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집 보러 갔는데 7팀 줄서서 구경…1년 새 반토막 난 서울 전세 시장

신지후 2026. 5. 1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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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전세, 치솟는 월세]
부동산 대출 규제·공급 상황 복합 작용
전월세난 심화하며 집주인 우위 시장
가격 외 조건 따져 세입자 받는 진풍경
서울 전월세 거래 20%↑·매물 33%↓
"전월세 가격 상승은 매매가도 압박"
11일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소에 아파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최근 직장과 가까운 서울 강남구 도곡동으로 이사를 결심한 최모(36)씨는 전셋집을 구하며 진땀을 뺐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소형 평형 매물이 나왔다는 공인중개사 연락을 받자마자 찾아갔다가 자신까지 7팀이 집을 보러 온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전세 매물 자체가 없어 고민이 많던 터라 당일 계약을 하겠다고 서둘러 통보했으나 끝이 아니었다. 최씨는 "같이 살 사람이 있는지, 없다면 조만간 결혼할 계획이 있는지 등을 중개사가 세세하게 물었다"며 "미혼이고 아이도 없어 결국 계약자로 뽑혔다"고 말했다.

서울의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주택 임대차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세난이 월세 수요에도 영향을 미친 탓에 월세 가격도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실정이다.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예고로 전월세 매물이 다수 매매 매물로 전환되고 향후 비거주 1주택자, 등록임대사업자 규제도 점쳐지며 전문가들은 품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집값이 많이 올라 내 집 마련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전월세난까지 겹치면서 수요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11일 한국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전년 동기(10만796건)보다 20.6% 급감한 8만42건이다. 전세 계약이 29.0%(5만7,956건→4만1,124건)나 줄었고, 월세 계약도 9.2%(4만2,840건→3만8,918건) 감소했다. 계약 신고 기간이 일부 남았지만, 시장 여건상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매물이 줄면서 전월세 거래량도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과 비교해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30.0%(4만4,424건→3만1,108건)나 감소했다. 지난해 5월 10일(4만6,512건)과 비교하면 마이너스(-)33.2%, 지난해 1월 1일(5만1,897건)과 비교하면 40.1%나 급감한 규모다. 강북권에서 대단지로 꼽히는 3,830세대 규모의 강북구 SK북한산시티아파트는 이날 현재 나와 있는 전월세 매물이 3건뿐이고, 은평구 북한산현대힐스테이트3차 아파트도 전체 1,185세대 중 4곳만 전월세 매물로 등록돼 있을 정도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세입자 줄 서자 순식간에 1억 올려"... 가격 상승 압력

전월세 매물이 워낙 귀해지자 시장에선 집주인 우위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최씨처럼 결혼이나 흡연 여부, 자녀 유무까지 따져 세입자를 '골라' 받는 사례가 확대된 것이다. 집주인이 거주 시 지켜야 하는 조건을 여러 장짜리 특약으로 정리해 계약서를 내미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매물을 내놓을 때 중개사에게 특정 연령대만 세입자로 받아달라는 요청도 적잖다. 실제 노원구의 한 아파트 전세매물은 '1990년대 생 이후 신혼부부만 가능한 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여러 변수를 피하려 벌이가 안정적인 맞벌이 부부를 세입자로 선호하는 경우가 많고 그다음은 전문직 미혼자"라고 귀띔했다.

무게 추가 집주인 쪽으로 기울자 단숨에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일도 발생한다. 올해 3월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셋집을 뺀 윤모(37)씨는 "집주인이 집을 내놓자마자 예비 세입자들이 줄 지어 집을 보러 왔다"며 "서로 바로 계약하겠다고 해 결국은 집주인이 가격을 1억 원 높여 불렀고 이를 받아들인 세입자가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규 공급량·규제 방향 모두 '전월세난' 자극

그래픽=송정근 기자

전월세난이 심화되는 배경에는 주택 공급 및 규제 환경이 얽히고설킨 결과로 풀이된다. ①신규 주택 공급이 올해부터 2029년까지 크게 줄어들 예정인 상황에서 ②오피스텔, 빌라 등 비아파트 공급마저 쪼그라들고 ③실거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제도가 설계되고 있으며 ③임대사업자를 포함한 다주택자 혜택이 축소·폐지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조만간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으로 전월세난이 극심했던 2020~2021년 수준으로 상황이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각종 지표들은 당시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 중이다. 서울의 주간 전세가격 상승률(4일 기준 0.23%·부동산원)이 매매가 상승률(0.15%)을 웃도는 흔치 않은 일이 수주 간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 기준으로 4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100을 넘으면 공급 부족)는 178.1로 2020년 12월(187.4) 이래 가장 높다. 월세가격지수는 102.7로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에 이르렀다. 대책이 필요한 위험 수위를 알리는 경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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