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원 칼럼] 임기 후 재판받을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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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는 물론 과했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검찰 수사에 짓눌리는 야당 대표가 아니다.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깡패지 검사냐"고 했던 윤 전 대통령의 자기 배신은 낮은 지지율과 총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었다.
권력에 엎드려 선택적으로 수사하는 검찰에 분노한다면 그 분노는 수사기관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도록 만드는 데에 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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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문제 많지만 조작 단정할 수 없어
공소취소 특검, 이 대통령 오점 될 것
법치주의 원칙지켜 정면돌파 하기를
검찰 수사는 물론 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 말이다. 40일간의 조작기소 국정조사에서 ‘재창이 형’을 ‘실장님’으로 바꿔친 녹취록 등 증거에 손댄 의혹, 피의자 강압과 회유의 흔적, 일일 보고 문서 등 청와대 개입 정황들이 공개됐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연중 격일꼴(184회)로 불러 조사하고 남욱 변호사를 구치감에 2박 3일이나 유치한 이례적 수사는 고문에 가깝다. 그래서, 대장동 사업이나 대북송금 사건은 실체 없이 조작된 것인가?
공방의 상당 부분은 이미 재판에서 다뤄졌다. 국정조사에서도 ‘연어·술파티는 없었다’거나 ‘리호남을 필리핀에서 만나 돈을 건넸다’는 상충되는 증언이 있었는데 판사들은 엇갈리는 진술과 증거를 훨씬 더 방대하게 접하고 엄밀히 판단한다. 그렇게 해서 결론이 났다.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은 성남시와 유착해 과도한 초과 이익을 얻었다는 것, 쌍방울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을 포함해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했다는 것, 이것이 법원이 판단한 사건의 실체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징역 8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각각 징역 2년 6월, 7년 8월을 괜히 받은 게 아니다. 재판이 중지돼 판단되지 않고 남은 문제는 이 대통령이 얼마나 개입하고 책임이 있느냐다.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조사 특위의 이름부터 조작기소를 부각시키고 검찰에 대한 분노를 유발한 것은 선동적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게 무슨 의도이겠는가. 특검법 처리는 미뤄졌지만 공소취소의 문제는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너무 뻔하다. 앞으로 또 다른 정당 대통령이 입법으로 자신에 대한 처벌을 피하지 말란 법이 있는가. 그때는 이해충돌이자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건가.
이 대통령은 더 이상 검찰 수사에 짓눌리는 야당 대표가 아니다. 지시하지 않아도 영향력을 미치는 최고 권력자다. 무력으로 입법부를 장악하려 했던 내란 혐의에 얼마 전 무기징역을 선고한 나라에서, 절대 권력에 대한 경계심이 이토록 가벼워서는 안 된다. 군대가 아닌 국회 다수 의석을 동원한 차이가 있으나 사법 절차를 좌지우지하려는 내심은 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오히려 “거대 야당의 입법 폭거 때문에 계엄을 했다”고 믿는 ‘윤 어게인’ 세력을 살리는 빌미가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 때 김건희씨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민주당 쪽만 탈탈 털던 검찰공화국을 국민은 용납하지 않았다. 언론도 강하게 비판했다.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깡패지 검사냐”고 했던 윤 전 대통령의 자기 배신은 낮은 지지율과 총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내내 60% 지지율을 유지할 만큼 놀라운 국정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충분히 정상참작이 될 성과를 내면서 왜 커다란 오점을 남기려 하는가.
권력에 엎드려 선택적으로 수사하는 검찰에 분노한다면 그 분노는 수사기관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도록 만드는 데에 쓰여야 한다. 이미 국회는 법왜곡죄를 신설해 증거 인멸·위조를 처벌할 수 있게 했고, 검찰을 공소청으로 바꾸었으며, 부작용 우려에도 보완수사권마저 없앴다. 이제는 정치권이 결심해야 한다. 다수 의석을 이용해 공소취소를 만들어낼 유혹을 끊을 결심을, 사법절차를 믿고 임기 후 재판받을 결심을. 그렇게 해서 법치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결심을 하면 어떤가.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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