한 기술을 갖춘 인력과 이를 뒷받침할 직업 교육 시스템과 가치관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루징은 인력 부족 해결책으로 △명확한 승진 체계 △연구개발·제조 엔지니어와 동등한 급여와 존중을 제시했다. 그는 이런 자신의 철학을 실제 정책으로 이어 나갔다. 지난달 장 전 회장이 주도하고 상하이해양대학교와 상하이 자유무역지구인 링강신구 관리위원회가 공동으로 추진한 집적회로 팹 경영학원이 상하이에서 공식 개원했다. 이 학원은 민·관·학 협력 모델을 채택해 집적회로·전자공학·자동화 등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초빙했다. 중국 최초의 반도체 팹 운영 특화 산학융합 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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