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문 닫은 시골마을 ‘양심무인가게’

광주일보 2026. 5. 1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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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장성군 북하면 단전리 신촌마을 '양심무인가게'가 끝내 문을 닫았다.

농촌마을 주민들이 직접 세운 '양심가게'도 고령화와 탈(脫) 농촌을 빗겨가지 못했다.

양심무인가게는 지난 2003년 신촌마을에 유일하던 마트가 폐업하자 당시 새로 취임한 박충열(66) 이장의 제안으로 2005년 문을 열었다.

박 이장은 간단한 생필품 하나를 사기 위해 20㎞ 이상 떨어진 장성읍까지 나가던 주민들 고충을 고려해 양심무인가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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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신촌마을 탈 농촌·고령화 여파 20년만에 운영 중단
11일 장성군 북하면 단전리 ‘양심무인가게’의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다.
20년간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장성군 북하면 단전리 신촌마을 ‘양심무인가게’가 끝내 문을 닫았다. 농촌마을 주민들이 직접 세운 ‘양심가게’도 고령화와 탈(脫) 농촌을 빗겨가지 못했다.

양심무인가게는 지난 2003년 신촌마을에 유일하던 마트가 폐업하자 당시 새로 취임한 박충열(66) 이장의 제안으로 2005년 문을 열었다. 20년 동안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 3월 이용객 감소로 운영을 중단했다.

박 이장은 간단한 생필품 하나를 사기 위해 20㎞ 이상 떨어진 장성읍까지 나가던 주민들 고충을 고려해 양심무인가게를 열었다.

그는 “어르신들에게는 소주나 막걸리 한잔하는 게 유일한 낙인데 삶의 재미와 의욕을 잃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인건비도 나오지 않을 게 뻔한 상황에서 고민 끝에 무인 운영을 떠올리게 됐다”고 회상했다.

박 이장은 사비를 들여 마을 공용 공간에 ‘우리 마을 가게는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24시간 운영에 들어갔다.

가게는 주민들이 물건을 가져간 뒤 양심껏 돈을 내고 거스름돈도 스스로 챙기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현금이 없는 주민은 외상장부에 이름을 적어두고 나중에 값을 치르기도 했는데, 돈을 갚지 않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자 이후에는 아예 장부마저 없앴다고 한다.

주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밤낮없이 운영되는 시골 무인가게의 따뜻한 사연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대기업 광고와 방송 다큐멘터리에 소개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유치원 견학과 가족 단위 방문객 등의 발길도 이어졌다.

박 이장은 “장성군의 지원으로 건물을 개축하고 면사무소, 기업 등의 지원이 더해지며 주류와 세제, 먹거리, 생필품 등을 두루 갖춘 제법 번듯한 가게의 모습을 갖춰갔다”며 “2015년까지는 월 매출이 100만원 이상 유지돼 공과금 등을 제하고 남은 수익금은 생계가 어려운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성금과 목욕비, 쌀 지원 등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피해가지 못했다. 가게 문을 열 당시 178명이던 마을 주민은 현재 주민등록상 109명으로 줄었는데, 주소만 두고 있거나 요양시설, 자녀 집 등에 머물고 있는 주민들이 많아 실제 마을에서 생활하는 주민은 30여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박 이장은 “단골로 찾던 어르신 대부분이 세상을 떠났다. 3년 전부터 사실상 운영이 무의미해졌는데,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다”며 “문을 열어도 사갈 사람이 없어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들이 생겨났고 폐기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다”고 했다.

/장성 글·사진=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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