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운 테마 된 건설주, 웃지 못하는 이유

김태림 2026. 5. 12.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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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주연 기자

건설주는 올해 들어 가장 뜨거운 테마가 됐다. 시장의 시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반도체주보다 더 가파르게 건설주로 향했다. KRX건설지수는 연초 대비 123.86% 급등하며 전체 지수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5월 4일 기준). 같은 기간 KRX반도체지수는 112.80%로 2위였다. 

하지만 정작 건설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고금리 장기화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은 여전히 무겁고 시멘트·철근·에너지 가격은 다시 뛰고 있다. 미분양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았고 지방 중소 건설사들은 줄도산 위기에 몰렸다. 대형사들마저 희망퇴직과 조직 축소에 나섰다. 

중동 재건 특수와 원전 수주 기대는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찍히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전쟁이 띄운 건설주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에너지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관련 수주 확대에 나서면서 올해 건설주 상승세를 주도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올해 들어 80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전 프로젝트와 미국-이란 전쟁 이후 재건 사업 참여 기대가 부각된 영향이다.

대우건설은 약 25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신규 원전 사업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끄는 ‘팀코리아’의 시공 주간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라크 알포 신항만 등 중동 프로젝트 수행 경험으로 전후 복구 사업의 대표 수혜주로도 꼽힌다.  

다만 최근 들어 주가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대우건설 주가는 지난 4월 28일 연중 최고가인 3만7150원을 기록한 뒤 5월 6일 기준 3만2000원대로 내려왔다.

신한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대우건설의 투자의견을 각각 ‘단기매수’와 ‘매수’에서 나란히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의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연초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2026년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4배 수준까지 올라 현재 주가가 회사 가치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며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실제 원전 등 수주가 구체적인 계약으로 이어지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도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2007년 중동 건설 호황기 당시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국내 다른 원전 관련 종목들과 비교해도 주가가 비싼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5월 6일 기준 현대건설의 주가는 16만3700원으로 올해 초 대비 137.24% 급등했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에서도 해외 원전 시공 경험이 가장 많은 업체로 평가된다.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원전 해체 시장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신대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의 원전 수주 흐름이 점차 본격화될 것으로 봤다. 그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을 시작으로 향후 수주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과 미국 페르미의 마타도르 프로젝트도 올해 안에 구체적인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이 SMR과 대형 원전 모두에서 핵심 시공사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원전 기대감이 주가에 계속 반영되는 ‘프리미엄 구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DL이앤씨와 GS건설도 각각 149%, 106%씩 올랐다. 반면 IPARK현대산업개발(옛 HDC현대산업개발)은 같은 기간 상승률이 8%대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주택(아파트) 사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국내 부동산 경기와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구조다.

중동에서 발생한 이란 전쟁 여파로 건설업계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동은 국내 건설사들의 최대 사업지로 해외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을 정도다.

건설업계에서 중동전쟁은 ‘단기적 위기’이자 ‘장기적 기회’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현지 공정 지연과 원가 상승 위기가 닥치지만 전쟁 이후에는 파괴된 시설을 다시 짓는 ‘재건 특수’라는 거대한 기회가 열리기 때문에 수혜주 논의가 나오는 것이다.

◆수익성 사수 총력전

반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수익성은 업체별로 엇갈렸다. 일부 기업은 원가 구조를 재조정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했지만 저마진 현상과 각종 일회성 비용으로 이익이 줄어든 모습을 보이는 곳도 있었다. 

그래픽=송주연 기자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1분기 퇴직금 관련 대법원 판결에 따른 충당금 반영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약 30% 감소한 1110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수익성은 개선 흐름을 보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회사는 이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개선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부문별로는 건축 부문 매출이 4840억원 감소했지만 플랜트 부문 매출이 3630억원 증가하며 일부 상쇄 효과를 냈다. 

현대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은 1809억원으로 전년 동기(2137억원) 대비 15.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7조4556억원에서 6조2813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외형 축소가 나타났다.

사우디 자프라 패키지1 현장의 공사비 증액을 반영하면서 플랜트·뉴에너지 부문 원가율이 95.5%에서 90.4%로 낮아지는 효과도 있었지만 매출 감소, 인건비 증가, 그리고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대손충당금 부담 등이 겹치면서 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원가율은 ‘공사로 번 돈 중에서 얼마를 비용으로 썼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예를 들어 집을 지어서 1억원을 벌었을 경우 자재비, 인건비, 장비비 등으로 8000만원이 들었다면 원가율은 80%다. 건설사는 원가율이 낮아질수록 같은 매출을 올려도 더 많은 돈을 남길 수 있어 수익성이 좋아진다.

대우건설은 원가율을 재산정하며 수익성을 관리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2556억원으로 전년보다 69% 늘었다. 매출은 1조9514억원으로 6% 줄었지만 오히려 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또 도급 증액 등 일회성 수익으로 약 1000억원가량 이익을 더 반영했다. 기존 공사 계약에서 물가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증액되면서 추가 이익이 발생한 영향이다.

DL이앤씨도 수익성을 개선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15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늘었다.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원가 구조 개선 효과가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주택 부문 원가율을 눈에 띄게 개선했다. 지난해 90.7% 수준이던 원가율은 올해 1분기 79.9%까지 낮췄다. 반면 토목과 플랜트 부문 원가율은 90%대 초반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GS건설은 1분기 영업이익이 735억원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매출은 2조4005억원으로 22% 이상 감소해 외형 축소 흐름이 이어졌다. 최근 1~2년간 분양과 착공 물량이 줄면서 주택·건축 부문 축소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플랜트 부문에서는 원가 부담이 이어지며 원가율이 120%를 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1분기 80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했다. 반면 매출은 9057억원에서 6739억원으로 25.6% 감소하며 외형은 크게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호황기였던 몇 년 전 공격적으로 확보한 사업장들이 최근 건설사들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당시에는 분양 시장이 활황이었지만 이후 철근·시멘트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 확대, 고금리 장기화가 겹치면서 예상보다 공사비가 크게 올랐다”며 “주택 공급 회복 속도가 더디고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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