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오피스 임대료 31년 만에 최고…다시 뜨거워진 이유 [더 머니이스트-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도쿄 오피스 시장의 임대료가 일본 거품 경제 붕괴 이후 31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도쿄 중심 5구의 오피스 공실률 역시 2%대 초반으로 하락하며 사실상 공급 부족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기 회복을 넘어 일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특히 이번 상승은 과거 버블 시기처럼 투기 자금이 만든 가격 왜곡이 아니라, 실사용 기업의 수요 확대와 인재 확보 경쟁이라는 견고한 펀더멘털 위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기업은 오피스를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니라 ‘인재 확보를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재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교통 접근성과 브랜드 가치, 업무 환경 경쟁력을 갖춘 프라임 오피스로 기업 수요가 집중되는 ‘우량자산 선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도쿄역 인근 마루노우치·오테마치 권역과 야에스·니혼바시 일대는 신규 공급 물량 상당수가 준공 이전부터 임차인을 확보하고 있으며, 대기업들의 이전 수요까지 겹치면서 임대료 상승 압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주도권이 임차인에서 임대인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신호이기도 합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일본 주요 디벨로퍼가 임대차 계약에 소비자물가지수(CPI) 연동 조항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미쓰비시지쇼, 미쓰이부동산, 노무라부동산 등 주요 개발사는 인플레이션 상승분을 임대료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장기간 디플레이션에 익숙했던 일본 시장에서 이는 매우 상징적인 변화입니다. 과거 일본 오피스가 안정성 중심의 저성장 자산이었다면, 이제는 물가 상승을 현금흐름으로 흡수할 수 있는 ‘실물 기반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투자 전략상으로도 주목할 점입다. 이제 단순한 시세차익과 엔저에 따른 환차익만으로는 시장의 본질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의 핵심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순영업소득(NOI)을 늘릴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프라임 오피스의 임대료 상승과 공간 희소성 심화는 수요를 도심 내 우량 중소형 오피스로까지 확산시키며 시장 전반의 자산 가치 재평가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 특유의 임대차 제도는 투자자가 반드시 유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일본의 보통차가권(普通借家權)은 임차인의 계약 갱신권을 강하게 보호하기 때문에, 시장 임대료가 급등하더라도 이를 즉시 반영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습니다.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수익률만 보고 투자했다가는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오히려 실질 수익성이 낮아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신규 투자 시에는 정기차가권(定期借家權) 비중과 임대료 인상 가능성, 계약 만기 구조 등을 꼼꼼히 점검하는 정교한 실사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건설 원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신규 공급 확대는 제한되고 기존 자산의 희소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이나 자산 가치 개선이 가능한 중소형 자산의 투자 매력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일상화된 시대에는 단순히 좋은 입지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계약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고, 임대료 상승을 얼마나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자산 가치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시장 흐름을 정확히 읽고 운영 전략까지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때, 일본 오피스 시장은 한국 투자자에게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해외부동산 투자처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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