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우리를 배신하고 말살했다”…토사구팽 MAHA 분노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를 배신하고 ‘마하’(MAHA·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운동을 완전히 말살했다는 점을 인정해라.”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았다. 올가을 우리는 투표장에 가지 않을 것이다.”
지난달 17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지지해온 마하 세력의 분노가 폭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으로 지명한 에리카 슈워츠 박사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글을 로버트 에프(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장관이 올린 직후였다. 슈워츠 국장은 과거 군 백신 의무접종 정책을 지지해온 의사 출신으로, 백신 회의론을 믿는 마하가 원하지 않았던 인사였다. 지난달 말엔 트럼프 대통령이 마하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자 케네디 장관의 측근인 케이시 민스를 질병통제예방센터 공중보건국장으로 내정했다가 인준이 지연되자, 대신 폭스뉴스 의학 해설자로 활동하는 방사선의과 의사 니콜 새파이어를 지명했다. 새파이어는 케네디 장관의 보건 정책을 “혼란 그 자체”라며 비난해온 인물이다. 케네디 장관과 사전 협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대선 당시 케네디 장관에게 “보건 분야 전권을 주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이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셈법에 밀리면서, 마가와 마하 세력 간 ‘불안한 동거’가 흔들리고 있다. 애초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과 케네디 진영이 결합한 것부터가 이례적이었다. 민주당 명문가 출신 환경 변호사였던 케네디가 민주당 주류 진입에 실패한 뒤 트럼프 진영으로 돌아섰고, 주로 좌파 진영에 속하던 반백신·반다국적제약사 성향의 웰니스 운동이 우파들의 마가 연합으로 합류하게 됐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마가와 민주당에서 배척당한 마하를 관통하는 것은 포퓰리즘과 반기득권 정서다. 미국 매체 복스는 “2000~2020년 사이 반백신 운동은 특정한 당과 연계되지 않았고 오히려 목소리 큰 인사들은 좌파에 쏠려 있었다”며 마하가 특정 정파라기보다는 ‘반기득권 건강 운동’에 가까웠다고 짚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연방정부 축소를 선호하는 마가 정책과 초가공식품 규제, 농약 사용 제한, 제약사 견제, 백신 접종 축소, 인공색소 퇴출 등 규제 강화 쪽에 무게를 싣는 마하는 구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제초제(농약) 규제를 둘러싼 논란도 마가-마하 갈등의 계기가 됐다. 마하 진영은 여러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성분을 지목하며 정부의 규제를 요구해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산업 보호나 국내 생산성 등 이유를 들어 제조 기업인 바이엘 편에 섰다. 이에 마하 세력은 지난달 27일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이은 마하 진영 힘 빼기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득실을 따진 결과라고 시엔엔(CNN)은 보도했다. 중도층이 크게 좋아하지 않고 사회적 반발만 요란했던 백신 접종 축소 대신, 의료비 인하나 초가공식품 규제처럼 좀 더 많은 대중이 좋아할 만한 주제로 어젠다를 이동시키고 있다.
‘토사구팽’ 격이 된 마하들은 반발하고 있다. 웰니스 인플루언서인 바니 하리는 제초제 관련 시위에서 “우리는 부모, 농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로 이뤄진 빠르게 성장하는 세력이며, 워싱턴이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조직화하고 있다”며 “중간선거를 앞두고 우리를 무시하는 건 정치적으로도 근시안적인 처사”라고 항의했다.
마하의 이탈을 가장 예민하게 주시하는 이들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케네디 장관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에, 제초제 이슈나 의료비 절감 문제 등 마하 지지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슈를 선택적으로 가져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마하 어젠다는 박빙 경합 지역구에서 폭발력이 있다”며, 교외 여성, 무소속, 젊은 유권자들이 집중된 선거구에서 마하의 이탈표가 5~10%포인트만 이동해도 2~3석의 하원 의석이 뒤집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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