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업은 공멸, 정부 강경대응 필요”…노동경제학 대가의 경고

조윤희 기자(choyh@mk.co.kr) 2026. 5. 12.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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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명지대 명예교수
노조에 명분과 출구 터줘야
긴급조정권 발동도 검토를
개별 기업의 과도한 보상이
노동시장 전체 흔드는 결과
이종훈 명지대 교수 [한주형 기자]
“지금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스스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는 명분과 출구를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노사정 간의 노력에도 파업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워낙 큰 만큼 긴급조정권 발동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1주 뒤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전자 노사가 정부의 중재로 11~12일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재계와 노동계가 이번 협상 결과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동경제학자인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명예교수(65·전 국회의원·사진)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노조 역시 파업이 초래할 후폭풍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해법은 중재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미국 코넬대에서 노동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노동경제학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고용노동부 정책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등을 역임했고 2012년에는 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경기 성남분당갑)을 지냈다. 대학교수, 정책 자문가, 국회의원 등을 두루 거치며 학계, 기업, 정책 현장에서 고용과 노동 분야를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2026년 임금 협약을 위한 교섭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성과급 기준에 대한 견해차로 교섭이 중단됐고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지난달 말 이재명 대통령까지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 따른 경제 파장을 언급했고, 고용노동부도 중재에 나섰다.

이 교수는 전면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실제 파업이 발생할 때의 중대성을 고려해 정부에서 강경히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기업 측의 파업 비용이 매우 큰 상황에서는 노조의 협상력이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물론 긴급조정권은 매우 예외적인 수단이며 쉽게 꺼낼 카드는 아니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최후 수단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긴급조정권은 파업이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30일 동안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 지금까지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및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 총 4차례에 불과하다.

반도체 업계에서 촉발된 경영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상한선에 대한 합의가 부재해 성과 보상 체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시작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교수는 “한 기업의 단기적이고 과도한 보상은 그 기업 내부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다른 기업의 임금 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노동시장 전반에 연쇄효과를 일으키는 나비효과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경영성과급은 무엇보다 명확한 룰이 필요하다”며 ① 최소한의 이윤 발생 기준 ② 배분률(얼마를 나눌 것인가) ③ 상한선(어디까지 지급할 것인가) ④ 사업부·팀·개인 간 배분 방식 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현금 외 보상 방식과 같은 구조적 기준을 정교하게 만들어 노사 간 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수면 위로 올라온 ‘정년 65세 연장안’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가 공식 활동을 재개하면서 단계적 정년 연장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입법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위는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하되 한시적으로 특정 시점까지 퇴직 후 재고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정년 연장은 ‘임원 승진 포기’나 ‘정년만 채우자’는 선택을 확산시켜 조직 전체의 도전 의지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또 정년 연장을 청년들과 합의 없이 추진하는 것은 세대 간 기회 배분 측면에서 공정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임금피크제와 같은 제도적 보완책도 거론됐다. 이 교수는 “임금피크제는 단순한 임금 삭감이 아니라 연장된 고용 기간에 맞게 보상 체계를 재설계하는 과정”이라며 “삼성전자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든, 일률적인 65세 정년 연장이든 자신의 몫을 더 확보하려는 시도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다른 세대와 다른 노동시장 참여자의 기회를 잠식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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