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태준의 美·이란戰 중계 <31>호르무즈해협 이중봉쇄…능동적 현존함대(AFIB)와 현존위협(TIB)의 충돌

2026년 5월11일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치열한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종전 및 핵협상을 둘러싼 협의를 계속하고 있고, 일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벌크선은 제한적으로 해협 통과에 성공하고 있다. 겉으로는 긴장이 완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 동안 한국의 HMM 나무호를 포함해 민간 상선 피격이 네 차례 반복됐고, 양측은 서로를 향한 군사적 경고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바다는 완전히 닫히지 않았지만, 동시에 더 이상 자유롭지도 않다.
특히 이란은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의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과정에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 특정 국가와 선박을 선별적으로 압박하는 새로운 형태의 해상 통제 구조가 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란 강경 매체에서는 해협을 지나는 해저 인터넷 케이블에 사용료를 부과하자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전쟁의 대상이 더 이상 유조선과 군함만이 아니라 데이터와 정보 흐름 전체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역시 해상 봉쇄와 통제 구조를 유지한 채 협상을 병행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 관련 선박에 대한 해상 통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최근 답변을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협상 가능성 자체는 열어두고 있다. 이는 미국이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해상질서의 집행권은 계속 유지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미국은 AFIB(Active Fleet in Being), 다시 말해 ‘현장에서 실제 집행되는 힘’을 통해 바다의 질서를 통제하려 하는 것이다.
이란도 단순한 전면 봉쇄 대신 TIB(Threat in Being), 즉 ‘존재 자체로 흐름을 흔드는 위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드론, 기뢰, 경잠수함, 민간 상선 피격 위험, 선택적 통항 제한 가능성만으로도 세계 에너지 시장과 해상 물류망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완전히 닫지 않아도 충분히 불안과 비용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호르무즈 해협은 더는 단순한 해상 교통로가 아니라 세계 경제와 질서를 압박하는 전략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결국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서 충돌하는 것은 단순한 미국과 이란의 군사 대치가 아니다. 누가 세계의 흐름을 통제하고 승인할 것인가를 둘러싼 새로운 형태의 전략 경쟁이다. 과거 전쟁이 영토와 수도를 점령하는 싸움이었다면 오늘날의 전쟁은 에너지, LNG, 데이터, 금융, 그리고 해상교통로라는 ‘흐름’(flow) 자체를 둘러싼 통제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은 바로 그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전쟁을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는 순간’으로 이해한다. 유조선이 더 이상 통과하지 못하고, 군함이 직접 충돌하며, 국제 원유 수송이 완전히 중단되는 장면이 전통적 봉쇄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2026년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지금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닫혀 있지 않다. 일부 LNG선, 벌크선이 제한적으로 통과하고 있고, 미국과 이란 역시 전면전 대신 협상과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간상선 피격과 드론 위협은 계속되고 있으며, 세계 해운시장과 에너지 시장 역시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즉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는 ‘완전 봉쇄(full blockade)’가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한 ‘선택적 통제(selective control)’ 구조에 가깝다. 바다는 열려 있지만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최근 이란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의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과정에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 특정 국가와 선박에 대한 선택적 압박과 통행 제한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과거 봉쇄는 해협 전체를 물리적으로 닫는 방식이었다. 오늘날의 봉쇄는 ‘누가 통과할 수 있는가’를 선별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의 해상 통제는 단순한 차단이 아니라 통행 자체를 정치적·전략적 승인 구조로 전환시키고 있다.
최근 카타르에서 출발한 LNG선 일부가 이란의 허가 아래 제한적으로 해협을 통과한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란은 모든 선박을 막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선박과 국가에는 제한적 통과를 허용하면서도, 미국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압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단순한 군사 봉쇄라기보다 해상 교통로 자체를 정치적 협상카드로 활용하는 구조에 가깝다.
