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집값’, 뜨거운 ‘불장’…경제는 지선의 변수가 될 수 있을까
與는 민심 반향 예의주시…“코스피가 집값 불안 상쇄” 시각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집값'이 수도권 표심을 흔드는 결정타가 될까, 소음만 요란한 불발탄에 그칠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시선이 다시 부동산으로 향하고 있다. '내란 심판론'에 밀려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이 집값과 세제 논란을 앞세워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실정론'을 띄우면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폭등이 정권 교체와 이후 지방선거 참패의 도화선이 됐던 기억은, 여권에는 뼈아픈 트라우마로, 야권에는 검증된 반전 공식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부동산이 같은 방식으로 선거판을 흔들지는 미지수다.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등 세제 논란 등이 중산층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최근 가파른 코스피 상승세가 표심에 미치는 '부동산의 파괴력'을 낮추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결국 남은 기간 집값 불안이 코스피 상승의 온기를 압도할지, 자산시장 회복 기대가 부동산 심판론을 무디게 만들지가 이번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文과 뭐가 달라" '부동산' 때리는 국힘
부동산은 선거 때마다 야당이 꺼내 드는 전가의 보도다. 때론 집값과 세금이 이념보다 세고, 확실하게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기 때문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이 다시 부동산 카드를 전면에 띄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민심 이반이 정권 교체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던 기억은 보수 진영에 여전히 강력한 정치적 자산으로 남아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민주당이 지금도 떠안고 있는 '아픈 기억'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춰 서울 집값 잡기에 매진했다. 대출·세금·거래제한 등 부동산 관련 대책만 20여 차례에 걸쳐 발표했다. 그러나 집값은 되레 껑충 뛰었다. 이는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중산층의 이탈을 불러왔고, 결국 성난 부동산 민심은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 이어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17곳 중 5곳에서만 승리하며 대패했다.
12·3 비상계엄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이 대통령은 이 아킬레스건을 의식한 채 대선을 뛰었다. 대선을 나흘 앞둔 지난해 5월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광장 유세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민주당 정권이 집권했을 때 집값이 올랐다"며 먼저 '반성문'을 쓰기도 했다. 그러면서 "세금은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걷는 것이지, 제재 수단으로 사용되면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고 했다. 규제일변도의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실용주의 부동산 노선을 예고한 셈이다.
하지만 집권 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출범 초기부터 대출 규제 등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 쏟아졌다. 반면 시장이 체감할 공급은 더뎠다.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의 공세 지점도 바로 여기다. "결국 문재인 정부식 규제의 재판(再版) 아니냐"는 비판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5월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강남만 빼고 서울 집값이 싹 다 다시 올랐다"며 현 상황을 이재명식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정밀 타격)라고 비꼬았다. 부동산 시장의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도 경고했다. 장 대표는 "부동산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면 더 오를 것이다. 너도나도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전세는 씨가 말랐고, 월세는 작년보다 몇 십 만원씩 올랐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명픽 후보'로 나선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맞서 5선을 노리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도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오 후보는 5월11일 MB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부동산 문제의 원인은) 박원순 시장 10년간 389군데 재개발·재건축 구역을 다 풀었던 영향이 크다"며 "2031년까지 31만 가구가 순증되도록 '닥치고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마지막 변수는 '코스피 불장'?
민주당은 방어에 나섰다. 핵심 논리는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실거주자는 보호하고 투기 수요 억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참전했다. 이 대통령은 5월11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을 "'억까'(억지로 비난하는 것)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이어 "부동산 공화국 탈출은 우리나라의 정상화와 지속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부동산 투기가 재발하면 몇이나 득을 보겠나. 협조를 요청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여권 물밑에선 집값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장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재개되면서 시장에 '매물 잠김' 경보가 켜진 탓이다. 매물 부족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선거판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일각에서 나온다. 수도권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부동산 정책은 마라톤이라 단거리 경주(선거)를 의식하면 레이스가 꼬인다"면서도 "서민들의 의식주(衣食住)보다 앞서는 대의는 없기에 여당이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부동산 정책을 바라보는 민심은 12·3 비상계엄이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만큼 일방적으로 여권에 기울어 있지 않다. SBS가 입소스(IPSOS)에 의뢰해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현 정부 부동산 정책 평가를 물은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6%,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1%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다. 국민의힘이 부동산을 반전 카드로 주목하는 이유다(지난 5월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무선 전화면접조사, 응답률 10.7%,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5%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와 달리 부동산 심판론의 동력이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변수는 역대급 '불장'이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부동산 정책의 불확실성과 불만을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자산시장의 한 축인 주식에서 기대 수익이 커지면서, 부동산 불안이 만들어내는 정치적 분노를 일정 부분 흡수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최근 경제 상황은 부동산 심판론이 확산했던 2022년 지방선거 당시와는 분명 다르다. 당시 코스피는 2600선 안팎에서 부진했고, 경기 침체 우려와 글로벌 긴축 흐름 속에 2300선까지 위협받는 분위기였다.
결국 '집값'이 수도권 표심을 흔드는 결정타가 될지, 소음만 요란한 불발탄에 그칠지는 코스피 흐름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방선거까지 남은 기간, 코스피가 어느 방향으로, 어느 속도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부동산 이슈의 파괴력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동산은 여전히 선거의 변수가 될 수 있지만, 과거처럼 일방적인 파괴력을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는 집값 불안에 더해 주식시장과 전반적인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코스피 상승세로 자산시장 회복 기대가 형성돼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방선거까지 남은 3주 안에 주식시장이 급락한다면 부동산 불만과 맞물려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주식시장의 상승 흐름이 유지된다면 집값 불안이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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