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안 급한 中, 물러설 수 없는 日… 선전 APEC이 실마리?

도쿄(일본)=이경 2026. 5.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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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정상 줄줄이 베이징행… 급할 것 없는 시진핑
공명당 이탈에 의원외교까지 마비… 말라버린 중일 채널
지난달 중국을 찾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달 초, 니시무라 야스토시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베이징을 찾았다. 다카이치 정권 출범 후 '자민당 4역'의 첫 방중이었으나 중국 측 고위 인사는 한 명도 못 만났다. 일본 여당 간부가 베이징까지 갔지만, 대화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셈이다. 일본은 출구를 찾고 싶어 하지만, 중국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게 중일 관계의 현주소다.

현재 중국은 일본과 관계 개선을 서두를 동기가 크지 않다. 당장 중요한 국내 정치 일정이 줄지어 있다. 올 11월에는 선전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내년 가을에는 5년마다 한 번 열리는 당 대회가 예정돼 있다. 특히 당 대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본인을 포함한 최고지도부 인사가 걸린 무대다.

국제 환경도 나쁘지 않다. 지난달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과 만났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3~15일 중국을 찾는다. 영국·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도 잇따라 중국을 찾았다. 이처럼 베이징이 해외 정상들로 붐비는 것을 보고 일본 외무성 간부는 "중국이 일본에 먼저 다가설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일본 쪽 사정도 복잡하다.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 개인을 겨냥해 비판과 대응 조치를 쏟아내자 일본 내에서는 오히려 반발이 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 반작용이 자민당 총선 대승의 한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압박이 다카이치 정권을 약화시키기보다 강경 노선의 명분으로 작용하면서, 총리도 이제 발언을 거둘 수 없는 처지다.

그렇다면 누가 나서야 하나. 과거에는 의원 외교와 정당 채널이 그 역할을 했다. 2015년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 당시 총무회장은 일본 재계 인사 약 3000명을 이끌고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에게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고, 공명당도 연립 파트너로서 정기적으로 대표단을 보내 중국 지도부와 접촉했다. 정부 간 공식 채널이 막혀도 의원 채널은 살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채널이 다 말랐다. 도쿄대 가와시마 마코토 교수는 중일 간 중요한 채널이었던 공명당의 연립 이탈이 양국 관계에 큰 공백을 남겼다고 말했다. 자민당 내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중우호의원연맹 회장인 모리야마 히로시 전 간사장은 다카이치 총리와 거리가 있는 인물로, 의원연맹은 이번 연휴 기간 방중단을 꾸리지 않았다. 한 의원연맹 간부는 "다카이치 정권이 대화를 모색하는 방향을 먼저 제시하지 않으면 의원외교도 움직일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양국이 마주할 공식 무대는 남아 있다. 이달 하순 쑤저우에서 열리는 APEC 통상장관회의, 6월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 대표단 방중, 그리고 11월 선전 APEC이다. 관계 개선 실마리는 결국 이런 계기들에서 찾아야 한다. 12년 전 2014년 베이징 APEC 정상회의때도 그해 봄까지 중일 정상회담은 쉽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여름부터 시작된 물밑 조율 끝에 아베 신조 당시 총리와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시 주석에게도 선전 APEC은 내년 당대회를 앞둔 중요한 외교 무대다. 아무리 상대가 일본이라도, 다카이치 총리와의 만남이 냉랭한 장면으로 끝나도록 방치하기는 쉽지 않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반년이 지난 지금, 시 주석은 먼저 손을 내밀지 않고, 다카이치 총리도 발언을 거두지 못한다. 사이를 이어야 할 의원외교 통로는 사실상 끊겼다. 반년 뒤 선전 APEC에서 양 정상은 결국 마주쳐야 한다. 그때까지 얼어붙은 중일관계에 최소한의 연결선이라도 복원할 수 있을지, 남은 시간은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