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자율운항 선박 기술 경쟁, 조선산업의 미래 결정한다

방석호 법무법인 린 AI산업센터장·前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2026. 5. 1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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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호 법무법인 린 AI산업센터장·前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세계에서 고난도 배를 제일 잘 만드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위협을 넘기 위해 우리가 내놓은 협상 카드도 조선업이었다. 컨테이너선·벌크선 등 화물선이 해운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그동안 하드웨어 중심의 수출형 조선업을 통해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 왔다.

하지만 선체가 아닌 배를 움직이는 AI 기술, 그리고 여객선이나 군용선 등 비화물선 영역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가 강한 대형 화물선은 AI 자율 운항 적용이 상대적으로 늦은 반면, 완전 무인 단계까지 다다른 특수 선박 분야에서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은 크게 뒤처져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이달 중으로 자율 운항 선박에 적용할 표준 코드를 만들 예정이다. 자율주행 센서의 성능이나 자율 운항 선박끼리 충돌을 회피하기 위한 규칙, 해킹에 의한 선박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 등을 망라한 ‘가이드라인’으로 보면 된다. 이번에 만드는 표준 코드는 당장 강제로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IMO는 앞으로 실제 운항 데이터를 모아 강제적으로 지켜야 할 자율 운항 코드를 만들어 2030년에 채택하고 2032년 발효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당장에 표준 코드를 강제하지 않는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이 각국 자율 운항 선박의 인증 기준, 보험 약관, 항만 입항 조건 등의 사실상 표준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자율 운항 선박의 보험 가입이나 해외 항구 입항이 불가능한 상황이 오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우리는 2025년부터 자율 운항 선박 관련 독립법을 세계 최초로 시행했을 정도로 법 제도에서는 앞섰다. 그러나 글로벌 강제 표준에 영향을 미칠 디테일 대응 역량은 부족하다. 무엇보다 디지털 제품 기술의 업그레이드 수준으로 AI가 만드는 조선업 시장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배에 들어가는 AI 장치 단품을 만드는 기술은 우리도 뛰어나다. 하지만 이를 엮어내는 운영 소프트웨어, 데이터 플랫폼, 사이버 보안 등의 통합 운영 체계는 갈 길이 멀다.

해외에서는 자율 운항 선박 기술을 빠른 속도로 발전시키고 있다. 노르웨이 콩스버그를 예로 들면, 이 회사는 배를 직접 만드는 조선사는 아니다. 그러나 자율 운항 선박의 두뇌, 신경계, 원격 운영, 유지·보수, 데이터 플랫폼을 장악함으로써 선박 건조보다 더 높은 부가가치를 거두고 있다. AI 자율 운항 시대에 새로운 선박의 일회성 판매 수익보다 인도 이후 운항 생애 주기에서 발생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매출 쪽으로 수익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사례다. 일본의 경우 선사, 보험사, 통신사 등 50개가 넘는 기업이 단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율 운항 표준을 공동 설계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의 책임 소재나 원격 운항 비용 산정 방식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는 구조다.

우리 역시 개별 조선사의 힘만으로는 이 거대한 변화를 감당할 수 없다. 국내 조선사들이 자율 운항 통합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보험사 등도 아우르는 종합 실증 생태계 협력 테이블을 정부가 만들어서 글로벌 표준 선점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은 자율운항선박법으로 세계 최초로 법적 기반은 마련했다. 하지만 결국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자율운항의 표준코드를 결정짓는 것은 실증 데이터다. 한국 조선업이 AI 강국에 걸맞은 자율운항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도록 정부와 기업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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