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생활물가, 자동차 타고 ‘과속 중’
영남·전북 물가 상승률, 서울 두 배…교통 취약 비수도권 경제 위축

경북 고령군에 사는 직장인 성석현씨(23)는 요즘 주유소에 들를 때마다 흠칫 놀란다. 지난해 4월만 해도 일주일 기름값이 4만~5만원 선이었는데, 최근에는 6만원대까지 뛰었기 때문이다.
성씨는 업무 특성상 타 지역 출장이 잦아 차 없이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는 기름값 부담에 운전을 최대한 줄이려 하지만, 지방 생활의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헬스장까지 왕복 15분, 카페나 미용실을 가려 해도 왕복 20분을 운전해야 한다. 연비가 ℓ당 평균 16㎞에 달하는 소형차를 타고 있지만 주유 때마다 결제 금액 앞자리가 바뀌는 걸 보면 부담이 크다고 했다.
성씨는 “지방은 인프라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보니 대중교통보다 자차를 쓸 수밖에 없고, 그만큼 교통비 부담도 커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전북·경남·경북 등 일부 지방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하며 전국 평균(2.6%)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휘발유 등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품목을 반영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3%대 중후반에 달해 비수도권 고물가 우려가 현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경향신문이 11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을 분석한 결과,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를 넘어선 지역은 경북(3.1%), 경남(3.0%), 전북(3.0%) 등 3곳이었다.
같은 기간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이들 지역의 물가 오름폭이 컸던 셈이다.
생활물가지수 상승세는 더욱 가팔랐다. 서울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년 대비 2.0%에 그친 반면, 경남과 경북은 각각 3.7%, 전북은 3.8%로, 서울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지난 3월에도 경북 2.9%, 경남 3.0%, 전북 2.9%로 생활물가 오름세는 두 달 연속 전국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지역의 물가를 끌어올린 주요인으로는 교통비가 꼽힌다. 경북(11.6%)·경남(10.9%)·전북(10.3%)의 교통비 상승률은 모두 전국 평균(9.7%)을 웃돌았으며, 서울(7.1%)과의 격차도 뚜렷했다. 교통비 상승은 휘발유·경유 가격 오름세로 자동차 운영비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서울과 달리, 이들 지역은 자동차 의존도가 높아 유류비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은행 부산본부 경제조사팀은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 ‘중동 사태가 부산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에서 “외식·숙박·여가 등 재량적 소비 관련 업종은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본격화할 경우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의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며 “향후 업황 둔화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상영·윤기은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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