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장에도 웃지 못하는 동학개미…반도체 ‘포모’ 확산

임채만 기자 2026. 5. 1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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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수세 쏠림 심화
28만·188만원 마감…연초比 2배 이상↑
독주체제에 타 분야 투자자 소외감 극대
전문가, 개인 묻지마 ‘뇌동매매’ 주의 당부
코스피, 사상 첫 7,800선 돌파
코스피가 하루 4% 넘게 급등해 사상 최초로 7,800대로 마감한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324.24포인트(4.32%) 오른 7,822.24로, 코스닥 지수는 0.38포인트(0.03%) 내린 1,207.34로 마감했다./연합뉴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역대급 불장’에도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잘 고른 종목 하나로 역대급 수익을 거둔 동학개미(국내 증시 투자자)가 있는 반면, 클릭 한 번으로 잘 못 들어간 종목에 물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투자자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에 대한 매수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해당 종목을 보유하지 못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 공포를 뜻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투톱’ 독주체제

국내·외 반도체 사업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11일 삼성전자는 오후 3시30분 기준 28만5천500원, SK하이닉스는 188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장중 한때 19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두 종목은 연초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올해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폭발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승 누적률 약 122.2%. SK하이닉스는 177.7% 상승했다. AI 반도체 수요 폭발과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점유율 확대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1천704조원, SK하이닉스 1천368조원 등 두 기업의 시가총액 합산 비중이 3천조원을 넘어서면서 코스피 전체 시총(6천391조원) 절반에 달해 최고치 경신을 견인하고 있다.

◇“나만 못 벌었나” 멍드는 개미들

직장인 양모(30)씨는 최근 스마트폰에서 주식 거래 앱을 삭제했다. 불과 몇 달 전, 보유하고 있던 반도체 대장주를 매도해 소폭의 차익을 남긴 뒤 인터넷 관련주로 갈아탄 것이 화근이었다. 양씨가 종목을 교체하자마자 반도체주가 연일 ‘불기둥’을 세우며 급등한 반면, 새로 옮겨간 종목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양씨는 “아무리 뉴스를 안 보려 해도 주변에서 주식 수익 인증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흔들리는 멘탈을 잡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시장의 질적 변화에서 기인한다. 최근의 상승장은 지수는 오르지만 상승 종목 수는 제한적인 ‘차별화 장세’의 전형을 보여준다. 반도체 업종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탓에 지수가 오를수록 반도체 미보유자의 소외감은 더욱 커지는 구조다.

◇‘주린이’들의 비명…“월급으론 미래 안 보여 시작했는데”

자산 형성의 마지막 사다리로 주식 시장을 선택한 ‘주린이(주식+어린이·주식 초보자)’들의 불안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주식 입문 2-3개월 차인 회사원 주모(35)씨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종잣돈을 전부 주식에 쏟아부었지만, 매일 시시각각 변하는 시세창을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주씨는 “내 계좌엔 파란불(손실)이 가득한데 뉴스에서는 역대급 상승장이라고 하니 괴리감이 크다”며 “수익을 냈다는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면 부러움을 넘어 자괴감까지 든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의 열기에 휩쓸려 들어온 초보 투자자들이 변동성을 견디지 못하고 심리적 붕괴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뇌동매매 주의보…“냉정 찾고 원칙 지켜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쏠림 장세일수록 개인 투자자들이 ‘뇌동매매(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따라가는 매매 형태)’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포모 현상에 쫓겨 급등한 종목을 뒤늦게 추격 매수하는 것은 고점에 물릴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코스피 지수 7,800선 돌파 등 상징적인 지표에 매몰되기보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철저한 분산 투자와 현금 비중 확보를 통해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역대급 불장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업종 간 수익률 양극화라는 씁쓸한 이면이 있다”며 “지금은 수익률을 쫓기보다 자신의 투자 원칙을 재점검하고 흔들리는 멘탈을 관리하는 것이 자산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임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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