미국 역시 단순히 군사력 과시만 하는 것이 아니다. CENTCOM은 이란 관련 선박과 항만에 대한 해상 통제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군사작전 재개를 반복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미국도 해협의 흐름을 단순히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통제와 승인 구조 속에서 관리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반복되는 민간 상선 피격은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성이 현실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1주일 동안에만 민간 상선이 네 차례 피격됐고, 카타르 인근 해역에서 벌크선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완전한 전면전은 아니지만, 언제든 공격과 충돌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 자체가 세계 해운시장과 보험시장, 에너지 시장에 계속 부담을 주고 있다.
결국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서 중요한 것은 “닫혔는가, 열려 있는가”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흐름을 통제하고 승인하는가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미국의 AFIB와 이란의 TIB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전통적인 해양전략에서 강한 함대는 반드시 싸워야만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함대조차 상대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고, 상대는 언제든 출항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고려해야 했다. 이것이 고전적인 ‘현존하는 함대’(FIB) 개념이다. 함대존재 자체가 전략적 효과를 만든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보여주는 전략은 더 확장된 형태에 가깝다. 이란은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완전히 닫는가’가 아니라 언제든 흐름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가 믿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존재 자체로 흐름을 흔드는 위협’(TIB)의 핵심이다.
이란은 최근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의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과정에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 특정 국가와 선박에 대한 선택적 압박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란은 ‘모든 선박’을 막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국가와 세력에게 더 높은 위험과 비용을 부과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해협 전체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완전 봉쇄는 즉각적인 국제 군사개입과 전면전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지만 제한적 위협과 선택적 통제는 전면전 문턱 아래에서 지속적인 불확실성과 경제적 피로를 누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유가와 해상보험료, 운송비용은 완전한 봉쇄가 없음에도 계속 높은 변동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이 최근 경잠수함 증강 배치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란 해군은 ‘페르시아만의 돌고래’로 불리는 경잠수함을 호르무즈 해협에 배치하고 있으며 장기간 해저에 머무르면서 적대 선박을 감시하고 필요 시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동시에 이란 항공우주군은 미사일과 드론이 중동 지역 내 미국 목표물과 함선을 조준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란이 실제 공격을 모두 실행하는가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공격 가능성 자체가 시장과 선박, 보험회사, 그리고 각국 정부의 계산에 계속 포함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상선은 자동식별장치(AIS)를 차단한 채 운항하고 있으며, 선사들은 우회 항로와 추가 보험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이미 ‘정상적인 자유 항행’ 상태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등장한 해저 인터넷 케이블 사용료 논의는 매우 상징적이다. 이는 전쟁 개념이 단순한 군함과 유조선을 넘어 데이터와 정보 흐름 전체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원유와 LNG뿐 아니라 금융 데이터와 글로벌 공급망 정보 흐름에도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해저 케이블과 데이터 흐름까지 통제 대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현대의 전략 경쟁이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흐름 자체를 둘러싼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란의 TIB 전략은 단순한 군사 봉쇄가 아니다. 그것은 완전히 닫지 않아도 충분히 흔들 수 있다는 구조 위에 작동한다. 실제로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서 세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완전한 차단이 아니라 언제든 제한·통제·공격이 가능하다는 지속적인 불확실성 자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TIB는 현대 해상 전략의 새로운 형태로 작동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란이 TIB를 통해 ‘언제든 흐름을 흔들 수 있는 위협’을 구축하고 있다면, 미국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의 전략 핵심은 단순히 이란을 폭격하거나 해협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는 해상 질서를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집행하고 유지하는 구조를 통해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AFIB, 즉 “현장에서 실제 집행되는 힘”이다.
과거의 FIB 개념이 단순히 존재 자체만으로 상대를 제약하는 구조였다면, AFIB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즉시 개입하고 통제하며 질서를 집행할 수 있는 상태 자체가 전략적 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그러하다.
현재 트럼프는 전면적인 해협 봉쇄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해상 흐름의 승인과 통제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CENTCOM은 이란 관련 선박 및 항만에 대한 감시, 차단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4월 13일부터 5월 10일까지 상선 58척의 항로를 변경시키고 최소 4척을 직접 무력화해 이란 항구 접근을 차단했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과시가 아니라 ‘누가 바다의 질서를 실제로 관리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행동이다.
