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 하면 광양, 산성 하면 마로산성 [전라도의 숨은 명산 마로산]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대장 2026. 5. 1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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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산성 동문지에서 바라본 성벽.

우리나라는 산성의 나라다. 성곽은 남한에만 무려 1,900여 개, 북한과 중국에 있는 고구려와 발해 유적까지 합하면 2,000여 개를 훌쩍 넘는다. 한반도에 현존하는 산성의 60~70%는 고구려·백제·신라가 치열하게 경쟁하던 삼국시대에 많이 축조되었다. 인류 역사상 성곽에 대한 최초 기록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기원전 1,400년경의 이스라엘 예리코(여리고)성이다. 예리코성 유적은 지금도 남아 있다.

최초 기록된 우리나라의 성곽은 고조선 왕검성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의하면 "한나라가 위만을 침공하여 왕검에 이르니 우거가 성을 지키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청동기 시대에는 마을 주변에 깊은 도랑을 만든 방어시설인 '환호'가 주류를 이룬다. 부여 송국리·울주 검단리· 진주 상촌리 등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의 시조 동명성왕 주몽이 기원전 34년 성곽과 궁실을 지었고, 백제는 기원전 18년 백제 시조 온조왕이 하북 위례성을 쌓았다는 내용이 있다. 학자들은 삼국이 국가 단계로 접어드는 3세기 이후부터 돌이나 흙을 이용한 성곽을 쌓기 시작했을 것으로 본다.

마로초등학교에서 올라오는 마로산성 입구.

우리나라 성곽의 90%는 산성이다. 산성은 위험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산 위에 쌓던 생존의 구조물로 그 당시의 총체적 기술과 노동, 자본이 집약된다. 성곽의 위치와 축성법을 보면 영토의 변화 과정을 알 수 있고, 유물을 통해 시대적 상황과 문화, 심지어 전쟁의 규모와 유형까지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전라남도 광양시를 감싸고 있는 4대 산성으로 마로산성·불암산성·봉암산성·중흥산성이 있다. 마로산성과 불암산성은 백제시대에, 중흥산성은 통일신라 말~고려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로산성은 군사기지 그 이상

광양시는 백제시대에 마로현馬老縣, 통일신라시대에 희양현曦陽縣, 고려시대 이후부터 광양光陽이라 불렸다. 마로는 우두머리, 희양과 광양은 따스하게 빛나는 햇살이라는 뜻을 지녔다. 마로현이라는 지명을 있게 한 마로산馬老山(277m)은 높거나 크지도 않은 평범한 산세를 지녔다. 마로산성에서 발굴된 유물 중 '마로관馬老官'이라 새긴 명문기와가 다량으로 발견되어 이곳이 병력의 주둔은 물론, 행정의 중심이었음이 분명하다.

마로산성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백제의 고성이다.

마로산 일대는 오래전 바닷가였다. 내해에 자리하고 있어 방어에도 유리했고 뱃길을 통한 물자 수송이 가능한 지리적 장점이 있다. 근대 이후, 대대적인 간척사업의 영향으로 현재는 도심 속에 묻혀 있는 산으로 변했지만 '천하일미 마로화적天下一味 馬老火炙'이라는 말의 근원지다. 400년째 이어져 온 광양(마로)의 대표 음식인 숯불에 구운 불고기 요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마로산 정상부에 있는 마로산성은 1,500년 전 백제 고성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타임캡슐이다. 우리나라 고대 산성 연구에 중요한 문화유적이 다량으로 발굴되었다. 백제에 의해 축조되어 통일신라시대까지 사용되었는데, 남북으로 기다란 모양으로 성의 둘레는 550m, 외벽의 높이가 3~5m에 이른다.

마로산성에는 11개의 과학적인 집수정 시설이 있다.

드라마 세트장에 온 듯한 분위기

다섯 차례 발굴 조사 과정에서 집수시설을 비롯해 학자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제사 지낼 때 사용하는 흙으로 만든 토제마가 300여 점 출토되었는데, 이는 남한에서 확인된 800여 점 중 가장 많은 수량이다. 전라남도 기념물이었던 마로산성은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국가사적 제492호로 격상되었다.

들머리는 마로초등학교 입구다. 1943년에 개교한 마로초등학교로 마로산성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교가를 비롯해 마로산성 사랑이 남다르다. 이정표에는 여러 갈래 길이 표기되어 있지만 마로초등학교에서 시작해서 덕진아파트(창덕 입구)로 하산하는 것이 마로산성 전체를 둘러볼 수 있고 차량 회수에도 좋다. 주요 지점마다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고 등산로 상태도 매우 양호하다.

마로산성은 고도는 낮지만 사방으로 조망이 좋다.

