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 아이돌봄 1년 대기하는데… ‘민간 참여’ 손 놓은 정부

표태준 기자 2026. 5. 1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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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민간 확대 길 텄지만
실행 지침 없어 사실상 방치

만 12세 미만 자녀를 집에서 돌봐주는 정부의 ‘아이돌봄 서비스’ 평균 대기일이 지난해 역대 최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돌보미 공급을 늘리는 법안이 작년 4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부가 1년 넘게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대기 문제가 더 심각해진 것이다.

11일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이 성평등가족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아이돌봄 서비스 평균 대기일은 39.4일이었다. 2021년 19일, 2022년 27.8일, 2023년 33일, 2024년 32.8일 등 갈수록 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지는 추세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60.9일로 가장 길었고 서울(50.2일), 세종(49.3일), 인천(48일) 등 순이다. 맞벌이 부부는 많은데 활동하는 돌보미가 적은 동네는 1년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

그래픽=김현국

‘아이돌봄 서비스’는 정부가 직접 돌보미를 교육하고 자격을 검증해 가정에 보내주기 때문에 부모들이 선호한다. 성평등부가 예산을 지자체에 주고, 지자체별 위탁 센터가 돌보미를 관리하고 가정에 파견한다. 이용 요금(시간당 1만2790원)도 부모 소득에 따라 15~90%까지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에 민간 업체(1만6000~2만원)보다 저렴하다. 이 때문에 신청 가구는 늘고 있지만, 돌보미 수는 그만큼 늘지 않아 대기자가 증가하는 것이다. 아이돌봄 신청 가구는 2021년 7만8118가구에서 2025년 18만3794가구로 135.3% 증가했는데, 돌보미는 2만5917명에서 3만1718명으로 2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정부는 민간 돌보미를 공급해 만성적 대기 문제를 해소하려고 시도했다. 작년 4월 아이돌봄지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달 23일 시행됐다. 개정법에 따르면 정부가 마련한 시설·인력·서비스 기준에 맞춘 민간 업체는 지자체에 등록할 수 있다. 등록된 민간 업체는 소속 돌보미의 범죄 이력을 조회할 수 있고, 정부의 ‘아이돌봄서비스 플랫폼’에 올라 부모가 선택할 수 있다. 민간 업체 질을 높여 부모가 믿고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법이 최근 시행됐는데도 등록을 신청한 민간 업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 업체 200여 곳이 가입한 한국아이돌봄협회 정지예 회장은 “성평등가족부나 기초지자체에서 어떻게 등록하라는 지침이나 공지를 받은 적이 없어 신청 방법을 알 수 없다”며 “회원 중에 신청한 곳이 한 곳도 없다”고 했다. 실제 본지가 서울 종로구·강남구·송파구·관악구 등에 문의한 결과 등록을 신청한 민간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부산 16개 구·군에도 신청한 업체가 없었다.

성평등부 측은 “업체가 알아서 지자체에 신청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성평등부의 지침이 없으니, 민간 기관들도 신청 방법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업계에선 “굳이 정부에 등록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도 퍼져 있다. 정부에 등록하려면 각종 기준을 맞춰야 해 비용이 들고 정부 규제도 받게 되는데, 부모들은 결국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공공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민간 업체를 이용하는 부모에게도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현 정부 들어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올해 아이돌봄 예산이 이미 확정된 만큼, 민간 기관 지원금 지급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노조 눈치를 보느라 이 문제를 방치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공공 아이돌보미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는 민간이 아이돌봄 서비스에 참여하는 것을 강력 반대해왔다. 민간에 돌봄을 맡기는 건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돌봄의 국가책임제’와 상충하고, 민간업체가 들어와 경쟁하면 돌보미 처우가 나빠진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그동안 공공 돌보미 부족 문제 해결에 실패한 만큼, 시급히 대안을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권희경 국립창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 센터들이 예산 부족, 돌보미와 부모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법적 책임 문제 등을 이유로 운영을 포기하려는 경우도 많아 공공 공급이 늘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공의 한계가 명백한 상황이니 민간 업체를 통해 돌보미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공공과 민간 간 경쟁을 통해 질적 향상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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