특히 미국의 전략은 단순 차단이 아니라 ‘선별적 역봉쇄(counter-blockade)’ 구조에 가깝다. 미국은 이란과 직접 연결된 해상 흐름은 제한하면서도 비이란 국가의 일반 상선과 에너지 흐름은 유지하려 하고 있다. 즉 미국은 해협 전체를 닫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허용하는 흐름과 차단하는 흐름을 구분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최근 미국과 이란의 대치는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통행 승인권’을 둘러싼 경쟁으로 변하고 있다. 이란은 특정 국가 선박에 대한 제한 가능성을 시사하고, 미국은 자신이 관리하는 해상 질서 속에서 안전한 항행을 유지하려 한다. 양측 모두 단순히 바다를 닫는 것이 아니라 누가 흐름을 허가하고 통제하는가를 둘러싸고 충돌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최근 발언 역시 이러한 구조를 잘 보여준다. 그는 이란의 최근 협상 답변을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협상 자체는 계속 열어두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군사공격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압박과 협상을 동시에 유지하면서 이란의 행동 공간을 점진적으로 제한하려는 전략에 가깝다.
실제로 미국은 현재 30일 휴전 및 호르무즈 부분 개방, 핵 협상 재개 등을 포함한 양해각서(MOU)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고농축 우라늄 반출, 핵시설 폐쇄, 장기 농축 중단 등 사실상 이란의 전략적 행동 자유를 제한하는 요구 역시 유지하고 있다. 즉 미국은 협상을 통해 갈등을 관리하면서도, 해상 질서의 실제 통제권은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AFIB 구조의 핵심은 단순한 군사력의 규모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즉시 작동 가능한 통제력’이다. 항모강습단(CSG), 상륙강습단(ARG), 전략폭격기, 정보·감시·정찰(ISR) 자산, 해상차단 전력 등이 지속적으로 현장에 존재하면서 미국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실제 집행 가능한 질서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결국 AFIB의 핵심은 ‘실제로 작동하는 질서’에 있다. 이란이 TIB를 통해 흐름 자체를 불안하게 만든다면, 미국은 AFIB를 통해 그 흐름을 계속 유지하고 관리하려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오늘날 호르무즈 해협은 누가 세계의 흐름을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처음 많은 사람들은 이번 호르무즈 해협 위기를 단순한 미국과 이란의 군사충돌로 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긴장은 단순한 중동 분쟁을 넘어 미·중·러가 동시에 개입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략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이 단순한 지역 해협이 아니라 세계 에너지와 물류 흐름의 핵심 통로이기 때문이다.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과 LNG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하고 있으며, 중국·인도·한국·일본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 역시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을 누가 통제하고 관리하는가는 단순한 군사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질서와 직결되는 문제에 가깝다.
