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인권·평화의 선율…금남로서 울려 퍼진 ‘오월의 노래’
전국 아티스트 대거 참여…하루 2팀 무대
"싸우자고 쥔 주먹 대신, 위로의 노래를"
"주먹밥 같은 행사"·"연대와 극복" 다짐

매년 5월이면 광주광역시 동구 오월광장(금남로)에서 열리는 상설음악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오월의 노래'라는 이름으로 시민들 곁을 찾아왔다.
사단법인 '오월음악'이 주관하는 이 음악제는 1989년부터 故 김광석, 안치환, 윤도현 등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던 거리음악제를 계승한 행사다. 민주·인권·평화·오월정신의 문화예술적 계승·창작 활성화를 위해 12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오월광장에서 열린 '오월의 노래' 개막식은 아담하지만 은은한 조명으로 정성껏 꾸며진 작은 무대에서 진행됐다. 부모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 어르신과 시민들은 의자나 길거리에 편히 자리를 잡고 앉아 선율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이날 개막식은 타악그룹 '까미뉴 다 비다'의 힘찬 북소리가 금남로 거리를 행진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가수 김원중과 오월의 노래단, 우리나라는 광장의 저녁을 힘찬 소리로 채웠다.
김원중의 '춤춘다'의 흥겨운 리듬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가볍게 리듬을 타며 즐겼고, 곁에서 춤을 추기도 하며 현장에 따뜻한 활기가 더해졌다. 그의 열창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고, 지나가던 행인들조차 발길을 멈추며 감상에 젖어들기도 했다.
무대를 감상하며 음악을 즐기던 시민들은 촉촉한 눈빛으로 옛 전남도청과 전일빌딩을 향하기도 했다. 시대의 기억을 간직한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는 광주시민에게 음악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싸우자고 쥔 주먹 대신, 위로의 노래를 부릅니다"
이 무대의 배경에는 행사를 총감독한 임웅 감독의 치열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임 감독은 "치열했던 그 때를 생각하면서 미래를 그리는, 역사와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어 그는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극우 세력에 맞붙는 것보다 문화로 풀어내고 싶었다"며 "싸우자고 주먹 쥐는 게 아닌 '노래를 불러줄게'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는 특히 지역을 넘어선 '오월 정신의 전국화'에 힘을 쏟았다며 전체 39개의 참여 팀 중 절반 이상을 타 지역 뮤지션으로 채웠다고 전했다.

아티스트들이 말하는 오월의 의미… "주먹밥 같은 나눔", "연대와 극복"
무대에 오르는 뮤지션들 역시 거창한 투쟁의 구호보다는, 평범한 일상의 언어로 광주의 정신을 노래하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최고은 음악가는 이번 행사를 '주먹밥'에 비유했다. 광주가 고향이라는 최씨는 "과거 피 흘리고 쓰러져가는 이들에게 빠르게 나눠주었던 주먹밥처럼, 오월음악제는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나누는 자리"라며 "거창한 사회운동이라기보다,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감성과 보이지 않는 삶의 가치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5일 무대를 앞둔 블루스 기반 밴드 '양산동 호랭이' 양희범 음악가도 오월 광장에서 노래하는 자리가 남다르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양씨는 "불의에 맞서 싸운 희생에 감사하기 위해 흔쾌히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광주 정신은 '극복'"이라 언급하며 "우리가 개인적, 사회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을 때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를 주는 힘이다"고 말했다. 부당한 권력을 유쾌하게 꼬집어 온 노래를 한 그는 이번 무대에서 개인의 이권을 위한 국책사업을 풍자한 자작곡 '마이 러브 하이웨이'와 고(故) 이남희의 '울고 싶어'를 선곡했다. 양씨는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 그리고 팍팍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임웅 감독은 "화려하게 꾸며진 무대나 풍족한 예산은 없지만, 이 공간에서 광주의 오월을 노래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지나가던 분들도 잠시 머물렀다 가길 바란다"는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바람을 전했다.
'오월의 노래'는 이달 30일까지 금남로 광장에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