마로산성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거대한 웅덩이 같은 석축 집수정이다. 원형 집수정과 방형 집수정 등 4기의 집수정을 포함해 성 곳곳에는 총 11개의 집수정이 있다. 성안의 물 관리는 매우 과학적이고 치밀하다. 가장 낮은 골짜기 상부에 집수정과 우물이 있어 소화 용수와 식수를 확보하고, 빗물 등은 배수로를 통해 성 밖으로 배출했다. 성벽에 올라서면 사방이 시원하게 트이고, 성벽에는 형형색색 깃발이 나부끼고 있어 마치 드라마 세트장에 온 듯한 분위기다. 북쪽으로 백운산을 비롯해 남쪽으로 광양만과 구봉산이 보이고 순천왜성이 지척이다.

순천왜성은 삼면이 바다에 접한 곳에, 왜군들이 성을 쌓고 조선에서 철수하기 전까지 주둔하던 최후 방어선이었다. 이순신 장군과 조·명 연합군은 해상 봉쇄작전으로 퇴로와 보급로를 막고 있었다. 성안에 갇힌 왜군들은 바닷길로 탈출을 시도했고 이순신 장군은 광양 앞바다와 노량으로 유인했다. 1598년 12월 노량해전은 세계 해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승을 거두며 7년 전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때 마로산성에 있던 관군과 의병들이 조력했다고 한다.

삼각점과 운동시설이 있는 마로산 정상

삼각점이 있는 곳이 진짜 정상

일부 지도나 지형도에서 마로산성 북쪽을 마로산(209m) 정상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정상은 북쪽으로 2.3km 지점에 있다. 광양시에서 만든 이정목에도 4등 삼각점이 있는 곳을 '등산로 정상'이라 표기하고 있다. 등산로는 '마로산 숲길'이라 부를 정도로 편백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해서 푹신한 쿠션을 밟는 느낌이다. 대규모 벌목 지대인 은선재를 지나면 10분 거리에 마로산 정상(277m)이 나온다. 데크 쉼터와 운동기구가 놓여 있고 빽빽한 소나무로 인해 시야는 막혀 있다.

정상을 지나 3분 거리에 있는 갈림길에서 '창덕 입구 1.66km'로 내려가면 하산길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깊은 산속에 들어선 듯 깊고 아늑한 느낌이다. 갈림길에서 '창덕 입구 0.56km' 왼쪽으로 꺾으면 덕진 선샤인아파트에 닿는다. 산허리를 깎아 아파트를 지으면서 높은 절개지가 생겨서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멀리 마로산성이 보인다. 성은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 하는 자의 처절한 공간이다. 힘이 있어야 평화도 함께 있다는 것을 되새겨 본다.

소나무 숲이 울창해서, 솔잎 밟는 감촉이 좋다.
돌멩이 하나 찾아보기 힘든 편안한 등산로.

산행길잡이

마로초등학교-집수정-마로산성 남문지-동문지-갈림길-은선재-정상(삼각점)-갈림길 이정표(창덕 입구 방향)-이정표(창덕 입구)-선샤인아파트 (5.5km, 4시간)

들머리인 마로초등학교는 마로산 자락 고지대에 있어 찾아가는 동안 긴가민가하다. 초등학교 정문 건너에 등산 안내도가 있다. 주요 지점마다 이정표가 잘되어 있다. 마로산성은 남에서 북으로 성 전체를 둘러보는 것을 권한다. 마로산성을 벗어나면 동네 뒷산처럼 평범하고 도드라진 바위 하나 없는 편안한 육산이다.

삼각점이 있는 정상을 지나면 갈림길에서 광덕사 방향은 버리고, 창덕 입구로 하산해야 한다. 선샤인아파트에서 마로초등학교까지 도보로 20분 소요된다.

교통

서울 센트럴시티 터미널에서 광양터미널까지 3시간40분 소요, 하루 8회(07:20, 08:20, 09:50, 11:10, 14:05, 15:20, 18:05, 22:10) 운행한다. 요금은 우등 3만4,700원, 프리미엄 4만5,100원이다. 광양터미널에서 990번 시내버스(배차 15분)를 이용하면 약 10분 소요, 요금은 1,600원이다. 송보7차 아파트에서 하차, 마로초등학교까지는 도보로 2분 거리다.

맛집(지역번호 061)

불고기 요리로 유명한 3대 지역으로 한양·광양·언양을 꼽는다. 특히, 광양(마로) 불고기는 400년을 이어 온 맛이다. 청동화로에 참숯을 피워 구리 석쇠에 얇게 저민 고기를 굽는 방식으로, 참숯향이 스민 고기 맛이 일품이라 하여 '천하일미 마로화적'이라 부른다. 서천변 불고기 특화 거리에는 전문점들이 즐비하다.

'三代 광양불고기집(762-9250)'은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맛집이다. 한우 불고기 1인분(2만6,000원), 호주산 불고기(2만 원).

하산 지점. 아파트 건설 당시의 절개지가 위험하다.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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