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각은] “한 시간 기다렸는데 옆으로 쓱”… 놀이공원 ‘매직패스’ 논란

강정아 기자 2026. 5.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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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에서 줄을 서지 않고 놀이기구를 먼저 탈 수 있는 ‘우선 탑승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놀이공원 우선 탑승권을 둘러싼 논란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돈을 내고 새치기하는 것 같다”는 비판과 “추가 비용을 낸 만큼 서비스를 누리는 건 당연하다”는 반론이 맞서면서 논쟁은 항공·철도 등 각종 ‘프리미엄 서비스’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롯데월드 ‘메이플 아일랜드 존’에 마련된 어트랙션인 에오스타워. /뉴스1

◇“시간 사는 서비스일 뿐” vs “공정 가치 훼손”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롯데월드 방문 후기에서 시작됐다. 작성자 A씨는 “한 시간 동안 놀이기구를 타려고 줄을 섰지만, 매직패스 이용객들이 옆으로 가로질러 가 돈 주고 새치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상대적 박탈감이 들어 기분이 울적하다”고 적었다.

이어 “거금을 들여 자유이용권을 끊었음에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기분이고, 이런 시스템을 이재명 대통령님께서 막아주셨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월드의 ‘매직패스’는 일반 대기 줄을 거치지 않고 놀이기구를 우선 이용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다. 2006년 도입됐으며, 프리미엄 5회권 기준 가격은 8만원이다.

A씨 주장에는 곧바로 반박도 이어졌다.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 소비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받는 건 자연스럽다는 취지였다. 온라인에서는 “항공기 비즈니스석도 없애자는 얘기냐” “추가 요금을 내고 시간을 사는 것뿐”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반면 놀이공원 특성상 어린이와 청소년 이용객 비중이 높은 만큼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모두 같은 입장권을 구매한 상황에서 순서를 돈으로 바꾸는 방식이 ‘공정’ 가치와 충돌한다는 주장이다.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고속버스 ‘유니버스 프레스티지’ 내부. /조선DB

◇항공·철도로 번진 ‘프리미엄 서비스’ 논쟁

우선 탑승권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놀이공원을 넘어 항공·철도 등 다른 산업의 ‘프리미엄 서비스’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항공사의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나 KTX 특실처럼 추가 비용을 내고 더 넓은 좌석과 각종 편의를 제공받는 서비스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프리미엄석 가격은 일반석보다 1.5~2배 이상 비싼 경우가 많다.

이를 두고 “가격 차이에 따른 서비스 차별은 당연하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한편에선 “과도한 차별이 사회적 박탈감을 키울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 같은 논쟁은 해외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미국 디즈니랜드는 2024년 ‘라이트닝 레인 프리미어 패스(Lightning Lane Premier Pass)’를 도입했는데, 놀이기구마다 대기 없이 한 번씩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가격은 기본 입장권의 최대 4배 수준에 달한다.

당시에도 “부유층만 시간을 살 수 있게 했다”는 비판과 “원하는 사람이 비용을 더 내는 것뿐”이라는 반박이 맞붙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AI 만나 더 정교해지는 ‘가격 차별’ 전략

경영학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대표적인 ‘가격 차별(price discrimination)’ 전략으로 본다. 소비자의 지불 의사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프리미엄 수요를 확보하면서 전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격 차별 전략은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의 소비 패턴과 취향을 세밀하게 분석해 개인별로 다른 가격과 혜택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지난해 ‘데이터와 경쟁’ 정책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개인 데이터 활용이 고도화될수록 가격 차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프리미엄 서비스가 일반 이용자에게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항공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좌석 비중은 전체의 10% 안팎이지만, 수익 기여도는 20~40%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좌석이 사라지면 전체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단순히 부자와 서민의 대립 구도로만 볼 문제는 아니다”라며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일반 서비스 가격 부담이 낮아지는 측면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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