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지운 ‘팝의 황제’ 명곡만 반짝

전지현 기자 2026. 5. 11. 21: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마이클>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마이클 잭슨 전기영화 마이클 한국서 통할까
성장기·데뷔 초기 활동 무대 담아
성추행 논란 속 ‘일방 미화’ 지적도
외신·평단 혹평에도 북미선 ‘흥행’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 <마이클>(앤트완 퓨콰 감독)이 13일 국내 개봉한다. 음악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가 국내에 프레디 머큐리를 소환했듯, 이 영화도 다시 마이클 잭슨 열풍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까.

영화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따라간다. ‘마이클’과 형제들은 아버지 ‘조’(콜먼 도밍고)의 엄격한 훈육 속에 가수로 길러진다. 다섯 살이었던 막내 마이클은 ‘일곱 살’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잭슨 파이브 활동을 시작한다. 끼가 유별난 마이클은 자라나며 혼자만의 무대를 꿈꾼다. 영화는 마이클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팝스타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그린다.

마이클 잭슨의 팬이라면 눈과 귀가 즐거울 영화다. 영화는 초창기 잭슨의 아이코닉한 무대들을 그대로 재연하는 데 집중한다. 유년기를 연기한 아역 배우 줄리아노 크루 발디는 싱크로율이 높은 노래 실력으로 ‘ABC’ ‘아이 원트 유 백’ 등을 소화한다. 성년기는 잭슨의 친조카인 자파 잭슨(형 저메인의 아들)이 맡았다.

1983년 좀비 분장을 한 마이클이 ‘스릴러’(Thriller) 뮤직비디오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모습, 같은 해 모타운 25주년 공연에서 ‘빌리 진’(Billie Jean) 노래에 맞춘 문워크 안무를 처음 공개하던 모습 등이 실제와 유사하게 연출된다. 1988년 30세의 마이클이 ‘배드’(BAD) 월드투어로 찾은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열광을 넘어 실신 직전 팬들의 환호 속에서 <마이클>은 황급히 막을 내린다. ‘이야기는 계속된다’며 속편을 암시하는 자막과 함께.

빈약한 이야기 대신 명곡들이 극을 견인한다. 영화적 인물로서의 마이클은 매력이 떨어진다. 마이클 잭슨 재단의 승인 아래 만들어진 영화는 그를 ‘소년기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무해한 슈퍼스타’로 그리기에 급급하다. 극 중 마이클은 자신을 피터팬, 아버지를 후크 선장에 빗대 생각하며 눈을 순하게 깜빡인다. 영화는 인물의 이면을 드러내기보다 그다음 노래, 더 멋진 무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애초 제작진은 잭슨에게 아동 성추행 논란이 처음 제기됐던 1990년대 중반 이야기를 촬영했으나, 과거 고소인과 “양측은 영화·TV 등에서 이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던 것이 후반 작업 과정에서 확인되며 관련 내용을 전량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잭슨은 1993년과 2005년 제기된 아동 성추행 소송 등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마이클> 북미 개봉을 앞둔 지난 2월 다시 의혹이 불거졌다. 잭슨의 ‘제2의 가족’이라고 알려진 카시오 가문의 4남매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미성년자일 때 잭슨으로부터 성폭행과 학대를 당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유족 측은 “금전적 이득을 노린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영화는 잭슨을 ‘일방적으로 미화했다’는 면에서 외신 및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대중의 평가는 달랐다. 지난달 북미 개봉 이후 첫 주말에만 9700만달러(약 1429억원)를 벌어들이며 음악 전기 영화 사상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음악도 역주행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잭슨의 앨범 2장은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5·6위에 올랐다.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도 <마이클>의 평론가 지수는 39%로 극히 낮지만, 일반 관객이 매기는 팝콘 점수는 만점에 가까운 97%를 유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마이클 잭슨의 음악은 ‘캔슬’되기에 너무 거대했다”고 평했다. 127분. 12세 이상 관람가.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