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수집가가 강탈당한 명화, 나치 친위대 후손 집에

1940년 나치의 침공을 피해 네덜란드에서 탈출하던 중 숨진 유대인 수집가에게서 강탈한 명화가 수십년째 악명높은 나치 친위대 후손의 자택에 걸려 있다는 전언이 나왔습니다.
현지 시각 11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도난당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찾아내는 네덜란드의 유명 예술탐정 아르투르 브란트는 80년 넘게 행방이 묘연했던 네덜란드 추상화가 톤 켈더르의 '젊은 소녀의 초상'이 네덜란드의 나치 친위대 장군 헨드리크 세이파르트 손녀의 집에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작품은 저명한 유대인 미술품 거래상이자 수집가였던 자크 구트스티커가 소장했던 1,100여점의 작품 중 하나로, 나치 공군 총사령관 헤르만 괴링이 강탈한 뒤 경매에 넘겨졌고, 세이파르트가 낙찰받은 것으로 브란트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세이파르트는 나치 친위대 지원병 부대를 지휘했던 네덜란드 장군으로 1943년 저항군에 의해 암살됐습니다. 헤이그에서 열린 그의 장례식은 히틀러가 조화를 보낼 정도로 성대히 치러졌다고 합니다.
브란트는 2차 대전 말기에 성을 바꾼 세이파르트 가문의 후손이 자신의 친척집에서 이 그림을 본 뒤 작품의 내력을 물었고, 나치에 강탈당한 그림임을 알게 된 뒤 제보를 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세이파르트의 손녀이자 이 제보자의 할머니는 해당 그림이 2차 대전 때 구입된 것으로 구트스티커에게서 약탈된 미술품이라 판매조차 할 수 없는 그림이라고 설명하며, 이런 사실을 입밖에 내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보자는 네덜란드 언론 더텔레그라프에 "부끄럽다"며 해당 그림이 원래 소유자인 구트스티커의 상속자에게 반환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작품 반환을 위해서는 사건이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해 제보를 결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란트는 구트스티커의 소장품이었던 유명한 작품이 악명 높은 나치 친위대의 후손 집에서 발견된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과거에도 자신이 여러 차례 나치 약탈 미술품을 회수한 적이 있지만 이번 일은 다른 모든 사례를 뛰어넘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세이파르트의 후손이 수십 년 동안 이 그림을 돌려줄 기회가 있었지만 행동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습니다.
켈더르 그림을 보관하고 있던 세이파르트의 손녀는 네덜란드 언론 인터뷰에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해당 그림이 나치 강탈품임을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앞서 구트스티커가 소유하고 있다가 나치에 약탈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탈리아 후기 바로크 초상화가 주세페 기슬란디의 작품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도 작년 9월 아르헨티나 휴양도시의 한 부동산 매물 광고를 통해 80여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검찰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자 이 그림을 보유해온 나치 전범의 딸과 사위 부부는 작품을 검찰에 넘겼고, 현지 검찰은 수십년간 그림을 은닉해온 혐의로 이들 부부를 기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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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수 기자 (seowoo1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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