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응원했던 그 연애, 그 청춘···평범해서 더 반짝였던 “유미, 잘가요”
이상엽 PD “유미는 평범하지만 반짝이는 사람”
두 번의 망한 연애와 결혼으로 이어진 연애까지
평범한 일상, 발랄한 애니와 결합해 공감 이끌어내

정든 ‘유미’(김고은)를 떠나보낼 때가 왔다. 이동건 작가의 인기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시즌3가 지난 5일 막을 내렸다.
‘구웅’(안보현·시즌1·2021)과 ‘유바비’(박진영·시즌2·2022)와의 연애를 그렸던 지난 시즌에서부터 유미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에 거대한 서사는 없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유미는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일이 잘 안 풀릴 때에는 시무룩해하다가도 뜻밖의 좋은 일에 신이 나서 눈을 빛냈다.
소소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유미 마을 세포들’이었다. 사랑 세포, 작가 세포, 이성 세포, 감성 세포, 출출이, 히스테리우스…. 다양한 성격의 세포들이 유미의 복잡한 속마음을 대변했다. 4년 만에 시즌3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건, 유미와 세포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성원 덕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시즌3를 하게 되었을 때는 ‘큰일 났다’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와 저희 팀이 다들 원작 팬이기에,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어떻게 잘 마무리할지 함께 머리를 맞댔죠.” 시즌 1~3 연출을 모두 맡은 이상엽 PD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말했다. 그는 호평 속에 마무리된 시즌3에 대해 “방학 숙제를 마무리하고 선생님께 칭찬받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시즌1·2가 연애의 설렘, 질투, 싸움, 헤어짐으로 직행했던 것과 달리 이번 시즌은 ‘사랑 세포’가 사라진 지 오래인 30대 중반 유미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성공한 작가가 된 유미 마을의 프라임 세포는 ‘작가 세포’다. “일하다 보면 연애 세포가 없어진다고들 하잖아요. 작가님(송재정, 김경란)이 ‘필요 없는 감정이 사라지는 상태로 시작하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주셨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이 감독이 말했다.
그런 유미가 출판사 PD ‘신순록’(김재원)과 일하게 되며 사랑 세포가 깨어난다. 처음에는 단답형으로 말을 짧게 하는 순록이 거슬리던 유미는 어느새 짝사랑을 시작한다. 순록의 나이가 20대 후반으로 한참 연하라는 데에, 일로 얽힌 사이라는 데에, 그가 곁을 내주지 않는 데에 자꾸 상심하게 된다.
이뤄지지 않을 것 같던 사랑은 순록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쌍방으로 진화한다. 사회생활을 할 때에는 ‘저전력 모드’로 모두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순록은 한 번 마음의 확신이 서면 마음을 쏟고 직진하는 캐릭터다.
<유미의 세포들> 연출을 맡은 5년. 어느덧 이 감독은 유미가 “아는 동생 같다”고 했다. “유미의 가장 큰 장점은 평범해 보이지만 반짝이는 사람이라는 거거든요. 들여다보면 꿈이 있고, 그래서 더 예뻐 보이는 유미를 김고은 배우가 한결같이 자연스럽게 연기해줬어요.”
순록은 원작에서도, 드라마판에서도 그런 유미의 ‘마지막 남자’다. “20대에는 마음 졸이는 연애를 많이 한 유미가 설레면서도 안심할 수 있는 남자친구를 만났으면 했다”는 이 감독은 “순록이는 솔직하고 건강하다. 우직하게 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합격”이라고 했다.

애니메이션 세포들을 실사 주인공들 옆에 배치하는 시도를 늘린 것도 이번 시즌의 진화된 모습이다. 이 감독은 “시청자들도 세계관에 익숙해진 만큼 더 합성을 많이 해볼 수 있었다”며 “순록이 집에서 혼자 영화를 보고 목욕할 때 세포들이 함께 놀고 있는 것처럼 연출한 게 대표적”이라고 했다.
대단원의 끝,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의 유미·순록의 곁에 그간 그들을 지켜본 세포들을 하객처럼 배치하는 건 이 감독이 오래 염원한 장면이었다. 그는 “원작에도 있는 이미지를 거의 비슷하게 연출하려 했다”며 “찍을 때도 동생을 결혼시키는 것 같은 이상한 마음이 들어 울컥하더라”고 했다.
두 번의 망한 연애와 결혼까지 이어질 연애까지. 그의 20대부터 30대까지를 지켜본 시청자들에게도 유미는 ‘어디선가 잘살고 있기를’ 바라게 되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됐다. 이 감독은 “끝날 때 울컥했다는 댓글을 보면서 다들 비슷한 마음이라는 걸 느낀다”며 “함께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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