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층에만 ‘자유로운 접속’ 제공···이란, 차등적 인터넷 접근권 논란

최경윤 기자 2026. 5. 1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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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두 달 넘게 인터넷 제한이 이어지고 있는 이란에서 일부 특권층에게만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 권한을 제공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다수 시민이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가상사설망(VPN)과 불법 위성 인터넷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차등적 인터넷 접근권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최근 일부 승인된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 ‘인터넷 프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인터넷 프로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연계 컨소시엄이 운영하는 이란이동통신이 지난 2월 출시한 상품이다. 기업·학술·과학 분야 종사자 등 사전 인증을 통과한 이들에게만 이른바 ‘화이트 SIM 카드’를 발급해 해외 사이트 접근 제한이 완화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 프로 이용자는 개통비 280만토만(약 5만3000원)을 내면 안정적인 연결이 보장되는 인터넷 환경에서 연간 50GB 데이터를 약 200만토만(약 3만7900원)에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일반 시민들은 접속이 크게 제한되는 기본 인터넷에서 데이터 1GB를 사용하는 데 약 8000토만(약 152원)을 내야 한다.

이는 인터넷 사용을 위해 물리적 위험과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시민들의 현실과 배치된다. 전쟁 이후 실업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난이 심화한 이란에서 평균 월급은 약 2000만~3500만토만(약 38만~66만원)이다. 인터넷을 구매할 여력이 없는 대다수 이란 국민은 VPN 등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암시장에서 50만~100만토만(약 9500~1만9000원)대에 거래되던 VPN 가격이 최근 급등하며 그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액티비스트 이란’에 따르면 최근 암시장 내 VPN 가격 폭등으로 이란인들은 약 18억달러(약 2조65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이란으로 밀수된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란에서 스타링크는 불법이라 소지하다 적발될 경우 국가보안 관련 혐의로 체포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경제적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하마드 하미드 샤리바르 변호사는 이란 일간 샤르그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쟁점은 더 이상 단순한 검열이나 차단이 아닌 인터넷 접근권의 재정의”라고 밝혔다. 이란 독립 매체 카바르 온라인은 “인터넷 프로는 사회 하층 계층을 ‘영구적 빈곤’의 덫에 빠뜨린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프로를 사용할 권한이 있는 사회 고위층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30만명 규모의 이란 간호사협회와 일부 변호사 협회 등 노동계는 일반 시민들과 연대하는 취지에서 인터넷 프로 사용을 거부했다. 이란 정신의학협회도 성명을 내고 “글로벌 인터넷에 대한 차등적 접근 방식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소외되거나 배제됐다는 감정을 유발하며 대중의 신뢰를 약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란 온건파 연합인 이란개혁전선은 “차등적 접근 방식은 VPN 암시장을 조장하고 시민들의 어려움을 악용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며 “불공정에 대한 인식도 심화시킨다”고 밝혔다. 앞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2월 인터넷 프로 도입 방안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를 통과한 이후 공정성을 문제 삼아 반대한 바 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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