특히 중국은 이번 사태를 매우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 중국은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고, 호르무즈 해협 안정성에 대한 이해관계 역시 매우 크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은 미국이 해상 질서의 ‘최종 승인권’을 독점하는 구조 역시 원하지 않는다. 즉 중국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시나리오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분쟁 이후의 새로운 해상 질서를 장악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은 이란과 미국 사이의 협상 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간접 협상 과정에 중국의 외교적 개입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까지 함께 연결되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단순한 중동 분쟁이 아니라 미중 전략경쟁의 일부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의 움직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란의 농축우라늄을 러시아가 보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러시아는 이미 2015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과정에서도 이란 농축우라늄 이전 문제에 개입한 경험이 있으며, 이번에도 자신이 중재와 관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최근 협상 난항의 원인 중 하나로 미국의 ‘입장 변경’을 지적했다. 이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협상 조건을 통제하는 구조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러시아 역시 호르무즈 해협 분쟁 이후의 질서 형성과 협상 구조에서 배제되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단순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아니다. 미국은 AFIB를 통해 실제 해상 질서를 집행하려 하고, 이란은 TIB를 통해 그 질서를 지속적으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 과정 속에서 미국 중심 질서가 일방적으로 강화되는 것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러시아의 우라늄 보관 제안, 중국의 중재 확대, 카타르와 파키스탄의 협상 개입 등은 매우 상징적이다. 이는 이제 호르무즈 위기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새로운 국제 질서와 흐름 통제권을 둘러싼 다층적 경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중동의 바닷길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의 AFIB와 이란의 TIB가 충돌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미·중·러 전략경쟁이 교차하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

20세기의 전쟁은 영토를 점령하는 자가 승리했다. 수도를 함락시키고 국경선을 바꾸는 것이 전쟁의 목표였고, 군사력은 상대의 영토와 군대를 직접 파괴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오늘날의 전략 경쟁은 점점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땅을 차지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랫동안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가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세계 원유와 LNG의 핵심 통로인 이 좁은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흐름 자체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AFIB를 통해 실제 해상 질서를 집행하고 있으며, 이란은 TIB를 통해 불확실성과 위험 자체를 전략화하고 있다. 한쪽은 질서를 유지하려 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그 질서를 지속적으로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양측 모두 해협을 완전히 닫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일부 LNG선은 통과하고 있고, 제한적 항행 역시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민간 상선 피격과 드론 위협, 선택적 통항 제한 가능성, 보험료 상승과 같은 불안 요소 역시 계속 확대되고 있다. 바다는 열려 있지만,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현대의 ‘이중봉쇄(double blockade)’ 구조가 등장한다. 미국은 해상 질서와 항행 승인 구조를 통해 흐름을 관리하려 하고 있고, 이란은 제한적 위협과 선택적 압박을 통해 그 흐름 자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즉 현대의 봉쇄는 더 이상 바다를 물리적으로 닫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제 더 중요한 것은 누가 흐름을 승인하고, 누가 흐름의 비용을 결정하는가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역시 더 이상 외부 관찰자의 위치에 머무를 수 없다. 한국 경제는 중동 원유와 LNG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은 곧바로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산업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최근 반복되고 있는 민간 상선 피격과 나무호 사건은 ‘흐름 전쟁’(flow warfare)이 더 이상 먼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현실적 안보 문제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무임승차의 시대는 끝났다(The era of free rides is over)”는 표현 역시 단순한 방위비 문제를 넘어선다. 세계 해상 질서와 에너지 흐름 유지 비용을 더 이상 미국만 부담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결국 앞으로의 국제질서는 누가 세계의 흐름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현재의 충돌은 단순한 미국과 이란의 지역 갈등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의 전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경고에 가깝다. 이제 전쟁은 더 이상 단순히 영토를 점령하는 싸움이 아니라, 흐름을 관리하고 승인하는 경쟁으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변화의 중심에서 AFIB와 TIB가 새로운 형태의 질서 경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반복되는 민간 상선 피격, 선택적 통항 제한 경고, 경잠수함 증강 배치, 해저 인터넷 케이블 사용료 논의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그것은 오늘날의 전쟁이 더 이상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흐름 자체를 둘러싼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AFIB를 통해 실제 해상 질서를 유지하고 통제하려 하고 있으며, 이란은 TIB를 통해 그 질서를 지속적으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한쪽은 흐름을 유지하려 하고, 다른 한쪽은 그 흐름의 비용과 위험을 높이려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충돌 속에서 세계 경제와 해상 질서 역시 점점 더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통과의 자유’ 자체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현대의 봉쇄는 과거처럼 해협 전체를 완전히 닫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제는 특정 국가와 선박, 특정 흐름에 더 높은 위험과 비용을 부과하면서 선택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바다는 열려 있지만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앞으로의 국제질서는 바다를 단순히 지배하는 국가가 아니라 흐름을 실제로 통제하고 승인할 수 있는 국가에 의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중봉쇄는 바로 그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글: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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